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러시아, 미국에 ‘에너지·달러 동맹’ 제안… 트럼프. 대중 금융 포위망 탄력 받나

배셰태 2026. 2. 16. 16:03

러시아, 美에 ‘에너지·달러 동맹’ 제안… 트럼프, 대중 금융 포위망 탄력 받나
에포크타임스 2026.02.16  남창희
https://www.epochtimes.kr/2026/02/738332.html

- 블룸버그, 러시아 내부 기밀문건 입수해 보도
- 우크라 종전 대비, 미국에 파격적 협력안 제시
- 러, 달러 복귀 땐 중·러 통화 공조 균열 가능성

미화 100달러 지폐가 2026년 2월 10일 나이지리아 라고스 이케자(Ikeja)에 위치한 ‘서프라이즈 월드 NG(Surprise World NG)’ 사무실에서 밸런타인데이 패키지로 구성된 꽃다발 위에 놓여 있다. | AFP/연합

●화석연료 우선 전략… 미 기후 규제 철폐 기조와도 맞물려

러시아가 달러 결제 시스템 복귀를 적극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경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중국 공산당과 손잡고 탈달러화를 주도해 온 러시아가 달러 결제 시스템으로 되돌아갈 경우, 시진핑 지도부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가 최근 입수해 분석한 2026년 크렘린궁 내부 기밀 문건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과의 경제 협력을 위해 화석연료·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원자재 분야에서 양국 공조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달러 결제망 재진입’이라는 파격적인 정책 전환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본격화했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달러 자산을 동결하고 국제은행간통신협 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면서 탈달러 전략은 속도를 냈다.

●서방 제재 이후 가속된 탈달러… 러시아의 전략 수정 신호

러시아는 유럽 등 이른바 ‘비우호국’에 천연가스를 수출할 때 결제 대금을 반드시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입금하도록 강제했다. 이를 거부하는 국가에는 가스 공급을 중단하며 달러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차단했다.

러시아는 자체 금융 메시지 시스템(SPFS)을 확대했고, 중국은 국경 간 위안화 결제 시스템(CIPS)을 키웠다. 중·러 교역에서 루블·위안화 결제는 전쟁 이전 사실상 전무했지만 이후 급증해 연간 2000억 달러 규모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의 대중·대인도 교역 가운데 약 90%가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결제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브릭스(BRICS) 차원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회원국 간 현지 통화 결제 비중은 60~67% 수준까지 상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 통화 바스켓에 기반한 국제 준비통화 창설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러시아 하원 고위 인사들도 “달러·유로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공동 통화” 구상을 제안했다.

중국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등과 위안화 결제 확대를 추진했다. 사우디 재무장관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달러 외 통화 결제도 열려 있다”고 밝혔고, 중국은 위안화로 액화천연가스(LNG)를 결제하는 첫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완화 정책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달러의 압도적 지위가 글로벌 금융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브릭스 진영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배경에서 러시아가 2026년 내부 문건을 통해 달러 결제 시스템 복귀 가능성을 미국에 제안했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

2021년 8월 24일(현지시각) 러시아 노릴스크 자폴랴르니 광업 단지 내에 위치한 메드베지 루체이 광산 전경. 메드베지 루체이는 세계 최대 니켈·팔라듐 생산업체 노르니켈(Nornickel)의 자회사다. | 로이터/연합

●에너지·광물 동맹, 러시아-중국 밀착에 ‘균열’ 가능성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화석연료·천연가스·해상 유전·핵심 광물 등 7개 분야에서 미·러 이해관계를 맞출 수 있다고 보고, 전후 경제 협력과 연계해 달러 기반 무역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2022년 이후 이어진 강경 탈달러 노선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러시아 입장에서 달러 복귀는 국제 금융망 재진입, 자본 조달 비용 절감, 외환 유동성 확대라는 실익을 가져올 수 있다.

동시에 미국에는 달러 기축통화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러시아·중국 간 통화 블록 결속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적 카드가 된다.

문건의 또 다른 축은 ‘화석연료 우선’ 전략이다. 블룸버그가 검토한 고위급 문건은 러시아 고위 관료들 사이에 회람됐으며, 이른바 ‘화석연료 우선(fossil-fuel first)’ 전략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를 ‘에너지 지배’ 파트너로 묶어

천연가스·해상 유전 공동 투자와 팔라듐·니켈·티타늄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을 함께 관리하자는 구상이다. 문건에는 미국 기업에 대한 구체적 혜택도 명시돼 있다. 시베리아 가스전 공동 개발, 합작 투자 설립, 러시아 시장 직접 접근권 보장, 전후 재건 계약 참여 등 다양한 형태의 이익 제공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안이 현실화될 경우 세계 양대 에너지 생산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협력 관계로 전환하게 된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수준의 니켈·팔라듐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항공우주·첨단 제조업에 전략적 의미가 크다.

이는 위안화 결제 확대와 브릭스 통화 구상을 통해 달러 패권에 도전해 온 중국의 전략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러시아가 실제로 달러 체제로 복귀한다면 지난 2년간 강화된 중·러 금융 공조는 일정 부분 조정이 불가피하다.

미국 100달러 지폐(벤저민 프랭클린 초상)와 중국 100위안 지폐(마오쩌둥 초상). | 로이터/연합

●중국 ‘재생 에너지’ VS 미·러 ‘화석연료’ 구도 전망도

이번 제안은 그동안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온실가스 규제 철폐 기조와도 맞물린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 담론의 최대 수혜국으로 평가받는 중국에 대한 견제 구상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탄소 배출이 인류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자 미국 산업 경쟁력을 약화하는 족쇄”라는 논리를 앞세워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해 왔다. 지난 12일에는 미국 온실가스 규제의 주요 근거인 ‘위해성 판단’을 폐기하는 조치까지 단행하며 화석연료 생산 확대와 에너지 자립을 전면에 내세웠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도입된 ‘위해성 판단’은 기후 변화가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근거로 미국에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체계에 대한 법적·제도적 규제가 강화돼 왔다.

러시아의 제안은 중국 견제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 1위 석유·가스 생산국임에도 온실가스 규제로 자국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중국이 장악한 태양광·배터리 산업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국가적 손실’로 보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약 80~90%, 풍력 터빈의 60% 이상을 생산한다. 전기차 핵심인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도 중국 점유율은 60% 이상이다. 서방 국가들이 탄소 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할수록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다.

특히 파리협정 등 기후 변화 협약은 선진국에 더 엄격한 감축 의무를 부과한다. 미국은 환경 규제로 전통 제조업 비용이 상승한 반면, 중국은 ‘개발도상국’ 지위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와 유예 조치를 적용받으며 석탄 기반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격차가 미국 제조업을 약화시키고 중국 공산당 정권의 경제력을 키우는 불공정 구조라고 비판해 왔다. 그는 집권 2기 출범과 동시에 파리협정 탈퇴를 재차 선언했다.

러시아와 미국의 에너지·경제 동맹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탄소 중립 흐름에는 상당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미국이 규제 완화로 생산을 확대하고 러시아가 자원과 금융 복귀를 지렛대로 협력에 나선다면 에너지 시장의 무게 중심이 다시 화석연료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 변수로 미-러 재정렬, 중국 고립…트럼프의 외교전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이 21세기 최대 지정학적 과제’라는 인식을 강조해 왔다. 미 의회도 하원에 ‘미국-중국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에서 중·러 밀착을 완화하는 것이 대중 전략의 핵심이라는 견해가 워싱턴 외교·안보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인권·민주주의 문제를 외면한다는 비판 속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변수를 활용해 러시아를 중국 공산당 진영에서 분리하려는 트럼프의 구상이, 에너지·통화 협력을 통해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러시아의 이해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전략적 접점을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