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中에 접근하는 美 동맹국들…워싱턴 시선, 한국으로 쏠린다
에포크타임스 2026.02.04 이경찬 객원 논설위원
https://www.epochtimes.kr/2026/02/736622.html

캐나다의 대중 접근 강화 움직임 속에 미국 주도의 대중 공조 전선에 미묘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1월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 신화통신/연합뉴스
●캐나다·영국의 실용 외교에 워싱턴 불쾌감 표출…한국도 시험대에 올라
최근 국제 사회는 질서 재편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해 온 강력한 대중 공조 전선에 미세한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캐나다와 영국 등 전통적인 ‘핵심 우방’들이 단기적 경제 실익을 명분으로 베이징과의 관계 복원에 나서면서, 워싱턴의 경고음은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균열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한국에 이르러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엄격함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캐나다와 영국의 행보를 ‘관리 가능한 일탈’로 보는 워싱턴이, 왜 유독 한국의 움직임에 대해서만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 그 이면에 깔린 국제정치학적 계산을 짚어본다.
●실익 앞세운 캐나다·영국의 중국 회귀
지난 수년간 북미와 유럽의 대중 정책을 이끌어온 핵심 키워드는 ‘가치 공유’와 ‘경제 안보’였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와 영국의 행보는 이 같은 흐름에서 점차 이탈하는 모습이다.
먼저 변화의 신호를 보낸 쪽은 캐나다다. 캐나다 정부는 수상 마크 카니를 필두로 1월 중순 베이징과의 고위급 접촉에 나서며, 전임 트뤼도 정부 시기의 대중 강경 노선과는 결이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산 전기차 관세 완화 가능성과 캐나다산 농산물 수출 확대를 맞교환하는 방향의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는 미국이 핵심 산업으로 보호해 온 전기차 공급망 전략과는 궤를 달리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영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수년 만의 총리급 방중을 통해 ‘실용적 관계 재설정’을 선언했다. 중국산 주류에 대한 관세 인하, 무비자 입국 허용 등 가시적인 경제적 패키지를 챙긴 영국의 행보에 대해 미국 CNBC는 “동맹의 결속이 느슨해졌다는 인상을 중국에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다. 캐나다를 향해서는 “중국을 경제적 생명선으로 취급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영국의 선택에 대해서도 “매우 위험한 거래”라는 표현이 나왔다. 동맹국들이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좇아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미국, 중국 노선 따라 동맹 재분류 나서
동맹국들의 이탈 조짐에 대해 미국은 말로만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적 장벽을 쌓는 방식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재무부를 중심으로, 동맹국과의 협력 조건을 전면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 핵심은 ‘보상과 처벌의 명확화’다.
미 상무부와 백악관 안보 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는 정책 기류는 분명하다. 반도체, 인공지능(AI), 핵심 광물 등 첨단 분야의 공급망 협력에서 미국은 파트너를 두 부류로 엄격히 구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전략과 보조를 맞추는 ‘고도로 공조된 동맹국’과, 경제적 실익을 이유로 중국과 독자 노선을 택하는 ‘정책이 엇갈리는 파트너’다.
의회 역시 입법을 통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 동맹국의 대중 협력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한다고 판단될 경우, 무역 혜택이나 기술 이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들이 논의 중이다. 이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경제적 혜택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왜 한국만은 예외로 두지 않는가
미국은 최근 한국이 대중 수출 통제를 얼마나 신속히 이행하는지, 첨단 산업에서 중국과의 투자 관계를 유지할지, 외교·안보 현안에서 어떤 표현과 태도를 취하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캐나다나 영국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과 달리, 한국의 움직임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한국은 캐나다나 영국과는 체급과 위치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캐나다는 지리적으로 북미의 안전권 안에 있고, 영국은 대서양 너머의 섬나라다. 반면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을 직접 견제하는 핵심 전초기지다. 주한미군과 미사일 방어 체계는 물론, 글로벌 반도체·배터리 공급망의 핵심 거점 역시 한국에 집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경제적 실익을 이유로 중국과의 정책적 거리를 좁히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할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전체 전략 체계의 균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잣대가 유독 엄격한 이유는 한국이 전략적 측면에서 그만큼 핵심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줄타기’를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 캐나다나 영국보다 훨씬 좁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밀착 선택이 부를 안보·경제 비용
만약 한국이 현재의 기조를 바꾸어 중국과의 협력 수위를 높일 경우, 그 대가는 단순한 외교적 마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심층적으로 예상되는 위험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위기 발생 시 신속히 작동해 온 한미동맹의 대응 체계가 약화될 수 있다. 동맹 자체가 파기되지는 않더라도, 미국은 실무 차원에서 한국을 ‘관리 대상’으로 재분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군사 정보 공유의 제한, 연합훈련의 형식화, 확장억제 협의 과정에서의 소외는 한국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가 될 수 있다.
둘째,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핵심 기술 협력에서 소외될 위험이다. 미국은 이미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의 기술 협력을 확대할 경우, 미국산 첨단 장비 도입 지연이나 공동 연구 배제는 현실적인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핵심 기업들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중국 의존 심화가 불러오는 협상력 상실이다. 역설적으로 친중 노선은 중국에 대한 협상력을 약화시킨다. 중국은 상호 의존이 아니라 일방적 의존을 선호하는 국가다. 미국이라는 전략적 뒷받침을 잃은 상태에서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과거 사드(THAAD) 사태와 같은 보복에 노출될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넷째, 국제 사회에서의 지위 하락이다. 미국은 현재 동맹국을 ‘핵심 조율국’과 ‘주변 협력국’으로 재편하고 있다. 한국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할 경우, 국제 규범 설정 과정에서 사후 통보만 받는 ‘2류 파트너’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균형 외교’라는 이름의 위험한 환상
미국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캐나다처럼 대중 정책에서 시행착오를 감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인식이 분명하게 공유되고 있다. 한국의 선택이 곧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제 환경은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이나 ‘균형 외교’라는 이름의 회색지대를 허용하지 않는다. 캐나다와 영국의 실용주의를 부러워하며 뒤따르기에는,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산업적 위치가 지나치게 엄중하다.
눈앞의 시장 이익을 우선시하다 안보와 첨단 기술이라는 생존의 기반을 잃는 선택은 피해야 한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모호한 줄타기가 아니라,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동맹의 가치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틀 안에서 최대의 국익을 확보하는 정교하고 단호한 전략이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선거 전략과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축적했습니다. 이후 한국정치사회연구소 연구위원과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 현장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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