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저출산 20년, 일본이 비어간다

배셰태 2011. 7. 12. 11:07

[저출산 20년, 일본이 비어간다] '아이 천국' 日엑스포랜드 폐허로… 인기 높던 치대·약대도 미달

조선일보 세계 2011.07.11 (월)

 

[1] 14세 이하 인구 40% 감소
줄어드는 학교 - 단기대학 15년새 200개 줄고 사립대 40%가 정원 부족, 등록금 인하 경쟁까지 붙어
늘어나는 유령 테마파크 - 도쿄 동물원 관람객 반으로 스키 인구는 3분의 1 토막… 수영장·볼링장 매출도 급감

 

#8일 정오 아이치(愛知)현 신시로(新城)시 교외에 있는 아이치신시로오타니(愛知新城大谷)대학. 평일 점심때인데도 캠퍼스 어디에서도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재학생이 23명에 불과한 데다 이날 수업이 없어 학생이 아무도 등교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신시로시는 지난 2004년 지역활성화를 위해 21억엔(273억원)을 지원해 이 대학을 지었다. 고령화 시대에 유망하다는 사회복지 전공을 중심으로 한 4년제 대학이다. 이 대학은 당초 학생 400명 수용을 목표로 캠퍼스를 지었지만, 개교 첫해부터 학생 모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학생은 늘지 않아 결국 폐교 수순을 밟고 있다.

#오사카의 만국박람회기념공원에 있는 놀이공원 엑스포랜드는 잡초만 무성하다. 1972년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오픈한 엑스포랜드는 한때 하루에 수만 명의 어린이가 뛰어놀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을 즐겨 찾던 '어린이 손님'들이 점점 줄어 적자가 누적된 데다 안전사고까지 겹치면서 2009년 문을 닫은 후 폐허로 전락했다.

◆10년 내 100여개 대학 문 닫을 것

인구 성장을 전제로 경쟁적으로 시설을 확대했던
일본의 대학과 테마파크 중엔 폐허로 변해버린 곳이 많다. 저출산 여파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결과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출산율은 1989년 1.57명으로 떨어졌다. 인구가 급감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일본 정부는 각종 저출산 대책을 세웠지만 2004년엔 1.29명까지 떨어졌다.

일본 오사카의 놀이공원 엑스포랜드의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1972년 개장한 엑스포랜드는‘어린이 손님’이 줄어들면서 2년 전 문을 닫았다. 일본의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가 1980년 2800만명에서 최근 1700만명으로 급감해 파산하는 놀이공원이 늘고 있다. 대학입학 연령인 18세 인구도 1990년엔 200만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120만명까지 줄어 도산하는 대학도 속출하고 있다. /구글 이미지

1980년 2800만명에 육박했던 일본의 0~14세 유소년 인구는 30년 만에 1700만명 이하로 감소했다. 특히 1990년 200만명이 넘던 18세 인구(대학 진학 인구)는 최근 120만명까지 급감해 사립대학의 40%가 학생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해 파산이 속출했던 단기대학의 운명을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3년제 단기대학은 1996년 598개에 달했고 재학생도 53만명이 넘었다. 하지만 학생수가 15만명으로 감소하면서 도산과 통폐합이 속출해 학교 수가 390여개로 줄었다.

무로호시 유타카(諸星裕)씨는 '대학 파탄'이라는 책에서 "앞으로 10년 내에 100여개 대학이 학생수 부족으로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때 최고 인기를 누리던 치대·약대조차도 요즘은 정원을 채우기 어렵다. 17개 사립치대 중 10개 대학이 작년 입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치대 중에는 입학 정원의 25%를 겨우 채운 곳도 있다.

학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등록금 인하 경쟁도 불붙고 있다. 후쿠오카의 다이이치(第一) 약학대학은 2005년에 640만엔(8316만원)이었던 입학금을 2009년에 170만엔(2209만원)까지 낮췄다. 오사카(大阪) 치과대학은 20%, 준텐도(順天堂) 의과대학은 30% 정도 학비를 인하했다.

◆스키인구 3분의 1 토막 나

저출산으로 잠재 고객층이 대폭 축소되면서 어린이들이 자주 가는 놀이공원이나 동물원 이용자도 줄었다. 어린이 관람객이 많은 도쿄 우에노동물원의 경우 연간 관람객이 1970년대엔 700만명을 넘었지만 최근에는 300만명을 밑돈다. 저출산의 여파는 청년층 감소로 이어져 스키인구의 감소, 또 관련 업체의 파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키인구는 1993년 1860만명에서 560만명대로 줄어 요즘도 스키장 파산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나가노(長野)현 마다라오(斑尾) 고원의 스키장과 골프장을 운영하던 '플레이랜드 마다라오'와 인근 지역에 있는 가사코시(笠越)스키장이 파산을 신청했다.

젊은 층 감소는 1990년대 초반 2820억엔과 1910억엔까지 치솟았던 수영장과 볼링장 매출을 1480억엔과 830억엔 정도로 반 토막 냈다. 빙상장 매출도 1990년대 240억엔에서 최근 70억엔으로 줄었다. 도데우치 아키오(土堤內 昭雄) 닛세이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이미 20년 전부터 저출산으로 인한 대학과 레저산업의 위기가 예상됐지만, 정부도 대학도 기업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연쇄 도산 사태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