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증거 7755개, 성남FC 사건…검찰 "이재명 의혹 중 가장 혐의 확실"

배세태 2023. 5. 19. 12:42

증거 7755개, 성남FC 사건…檢 "이재명 의혹 중 가장 혐의 확실"
중앙일보 2023.05.19 김철웅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81114?sid=10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재판이 지난 3일 시작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7755개에 이르는 증거목록, 약 5만5000쪽 분량을 제시했다. 지난 정부 때 시작된 수사는 경찰·검찰을 오가며 공회전하다 정권이 바뀐 뒤 재수사를 거쳐 약 5년 만에 기소에 이르렀다.

2015년 3월 14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성남FC 구단주)이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시축 이벤트를 했다. 사진 이재명 대표 블로그

검찰 내에선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의혹 중 성남FC 뇌물 혐의가 가장 확실하다”는 분위기다. 당초 고발장 접수→경찰 불송치 처분→고발인 이의신청→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경찰 송치→ 검찰 기소까지 우여곡절을 거친 ‘애물단지’였지만, 지금은 유죄를 받아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건으로 보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성남지청이 확보한 객관적 증거가 굉장한 많은 분량”이라며 “지난 1월 이 대표 소환조사 때도 성남FC 후원기업별로 혐의를 확실히 입증할 증거 두 개씩만 골라 제시했다고 들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상-네이버 '대화 복기본'…정 "120억 안되면 최소 60억"

이 대표는 소환조사 때 미리 준비한 서면진술서를 제출하고 ‘답변을 진술서로 갈음하겠다’며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비서관이 네이버 관계자를 만나 “3년 동안 연 40억원씩 120억원을 후원해달라. 아니면 최소한 연 20억원씩 총 60억 원을 해달라”고 말한 내용이 제시되자, 이 대표는 “정진상이 진짜 그렇게 얘기했나”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검찰 공소장 등에 따르면 이 문건은 네이버가 정 전 비서관을 만난 뒤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했다. 녹음한 것을 글로 풀어낸 것처럼 양측의 대화가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적혀 있다고 한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조사할 때는 해당 문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정 전 비서관이 “네이버 측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아예 부인했기 때문이다.

정 전 비서관의 주장과 달리 네이버 측에선 “2014년 12월 3일 성남시 궁내동 여수바다장어 식당에서 정진상 비서관이 ‘제2사옥 건립 인허가 협조 등을 실무부서에 지시해뒀다. 이재명 시장 잔여임기 3년간 20억원씩 후원해달라’고 했다”는 등 제3자 뇌물죄 적용을 뒷받침할 진술을 내놨다. 당초 경찰은 후원기업 중 두산건설만 송치했지만,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과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네이버까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했다.

4년 9개월 수사…성남지청 수사팀이 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10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과 관련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제1야당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첫 사례다. 뉴스1

첫 고발장 접수부터 기소까지 4년 9개월 걸린 이 사건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 대표는 올해 초 “수년 간 수사로 무혐의 처분된 사건을 검찰이 다시 끄집어냈다”고 했다. 그러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무혐의 처분됐다는 말은 틀렸다”며 “경찰이 수사하다 불송치 결정했지만, 고발인 이의제기에 따라 검찰에서 검토해 보완수사 요구를 했고 이 대표를 수사 중”이라고 바로잡기도 했다.

검찰은 2018년 6월 이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사건을 받은 경찰은 이 대표 대면조사 없이 3년 3개월 만에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고발인 이의신청 절차로 검찰에 사건이 들어간 뒤엔 검찰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졌다.

대선을 두 달 앞둔 지난해 1월, 당시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는 “박은정 지청장이 재수사를 막고 있다”며 항의성 사표를 제출했다. 직속 상사의 수사 방해를 주장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대표 수사를 놓고 문재인정부 검찰 고위직과 일선 검사들이 부딪히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선거판 이슈로 사안이 커지자, 지난해 2월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최초 고발 3년 8개월만의 재수사였다. 정권교체가 된 후엔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경찰은 앞서 불송치 결정과 달리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이 바뀌었고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확보했다”며 이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제 '법원의 시간'…재판속도 두고 신경전

스페인 명문 구단 FC바르셀로나를 방문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사진 이재명 대표 블로그

검찰은 직접수사를 거쳐 이 대표가 2014년 10월∼2016년 9월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푸른위례 등에서 133억5000만원을 받고 건축 인허가, 토지 용도 변경 등 특혜를 제공했고, 네이버와 관련해선 뇌물을 기부금으로 가장한 혐의(특가법상 제3자뇌물 및 범죄수익은닉)로 지난 3월 재판에 넘겼다. 공소장엔 “운영자금 확보 없이 시민축구단을 창단한 뒤 자금난이 반복되면 자신의 정치적 역량이 평가절하돼 지지율 하락이 될 것을 우려해 시장이 가진 인허가권을 내세워 후원기업 민원을 해결해주며 돈을 지급받았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두산건설과 네이버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이 대표의 경우 공판준비기일과 법원 휴정기를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에 본재판이 시작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 조원철 변호사와 검사 출신 박균택 변호사 등을 선임한 상태다.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들은 재판부가 다음달 일정을 제안하자 “사건기록을 검토하기 전까지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아예 불가능”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다른 정치인 사건에선 수사기록이 더 방대한 경우도 많다”며 변호인 측의 재판 지연 의도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