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이준석 쳐내면 더불어민주당 꼴날라” 당권 걸린 윤리위, 국민의힘 세 개의 시선

배세태 2022. 6. 19. 11:41

“이준석 쳐내면 野 꼴날라” 당권 걸린 윤리위, 與 세 개의 시선[주간조선]
조선일보 2022.06.19 배용진 기자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2/06/19/C5XM6HAX4FDOLGX2PUJSBY6N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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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photo 뉴시스

“이준석을 쳐내면 민주당 꼴 나는 거 아니냐, 과거로 회귀하는 거 아니냐며 걱정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말을 못 해서 그렇지.”

국민의힘 TK지역 한 의원의 말이다. 이준석 당대표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당 윤리위원회는 본래 6월 24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27일로 연기됐다. 윤리위가 연기되면서 이 대표를 둘러싼 국민의힘 세력다툼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번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 대표를 향해 제기된 성접대 의혹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열리는데, 징계 대상자가 당대표라는 점에서 당 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윤리위의 징계 수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고, 제명 등 4단계 중 하나로 결정될 전망이다. 위원장을 포함해 전체 9명 중 과반인 5명이 출석하고, 3명 이상이 찬성하면 징계안이 가결된다. 당원권 정지 이상의 조치가 나올 경우 이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윤리위를 앞둔 국민의힘은 겉보기에는 조용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통상 3선 이상 의원들을 일컫는 중진과 재선, 초선 의원별로 친소관계에 따라 삼삼오오 모여 이번 사태의 전망과 예측을 공유하고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현 갈등은 당내 권력다툼 그 자체인 만큼, 다들 민감한 사안임을 감지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국민의힘 의원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내 의견을 말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를 향한 윤리위 결정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번 성접대 의혹 역시 자신을 향한 ‘공작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6월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와서 보면 굵직굵직한 공작들이 있었는데 다 헛소리였다. 그건 당대표니까 으레 넘어간 거지, 하나하나 따졌으면 당이 터졌을 것”이라며 “이렇게 참은 당대표가 어딨나. 오늘 1년 차가 된 건 제가 봐도 경이롭다”고 말했다. 당대표 1년간의 회고를 말하는 자리였지만 윤리위 결정을 눈앞에 둔 만큼 이번 의혹 역시 공작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당 내외에서는 해석했다.

갈등의 본질은 당권 싸움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의 본질은 당권을 둘러싼 세력 싸움이다. 중진들이 이 대표를 불편해하는 대목은 세력별로 다르다. 최근 이 대표와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인 정진석 의원을 포함한 친윤계는 대선 때부터 이 대표와 불편한 사이였다. 대선과 지선이라는 큰 선거에서 이기면서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당권을 바라보는 친윤계의 공격은 산발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친윤계로 불리던 정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간의 친밀도도 예전같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 의원이 띄운 국민의힘 공부 모임 ‘민들레(가칭·민심을 들을래)’에 대해 권 원내대표가 공개 반대하자 장 의원이 “민들레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두 사람 간에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당권을 노리는 안철수 의원도 이 대표와는 불편한 사이다.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에 안 의원은 국민의당 몫으로 배정된 두 위원으로 정점식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추천했는데, 이 대표가 이에 반대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 대표는 정 의원은 애초 국민의당 인사가 아니고, 김 위원장은 과거 여러 차례 날선 발언으로 국민의힘 인사들을 비난했다는 이유에서 비토를 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현재까지 이 대표 측과 ‘전략적 연대’를 하고 있다는 시선이 있다. 지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실책을 해 위기에 처한 권 원내대표가 마찬가지로 당권을 탐내는 이들로부터 공격받는 이 대표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장 의원은 본래부터 친안계와 가까운 사이였던 만큼 이 대표 측에서는 ‘민들레’가 세력을 키울 경우 내년 당대표 선거에서 안 의원을 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친홍계의 견제도 시작됐다. 홍준표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은 지난 6월 13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혁신위가 이 대표의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배 의원은 최근 김민수 국민의힘 성남분당을 당협위원장을 혁신위원으로 추천했다. 김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때부터 활동을 해온 1978년생 젊은 원외 당협위원장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역시 취임 1주년을 맞아 ‘자기 정치’를 선언한 이 대표를 향해 “여태 타인을 위한 정치를 해왔다는 건가”라며 날을 세웠다.

현재까지 윤리위 결정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내부는 이 대표의 유임을 점치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어쨌든 당이 대선과 지선을 이겼지 않나.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본다 한들 혁신위를 띄운다고 하는데 마치 당권에 눈이 멀어 그 날개를 꺾는 모양새가 되는 거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총선이 2년 남아 있지만, 이번에 혁신위의 날개를 꺾는 모양새가 됐을 때 2년 안에 그 여파가 가실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냐는 것이 이 인사의 우려다. 이 관계자는 “간만에 2030들의 지지세가 우리 당에 와 있는데, 다시 꼰대 정당이 되는 건 어떻게든 피해야 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다만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 이상의 결정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 다른 관계자는 “이번 윤리위 개최 결정도 당내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예상하지 못하지 않았냐”며 “위에서는 다르게 결정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난 이준석이 두렵고 부럽다”

이 대표를 둘러싼 현 사태는 최근 우상호 비대위원장을 추대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난 이준석이 두렵고 부럽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페이지는 국회 보좌진들이 주로 글을 올리는 페이스북 공간이다. 작성자는 이 대표를 일컬어 “이준석은 혼자 이룬 것이다. 누구에게 줄 서지 않았다”며 “민주당을 돌아보면, 민주당 청년정치인은 그런 용기도, 기세도, 전략도, 인내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40대 이하의 민주당 현역 의원들을 가리키며 “나이만 청년이지 이들은 친문 친명 친이 어디에 줄 설 때 자신이 살아남는지만 관심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상황이 우리 당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윤리위 개최)를 눈여겨보는 분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만약에 경기와 충남을 다 졌으면 몰라도 어쨌든 경기 빼고는 다 이겼고, 이 대표의 임기도 아직 1년이 더 남지 않았냐”며 “당대표를 선출할 때가 되면 저절로 순리대로 새로운 분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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