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2020년 서해 공무원 北피살 사건]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배세태 2022. 6. 18. 20:08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그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의무를 다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란 근원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명제(命題)를 정확히 보여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2020년 10월31일 미 해군 특전단 ‘네이비실’요원 30여명은 아프리카 리제르와 나이지리아 국경 근처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의해 납치된 미국 선교사의 아들 필립 월턴(27)씨를 한밤중에 낙하산을 타고 인질범 아지트로 침투해 구출해냈다. 구출작전을 승인했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이 성공한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기뻐했다. 

2001년 뉴욕에서 9.11테러를 당한 후 미국은 주범인 빈 라덴을 체포하기 위해 10년 동안 우리 돈 430조원을 썼다. 그리고 기어이 빈 라덴을 찾아내 사살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지하 벙커에서 미 해군 특수대원의 헬멧 특수카메라로 중계되는 작전을 위성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작전을 지시했다.

원비어씨는 2015년 말 북한을 방문했다가 사소한 일로 붙잡혀 17개월 동안 억류돼 고문을 당해 식물인간이 되어서 풀려나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돌아오자마자 사망한다. 미국의 언론과 정치권, 사법기관, 지식인 등이 모두 들고 일어났다. 그 결과 미국 법원은 북한 정부에 대해 5억113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천 6백43억 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2019년 5월, 프랑스 남자 두 명이 아프리카 여행도중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다. 애초에 프랑스 정부가 ‘적색경보지역’으로 지정한 구역을 무모하게 들어갔다가 인질이 된 것이다. 이 두 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위베르 특공대’를 투입해 인질을 극적으로 구출해 냈다. 하지만 작전 중 특공대원 두 명이 희생됐다.

그러자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위험지역에 들어갔던 사람에게 비난여론이 쏟아졌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의 의무는 국민이 어디에 있든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비난 여론을 잠재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의 존재이유를 충분히 증명하고 국민을 이해시켰다.

그렇다면 2020년 9월 22일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사살된 뒤 불태워진 우리나라 해양수산 공무원 이 씨의 경우는 어떠했는가. 당시 해경과 국방부는 이씨가 “도박 빚 등에 몰려 월북(越北)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하지만 동료선원들은 “월북 가능성이 없다”고 일치된 진술을 했고, 이씨가 “수영을 잘하지 못하고, 평소 북에 대해 말한 적도 없다”는 가족과 동료 진술도 있었다.
 
그런데도 해경은 이 씨의 통장을 뒤지고, 가족관계와 사생활을 집중적으로 캤다. 이 씨의 채무 내용과 도박 정황을 범죄 일람표처럼 공개하며 “월북”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던 해경이 이번에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2년 전 “월북”이라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발표를 뒤집은 것이다.

또 당시 국방부는 “북이 우리 국민에게 총격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군은 다음 날 북이 시신 소각을 부인하자 “소각은 추정”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 이번엔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씀 드린다”고 했다. 군의 감청 기록이 “월북 증거”라고 했던 것도 이번엔 “월북을 입증할 수 없다”고 뒤집었다. 

이 씨의 고3 아들은 월북자 가족이라는 낙인에 육사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아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 아빠가 적에게 죽음을 당할 때 이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절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답장에서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해경의 조사와 수색결과를 기다려 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나 역시 예상대로 거꾸로 나갔다.

국민이 살해된 직후 문 전 대통령은 사전 녹화된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했다. 김정은이 ‘미안하다’고 한 마디 하자 민주당은 ‘북한 규탄 결의안’ 대신 ‘종전선언, 관광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에 불참하고 아카펠라 공연을 보고는 “북한의 사과는 이례적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월북”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해경과 국방부가 2년 전 발표 내용을 뒤집는 수사결과 발표를 하자 민주당에선 반박에 나섰다. 윤건영 의원은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했고, 당시 정무수석비서관이었던 최재성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하여 근거도 없이 발표를 뒤집은 셈“이라며 ”현 정부가 권력에 의해서 음모론을 기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북한군에 의해 발견돼 피살될 때까지 6시간동안 살아있었다.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를 한 후에도 3시간은 생존해 있었다. 그 6시간 동안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지. 대통령은 청와대 보고가 들어온 그날 오후 이 씨가 피살 된 시간까지 3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무슨 보고를 어떻게 했으며 군 통수권자는 왜 아무런 조치도 안하고 잠을 잤는지. 당시 월북 판단을 서두른 이유는 무엇인지. 모두 밝혀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고 되어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명문화 한 것이다. 국민이 적에게 사살 소각되는데도 구출은커녕 바라보기만 하다가 ‘월북“으로 몰았으니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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