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검수완박 법안 공포는 사악할 뿐만 아니라 멍청한 짓...윤석열에게는 최상의 꽃놀이패■■

배세태 2022. 5. 4. 15:01

*사악할 뿐만 아니라 멍청한 짓

검수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다수의 법률가들이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사회적 약자와 일반 국민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박탈이나,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을 경우 보완수사가 제한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수사권 조정 이후 재판 이전 단계의 형사 절차에 대한 '책임자'가 사라진 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형태로 시스템이 돌아가면서, 형사사건 처리의 지연과 이유도 알 수 없는 사건 종결 그리고 진실의 은폐가 늘어났는데,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엉터리 도그마를 부정한 목적으로 추진한 자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사람들은 나중에라도 역사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더 웃긴 것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검찰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공포 때문에 급박하게 추진된 검수완박 법안이 오히려 윤석열 당선인에게 수사권을 이전과 거의 다름 없이 행사하면서도, 정권 말의 안전까지 상대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꽃놀이패'를 선사한다는 것이다.

상세하게 설명해보겠다.

이른바 검찰 (옛)특수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형사부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여러가지가 있지만, 핵심적인 차이는 배당받는 사건의 양과 성격이다. 형사부 경찰이 수사를 개시해서 1차적으로 수사를 마친 후 검찰로 송치하는 다수의 사건을 꾸준하게 받아서, 직접 보완수사 또는 보완수사 요구를 한 후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다.

특수부는 다르다. 특수부는 지검장 또는 차장검사가 배당하는 특별한 사건 1~2건을 맡아서 수사개시 단계부터 검사가 집중적으로 직접 수사하는 곳이다. 배당받는 사건은 대부분 정치적, 경제적 파장이 큰 민감한 성격의 사건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 중 논란이 크게 될 만한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하기도 한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특수부를 크게 축소하고, 경제범죄나 부패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묶어뒀고, 특히 정권 교체 후 가장 신경 쓰이는 직권남용 혐의 사건에 대한 수사는 할 수 없도록 못박아뒀으니, 어떤 사람들은 윤석열의 팔을 묶었다고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마도 한동훈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상설특검법에 규정된 특검 발동 권한을 행사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여러 개 더 만드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상설특검은 법무장 장관의 결단이나 국회의 의결로 발동된다. 특검이 발동되면 국회에 구성된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가 복수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국회가 추천한 복수의 후보 중 여당(국민의힘) 측이 추천한 사람이 임명될 가능성이 크니, 결국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이 특검이 되는 구조다.

법무부 장관이 특검을 발동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어떤 사건 수사를 위해 특검을 도입할지를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결정한다는 뜻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상설특검이 어떤 사건을 수사할지 '배당'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가? 한동훈이 "배당"한 사건을 윤석열이 골라서 임명한 특별검사가 수사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실무 수사 인력으로 법무부는 에이스급 검사 여러 명을 파견할 것이고, 감사원, 금감원, 국세청 등도 우수 자원을 상설특검에 파견할 것이다. 결국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또는 과거 중수부 중수1과와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검찰 수사팀'이 구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법무부 장관은 상설특검을 동시에 여러 건 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수사팀이 한꺼번에 여러 개 돌아갈 수도 있다. 과거에도 보기 힘들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2,3부 또는 대검 중수부 중수1,2,3과가 동시에 가동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을 앞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여전히 서울중앙지검에 일부나마 반부패부가 남아있을 거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도 몇 가지 특별한 사건을 제외하면, 각종 고소, 고발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의타를 맞을 가능성은 봉쇄한 것 아니냐고? 앞으로 검찰의 형사부가 담당했던 고소, 고발 사건에 대한 대부분의 수사권과 사건 종결권은 경찰이 담당한다. 정확히 말하면 경찰 내부의 국가수사본부가 담당한다. 문재인 정부가 형식적으로나마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한다면서 만든 국가수사본부장은, 법률적으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경찰청장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는다. 과거의 검찰총장처럼, 국가수사본부장은 법률적으로는 전국의 수사 경찰에 대한 독자적인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의 관계를 규정한 법률을 살펴보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를 규정한 검찰청법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국가수사본부장 자리는 원래 경찰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가 맡을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이를 위해 충족시켜야 하는 요건 중 하나가 '판검사 경력 10년 이상인 자 가운데 퇴직한 지 1년이 지난 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과 각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 가운데, 검사로 10년 이상 일했으면서 퇴직한 지 1년이 넘은 변호사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검찰 조직보다 관행적으로나, 계급구조 상으로나, 퇴직 후 생활력이라는 면에서나 자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수사 경찰 조직을 윤석열의 측근이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검찰 형사부와 공안부의 수사 기능을 대체할 조직을 말이다.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대통령 측근을 보내는 건 부적절한 전례를 만드는 일이란 비판을 받지 않겠냐고? 문재인 대통령은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을 임명했다. 그렇다고 윤석열이 측근을 국가사수본부장에 보내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전례는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준 셈이다.

내가 설명한 상황이 그대로 현실화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검찰 특수부의 수사 기능은 복수의 상설특검이, 검찰 형사부와 공안부 등의 수사 기능은 윤석열의 측근이 장악할 수 있는 국가수사본부가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검찰의 수사 기능을 대체할 신설 기구를 마련해놓지도 않고 수사기능 상당 부분을 증발시켰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에게 상설특검의 가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명분까지 부여해줬다.

윤석열 정부 후반기로 접어들면 어떻게 될까? 역대 모든 정부가 그랬듯이 정권 말이 되면 윤석열 정부도 이런 저런 의혹 사건 수사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그런데 그때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 관련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 '상설특검'을 발동할까? 그리고 윤석열의 측근이 장악한 국가수사본부가 이런 의혹 사건과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할까?

검찰에 제도적 권한이 부여되어 있을 때는 어쨌든 이런 저런 잡음 속에서라도 정권 말이 되면 검찰이 일정 부분 수사를 진행했다. 오히려 정권 말이 되면 현 정부를 수사하는 검찰을 두고 '검찰 조직의 생존본능'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상설특검은 아예 존재하지 않고, 검찰보다 외압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찰 조직이 수사권을 틀어쥐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후반기에 불거질 의혹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어느정도로 이뤄질 수 있을까?

결국 이번 검수완박으로 사회적 약자와 일반 국민들은 엉망이 된 형사절차 속에서 큰 고통을 겪게 되는 반면, 윤석열은 정권 초에는 하고 싶은 일 하는 것에 거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정권 말에는 이전의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검수완박을 어떤 목적으로 추진했는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윤석열의 손발을 묶어서 수사를 피하려는 목적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있다면, 사악할 뿐만 아니라 멍청한 짓을 한 것이다. 서민들의 피와 눈물을 대가로 형사절차를 엉망으로 만들면서, 정작 자신들이 미워하는 윤석열에게는 꽃놀이패를 안겨준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임찬종(SBS 법조 기자) 페이스북 20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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