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조선일보/사설] 검·경·공수처 이어 중수청, 한 나라에 수사기관이 몇 개인가

배세태 2022. 4. 25. 15:29

[사설] 검·경·공수처 이어 중수청, 한 나라에 수사기관이 몇 개인가
조선일보 2022.04.25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2/04/25/GHD4IN2LPBHJJFPA4QQV4MFL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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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은 '국민독박'이라던 국민의힘./국회사진기단

여야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합의하면서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기로 했다. 검찰이 하고 있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 수사를 이곳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1년 6개월 뒤 중수청이 발족되면 자치경찰과 국가경찰(국가수사본부), 기소를 전담하는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각각 별도의 수사기관으로 난립하게 된다.

수사기관이 많다고 법적 정의가 실현된다면 백 개라도 만들어야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공수처가 수사를 시작한 것이 작년 1월이지만 그동안 어떤 범죄를 척결했는지 내세울 게 없다. 공직자 비리를 잡아내겠다고 만든 공수처가 친정권 검찰 간부 피의자를 관용차로 모셔 ‘황제 조사’하고 이 사실을 보도한 언론인을 마구잡이 통신 사찰을 해가며 수사한 것만 떠오른다. 옥상옥의 수사기관을 만들었을 때 실제로 일어날 일을 공수처가 증명했다. 능력과 사명감 없는 수사기관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국민에게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한다.

5년 전 문재인 정권이 ‘수사권의 민주적 통제’를 이유로 들고나온 검찰 개혁은 결국 ‘수사권의 비민주적 난립’으로 귀결되고 있다. 중수청이 가동될 때까지 1년 6개월 동안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4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완전히 넘어간다. 그러면서 검찰엔 수사 지휘권조차 남기지 않았다. 경찰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다. 울산 선거 개입,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산업부 블랙리스트 등 현 정권 수사가 경찰에 넘어가면 정치적 야합에 의해 사라질 수 있다. 공수처는 독립 기관이란 점을 내세워 지금처럼 입맛에 맞는 수사만 선별적으로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6대 범죄 수사를 가져갈 중수청의 권한과 견제 장치 역시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

수사의 정의를 실현하려면 수사기관을 권력에서 독립시키는 것 이상의 묘수가 있을 수 없다. 지금처럼 친정권 인사를 검찰 간부로 기용하고 이해득실에 따라 수사기관을 조각 내는 권력의 폭주만 막아도 제도적 정의는 거의 실현할 수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기관만 계속 늘리면 국가 수사 체계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 난립·중첩·비대화에 따른 불이익은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