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중재안’을 덥석 받아든 3가지 이유■■

배세태 2022. 4. 24. 14:26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중재안’을 덥석 받아든 3가지 이유
펜앤드마이크 2022.04.24 양준서 기자
https://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53520

지난 22일 양당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합의문에 서명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35%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의힘이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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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변화와 단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권성동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와 관련해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양심 선언’ 그리고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으로, 6.1 지방선거를 앞둔 여론이 국민의힘에 유리한 상황에서, 권 대표의 선택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민주당의 꼼수에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부담을 느낀 민주당의 출구 전략에 국민의힘이 합의해줬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각구성, 6.1지방선거 공천, 원내대표 선출 등에서 ‘강한 그립’을 행사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박 의장 중재안을 수용한 것도 윤 당선인의 결단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 원내대표가 중재안에 서명하기 전 개최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권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며 설득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진다. 권 원내대표는 ‘보완수사권을 유지했다는 점과, 6대 범죄 중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지킨 점’을 나름의 성과로 여기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권 원내대표가 중재안을 받아든 직접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국민의힘 내부와 검찰 등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권 원내대표가 중재안을 수용한 이유를 3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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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양측이 수용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① 정치권은 부실수사를 원한다?

우선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들이 연루된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부실수사를 원하기 때문에 이번 합의가 쉽게 이뤄졌다는 냉소적인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는 국민의힘 내 일부 양심적인 의원들조차 이 같은 분석에 공감을 표명한다.

검찰 내부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강력 반발하는 이유이다. 중재안이 시행될 경우, 검찰이 수사권을 가진 6대 범죄 중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범죄’는 경찰로 넘어간다. 특히 검찰은 선거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

따라서 6.1 지방선거에서 선거법 위반을 자행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이다. 법조계에선 정치인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이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범죄를 골라서 배제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타협이 아니라 야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검수완박 법안을 두고 극심한 충돌을 벌였던 양당이 선거 범죄 수사권을 없애는 데엔 뜻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선거범죄는 시효문제, 선거운동의 복잡한 법리문제 등 어려운 수사에 해당한다. 반면 선거 범죄의 공소시효는 6개월에 불과하다. 짧은 시효 기간을 감안할 때, 검찰을 배제한 채 경찰만 수사할 경우 사건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6개월만 잘 버티면, 나머지 기간은 발뻗고 잘 수 있다고 판단한 여야가 야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② 검수완박 이후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장 임명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법무부 한동훈 장관, 행안부 이상민 장관이라는 뒷배?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은 검찰이 하던 수사를 중대범죄수사청(가칭)으로 넘기게 했다. 여야는 국회에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해 6개월 내 중수청 설치를 위한 입법을 완료하기로 했다. 법이 통과되면 1년 이내에 중수청을 발족시키고, 이때부터 검찰의 수사권은 완전 폐지된다. 형사사법시스템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중수청장 임명권은 5월 10일 취임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갖게 된다. 그리고 기존 검찰 지휘는 한동훈 법무부장관(후보)이 맡고, 경찰을 관할하는 행안부에는 이상민 장관(후보)이 있기 때문에 중재안이 통과되더라도, 견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윤 당선인이 중재안을 수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윤 당선인이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명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시 윤 총장은 “검찰의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검찰 개혁이 아니다”며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고 성토했다.

불과 1년 만에 입장을 바꾼 데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배신감을 느낀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의 침묵에 대해 "내로남불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정치인의 덕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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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키로 한 데 반발해 검찰 지휘부가 총사퇴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가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되기 위해 검찰을 이용한 것인가”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중재안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즉각 중재안 폐기를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③ 정권 초기 협치를 위한 ‘버리는 카드’로 선택?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법안을 국민의힘이 저지할 방법이 없다고 본 것으로 관측된다. ‘어차피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는데, 정권 초기에 민주당과 정치적 공방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인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당선인이 5월 10일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172석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 등 당장 시급하게 펼쳐야할 정책과 과제를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치가 불가피하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여야 대치정국을 장기화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새 대통령이 취임식장에서 여야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축하를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한동훈과 이상민이라는 뒷배가 있기 때문에, 중재안에 서명을 하는 것이 민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계산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통 크게 중재안에 서명을 하면서 양보를 했으니, 민주당에서도 향후 정국에서 협치를 해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정권 초기 협치 정국 조성을 위해 검수완박을 ‘버리는 카드’로 선택했다는 이야기이다.

윤 당선인이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7월 25일 김창용 경찰청장의 후임을 임명하게 되는 윤 당선인의 입장에서는 수사에 능력 있는 경찰청장 임명을 통해서 경찰의 수사력 강화를 통해 ‘수사 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