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평가와 과학기술 그리고 교훈■■

배세태 2022. 3. 30. 00:36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평가와 과학기술 그리고 교훈
                               
현재까지 전쟁경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5주가 지났다. 미영 정보 당국 발표와 서방 언론의 보도내용을 종합해 보면 북쪽 전선은 키예프 북쪽에서 러시아 군의 남하가 저지되어 있고, 남부전선은 케르손과 멜리토폴은 러시아가 점령했으나 마리우폴에는 입성하지 못하고 도시내로 포격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부전선에서도 하르코프와 이치움선에서 러시아군의 서진이 좌절되었다. 러시아 공군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대공미사일에 움츠려들어 제대로 작전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영국 합참의장으로부터 노플라이존(no fly zone)이 우크라이나에 필요없을 것이라는 조롱을 듣고 있다. 해군은 보스포러스 해협으로부터 보급이 차단되어 전투력이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 관찰한 것만 볼 때는 우크라이나가 선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러시아가 초기에 달성하려던 전략목표 달성(우크라이나 정권을 친러정권으로 교체)은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선전(善戰) 요소 : 사이버, 암호통신, 야간 탐지

우선 푸틴에게 가장 뼈아픈 요소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여전히 건재하여 국내·외 통치권 행사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사항은 전쟁 발발 후 바로 터어키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를 해서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러시아 군용선박 차단 조치를 이끌어 내고 브뤼셀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영국 의회 및 독일 의회에서 동영상 연설을 했다는 것이다. 모두 실시간 제공된 것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의 지휘통신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러시아는 아직도 우크라이나 주요인사의 IP추적과 통신감청에 실패하고 있다. 전쟁 전에 러시아는 사이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통신망을 무력화시켰다고 평가하고 공격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우크라텔레콤(UKRTelecom)은 정상적으로 인터넷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고 서방의 언론들도 이 서비스를 토대로 계속 전황을 보도하고 있다.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은 서방의 통신회사 기술지원으로 무장한 우크라텔레콤의 사이버 방어벽을 뚫지 못했다. 사이버 공간이 살아있으면 우크라이나 국민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정부와 군을 신뢰하면서 저항을 계속할 것이고, 이를 접한 러시아군에게는 우크라이나에서 작전이 조기에 종결될 것이라는 초기의 희망이 사라질 것이다.

둘째 러시아군의 공격로에 우크라이나 군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부 케르손에서 마리우폴을 지나 북부 케르니이우까지 반시계방향으로 700마일이 넘는 전선이 형성되어 있다. 러시아군은 진격할 때마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을 만나거나 재블린이나 스팅어로 무장한 보병과 조우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 광정면의 전선에서 방어부대를 우회하지 못하고 계속 교전을 허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러시아군의 통신이 감청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전술통신의 암호화에 실패하여 서방의 정보기관에 계속 공격기도를 노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영국이 제공하는 정보우위에 힘입어 700마일의 광전선에서 25만명 내외의 병력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격차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과거 해킹으로 전 세계 금융기관에서 암호화폐 등을 탈취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정작 자국 군대의 통신암호기술 개발에는 투자를 소홀히 하여 지금 그들이 열악한 군대로 평가했던 우크라이나 군대에게 호된 시련을 겪고 있다.

세 번째 러시아군의 야간작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 공군은 물론이고 육군도 야간작전에 적합한 탐지 수단을 갖추고 있지 않아 공격을 꺼리고 있다. 정밀유도무기는 물론이고 보병도 야간 표적지시기를 개인화기에 장착하지 못한 채 전투에 임하고 있다. 포로로 잡힌 러시아보병의 휴대화기 수준이 과거 아프칸 침공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군과 서방의 군대가 개인 이어폰과 야간투시경 및 위치추적용 패치를 두르고 작전하고 있는 데 반해 러시아군은 개인전투체계에 대한 투자와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아 개인 및 단위부대 시야가 좁아서 제대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도 이점에서는 러시아군 보다 우위에 있지 못하나 방자이므로 공자보다 덜 위험하기에 상대적으로 우세한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다.

결론 및 함의

비스마르크가 말했듯이 전장의 힘이 외교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 러시아가 이말에 심취하여 전쟁을 개시했을지 모른다. 20세기 이후 전장의 우세는 기술의 우세를 담보해야 가능한 시대로 바뀌었다. 과학기술의 강국이 전장을 지배해 온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만을 상대했을 때는 과학기술 분야 우세를 점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전장일 뿐이다. 소프트웨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고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여 러시아와 유럽의 중간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하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가 이 상황을 예상했으면 이렇게 준비 없이 시작하지 않았 으리라고 본다. 전쟁 당사국이 아닌 지원세력 전체의 기술발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능력도 국가 지도자에게 필요하다.

사이버, 암호통신 등 전쟁 초기 러시아가 약점을 노출시킨 이 분야는 군에만 한정된 기술이 아니다. 평시에도 피아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전투가 빈번한 곳이다. 평시에 단련되어 있지 못하니까 전시에 러시아의 한계로 드러났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영내로 더 깊이 들어갈수록 지휘통신이 더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여 우크라이나 군의 표적이 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우크라이나 군은 자국내 기지국을 이용하여 애플 휴대전화기를 사용하면서 부대를 배치하고 러시아군의 이동상황을 공유하지만, 러시아군은 지원하는 통신부대가 부실한 데다가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휴대용단말기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 러시아의 정보화 기술 낙후가 전장의 부대 및 무기체계를 무용지물로 반드는 작금의 현실은 우리도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출처: 주은식(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페이스북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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