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윤석열-문재인 청와대 회동] 용산·인사·추경 의견 나눴지만… 구체적 합의안은 못내놔

배세태 2022. 3. 29. 09:39

용산·인사·추경 의견 나눴지만… 구체적 합의안은 못내놔
조선일보 2022.03.29 김동하/김아진 기자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2/03/29/YVQ4D5ZBU5FANCSLL4ZX2E6ZZI/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28일 청와대 만찬 이후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은 “서로 너무 존중하는 느낌이었다. 두 분의 의견 차이는 제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임기 말 ‘알박기 인사’ 문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코로나 손실 보상을 위한 추경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 사항을 발표하지 않았다. 신구 권력 간 협조 관계의 물꼬는 텄지만 향후 현안에 대해서 입장 조율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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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양손을 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먼저 여민1관 앞에 나가 윤 당선인을 기다렸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 예우에 신경을 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이날 집무실 이전 문제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먼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윤 당선인이 “그동안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못했지만 이제는 국민과 함께하는 시대를 열고 싶다”며 이전 취지를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양측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렸다. 우선 집무실 이전 여부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배석한 장 비서실장이 전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기본적으로 집무실 이전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윤 당선인이 이전을 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어 이전 시기와 관련해서도 장 실장은 “그 문제는 두 분이 어느 시기까지 가능하다 아니다 말이 없었다”고 했다. 이전 시기는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예비비 예산을 문 대통령이 언제 승인해 줄지에 달려있다. 윤 당선인 측은 이날 회동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산 496억원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주겠다고 약속해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장 실장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 측에 ‘정확한’ 이전 계획을 요구했고, 그것을 제출하면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한 것이다. 일종의 ‘조건부’ 이전 협조 약속인 셈이다. 윤 당선인 측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반응이 당초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장 비서실장은 “제가 느끼기에는 실무적으로 시기나 이전 내용이라든지 이런 거를 (양측이) 공유해서 대통령이 협조하겠다라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시일 내에 용산 이전 문제에 대한 합의가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29일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장 실장은 “내일(29일) 국무회의 이야기나 예비비 이야기는 나누시지 않았다”며 “금액이나 타당성 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하셨으니 내일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기 말 ‘알박기 인사’

현 정부와 윤 당선인 측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 감사위원 후임 인사 등 인사 문제를 놓고도 갈등을 빚어왔다. 이날 회동에서도 이 문제가 자연스레 화제에 올랐다고 한다. 장 비서실장은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제가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해 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는 것은 이날 구체적으로 합의된 사항이 없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이날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자리를 거명하며 인사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큰 틀에서 문 대통령 임기 말까지 추가적인 정부 및 공공기관 인사 등은 자제한다든가, 아니면 서로 협의해서 시행한다든가 하는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장 실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를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문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인사 문제에 대해서 이철희 정무수석과 제가 국민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잘 의논해주기 바란다고 말했고, 당선인도 두 사람이 잘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사면

장 비서실장은 “오늘 사면 문제에 대해서 일절 거론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양측이 서로 진지하게 의논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외부에 공표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인 측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공공연하게 밝혀왔지만, 문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언급해왔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경우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을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일절 거론이 없었다는 말은 사면은 현직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추경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코로나 손실 보상을 위한 추경 문제도 논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 규모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해서는 합의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장 비서실장은 추경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은 안 됐고, 실무적으로 계속 논의하자고 서로 말을 나눴고 추가적으로 실무적 현안 논의는 이철희 정무수석과 제가 실무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경 규모에 대해서도 장 실장은 “예산 규모 이런 데 대해선 구체적 이야긴 안 했고 인수위 측과 청와대가 할 수 있는 한 서로 실무적 협의를 해나가자고 했다”고 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추경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만큼 그 규모와 시기만 추가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이야기도 전혀 없었다고 장 실장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