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대장동 재판서 ‘특혜’ 증거 공개한 검찰…이재명 결재 문건도 포함

배세태 2022. 3. 25. 17:08

대장동 재판서 ‘특혜’ 증거 공개한 검찰…이재명 결재 문건도 포함
조선일보 2022.03.25 양은경/류재민 기자
https://www.chosun.com/national/court_law/2022/03/25/EEK7BXSYHFDZLAJCHXB2XDHJ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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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가운데)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 작년 11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면서 확보했던 주요 증거들을 25일 법정에서 공개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구속기소) 등 주요 피고인들의 구속 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가운데 ‘배임’ 공소사실 입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이날 오전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정영학 변호사, 정민용 회계사에 대한 17회 공판을 열고 서증(증거가 되는 서면) 조사를 진행했다.

◇대장동 사업 초기 ‘이재명 결재 문건’ 공개

이날 재판에서는 대장동 개발 초창기인 2011년 7월 31일 대선후보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고문(당시 성남시장)이 결재한 문건도 일부 공개됐다. 이 문건은 대장동 일대 3100세대를 수용방식으로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성남도개공이 SPC로 참여해 출자지분별로 수익을 배분하며 그에 따르면 성남시에는 3200억원의 수익이 예상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이후 2015년 2월 대장동사업 공모지침서 등에서는 공사가 추가이익 배분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갔다. 2020년 이뤄진 실제 수익배분 또한 50%+1주 지분을 가진 성남도개공이 1822억원을, 3.5%지분을 가진 민간사업자들이 4040억원을 배분받아 출자지분과 달리 이뤄졌다.

이날 재판에서는 2012년 11월 이 고문이 결재한 ‘대장동 1공단 결합개발 타당성 보고서’도 제시됐다. 대장동 개발이 수용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민간사업자 수익은 용적률 때문..리스크 부담 결과 아냐”

이날 검찰이 제시한 성남도개공의 2014년 1월 대장동 결합개발 추진 보고서 등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은 2011년 3100세대 개발하려고 했다가 나중에 5821세대로 바꿨다. 임대주택은 1900여 세대로 22%에서 19%로 줄었다. 사업 초기 1공단 분리개발에서 결합개발로 방침을 바꾸면서 사업성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도시개발사업에서 용적률과 수용세대 수 증가는 사업성과 직결된다”며 “피고인들의 노력이 개입되거나 리스크를 부담한 결과라기보다는 입지조건, 임대주택 수, 용적률 등에 의해 수익이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서증 조사에서는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정민용 당시 성남도개공 전략사업팀 투자사업파트장이 상대평가 심의위원으로 참여해 화천대유 일당들이 주도하는 성남의뜰이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특혜를 준 증거도 공개됐다. ‘상대평가 채점표’에 따르면 정 전 팀장은 자산관리회사계획 및 인력 항목에 대해 성남의뜰에만 A를 주었고 산업은행 등 다른 두 개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X로 기재했다. 그에 따라 ‘자산관리’ 항목에서 다른 컨소시엄은 0점을 받았다. 역시 심사위원이던 김문기 당시 성남도개공 개발사업 1팀장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채점했다.

당시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은 1차 절대평가, 2차 상대평가로 나눠져 진행했다. 성남도개공 내부 자료에는 “사업 참여사의 직접 추첨으로 심의위원을 선정한다”라고 돼 있지만, 상대평가 심의위원 5명 가운데 두 명이 공사 내부위원인 정민용·김문기씨가 들어간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불공정한 배점 방식에 따라 성남의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보고 유동규, 정민용씨 등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김문기 당시 팀장은 작년 말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반복해 제동 거는 변호인들에 재판장 , “양해해 달라”

이날 서증 조사는 정영학 회계사(불구속 기소)가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전부 동의하면서 진행됐다. 피고인이 동의한 증거는 법정에서 제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유동규·김만배·남욱 등 다른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은 “검찰이 서증 조사 명목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추측을 넣고,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증거까지 합쳐 마치 최후 진술 하는 것 처럼 공소사실을 구성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증거조사 도중 거듭되는 이의제기로 재판이 지연되자 재판장은 “증인 조사할 때 제시되는 자료들에 대해 재판부가 무슨 내용인지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서증 조사를 먼저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변호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해 반대 진술할 기회를 부여할 테니 양해해 달라”고 설득해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서증 조사를 비롯해 검찰과 변호인이 혐의 성립 여부를 두고 다투는 가운데 구속 기간 만료 등에 따른 재판 지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21일 구속기소된 유동규씨는 오는 4월 19일 구속기간이 만료된다. 김만배·남욱씨의 구속기간도 오는 5월 21일로 끝난다. 반면 현재 남은 증인은 40여명에 달한다.

한 사건 관계인은 “검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한 불구속 상태에서 나머지 재판이 진행될 것”이라며 “이 경우 재판은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