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조선일보/사설] 盧는 文처럼 임기 말 ‘맘대로 인사’ 횡포 부리지 않았다

배세태 2022. 3. 25. 12:08

[사설] 盧는 文처럼 임기 말 ‘맘대로 인사’ 횡포 부리지 않았다
조선일보 2022.03.25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2/03/25/LXFNKYAOSBDS5KOXEIND3FOL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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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8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뒷모습)이 청와대 본관 현관까지 나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맞이하고 있다. 왼쪽에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는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갖고 정권 인수문제를 비롯한 국정현안을 논의했다./조선일보 DB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 강행에 대해 “새 정부와 장기간 일해야 할 사람을 전 정권이 지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부동산 매매 계약에 비유하며 ‘집을 판 사람에게 아직 법률적 권한이 있다 해도 마음대로 집을 고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수긍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인사는 임기 말까지 대통령 몫”이라고 했다. 내일 그만둘 대통령이 앞으로 몇 년간 새 정부에서 일할 사람을 임명하겠다는 것은 횡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 정권은 대선 직전에도 자기 편 ‘대못 박기’식 낙하산 인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해왔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 한국IPTV방송협회,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에서 이사장, 협회장, 사장, 상임감사 등 요직을 꿰찼다. 국민의힘 집계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대선 전날까지 이 같은 ‘대못 박기’ 인사가 모두 59명이라고 한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권 교체가 확정된 뒤 윤 당선인 측이 “향후 인사는 우리와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문 대통령은 막무가내다. 문 대통령은 또 감사원 감사위원 2석에 대한 인사권도 행사할 것이라고 한다. 감사원에도 제 사람 ‘대못박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교체되던 때엔 전혀 달랐다. 당시 청와대와 인수위 간 협의를 거쳐 대부분의 인사가 이뤄졌다. 특히 노 대통령 퇴임 2주 전 이뤄진 경찰청장 임명은 이 당선인 측이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인수위의 임기 말 인사 자제 요청에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논란이 없지는 않았지만 불가피한 인사는 인수위 측 의견을 따랐다고 한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현재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는 180도 다르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 자리에 자기 사람을 2~3년씩 박아놓겠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임기 마지막 날 자정까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노 전 대통령도 이를 알았기 때문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이명박 인수위’의 협조 요청에 응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과 반대로 하기로 작심한 것이 아니라면 임기 말 처신을 일반의 상식에 따라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