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문재인의 ‘통합의 시간’이란 그냥 해본 소리인가?

배세태 2022. 3. 19. 22:21

※문재인 대통령의 ‘통합의 시간’이란 그냥 해본 소리인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회동이 예정시각에서 불과 4시간 전에 무산된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오지만 양측이 서로 밝히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설왕설래 하는 말을 들어보면 원인 중 하나가 문 정부의 임기 말 ‘알 박기’ 인사 때문인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역대 정권이 다 낙하산 인사를 해왔지만, 문 정부의 자기편 밥그릇 챙기기는 유별난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낙하산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정권 출범 두 달 만에 ‘캠코더’(대선 캠프, 코드인사, 더불어민주당)라는 신조어(新造語)가 등장할 정도였다. 통계상 문 정부 초기 1년 4개월간 공공기관장 등으로 낙점된 ’캠코더‘인사만 365명에 달했다.

지난 20대 총선 후 배지를 달지 못한 19대 민주당 의원 40명 중 20명이 기관장 자리를 꿰찼다. 연금과는 거리가 먼 전직 의원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보내더니 전대협 의장 출신을 철도공사 사장에 내리 꽂았다. 정권에 봉사한 관변 학자들은 보상 차원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나 노동연구원 같은 국책연구소 원장 자리에 앉혔고, KDI 원장엔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설계자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달엔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원자력안전재단, IPTV 방송협회 수장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친정권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임명했다. 이달 들어서도 친문 인사를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과 민주당 보좌관 출신을 가스안전공사,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에 각각 보냈다.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공공기관. 공기업요직을 챙겨주겠다는 것이다. 대단한 배짱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무엇보다 지금은 통합의 시간”이라며, “선거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에서 다시 여소야대의 국면을 맞게 되었지만, 그 균형 속에서 통합과 협력의 정치를 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이고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통합’을 강조하면서 여소야대 운운하는 것은 어떤 의도를 가진 발언이 아니냐면서 임기 막판까지 자기편만을 감싸고 챙기겠다는 생각을 피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속내는 결국 임기 말까지 ‘알 박기’ 인사로 이어졌다. 그러자 보다 못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곧 있을 한은 총재 등 공기관장 임명에선 우리와 협의해 달라’는 뜻을 전했고 이에 청와대 측은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당선인과 만나겠다고 예고해 놓고 당일에 무산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과거 문 대통령이 야당일 때는 어떠했는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이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권 행사를 하려하자 야당인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임기 말 보은 성 알 박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이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아닌가.

2008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명박 당선인 인수위에서 정부 조직법을 개정하려하자 국회에서 통과 되어 와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 뒤 실행은 하지 않았으며, 퇴임 2주를 앞두고는 어청수 신임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는데, 당시 청와대와 인수위가 ‘치안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여 합의로 이뤄진 것이다. 그만큼 신(新). 구(舊) 권력간 갈등이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사실 지금 문 정부가 자기편 사람들을 꽂아놓으면 이들의 임기 2~3년 동안은 교체할 방법이 없다. 법원도 이 정부에서 발생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임기 도중에 내쫓는 것이 불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와 정책 보조를 맞춰야할 공공기관. 공기업 수뇌부가 앞 정부 사람들로 채워져 있으면 국정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겠는가. 그게 무슨 통합인가 말이다.

현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 회동은 왜 하는 것인가? 첫 만남이니 축하와 덕담이 이뤄져야 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당선인 측에서 예컨대 코로나 추경예산 편성이라든가, 인사협조 등 폭 넓게 국정 전반에 대해 문의하고 협조를 당부하면 대통령은 현실을 이야기 해주면서 이해를 구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지금처럼 양측이 만나기도 전에 갈등을 보인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캠코더’인사 폐해는 지난 5년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는 미래를 위해 마지막만이라도 ‘통합의 시간’이 되도록 문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알 박기’인사는 ‘적폐’라고 비판 했던 문 대통령이 아닌가. 왜 똑 같은 행태를 답습하려는가. 아주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인사가 아니라면 다음 정부로 미루거나 최소한 윤 당선인 측과 협의해 양해를 구한 뒤에 하는 것이 순리이자 상식일 것이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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