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중앙일보/사설] 김건희씨 “용서해 달라”…진정성이 관건

배세태 2021. 12. 27. 11:20

[사설] 김건희씨 “용서해 달라”…진정성이 관건
중앙일보 2021.12.27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563420 읽는 중

보도 후 12일 만에 허위 경력 사과
논란 키운 윤 후보도 자신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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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어제 허위·과장 이력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역대 대선에서 후보 부인 논란이 있었지만 직접 나서서 공개 사과한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김씨는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모든 게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 부디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진다”며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겠다”고 했다. 또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첫 보도 이후 12일 만에 떠밀린 듯 사과했고, 잘못한 사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어 진정성 논란이 여전하다. 국민에 대한 송구함보다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을 더 피력한 점도 아쉽다. 다만 사과에 따른 후속 조치, 즉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뜻을 밝힌 건 의미가 있다. 윤 후보가 “영부인이란 말을 쓰지 말자”라거나 대통령 부인을 담당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같은 기조다.

대통령제 아래서 선출되지 않은 퍼스트레이디의 권력에 대한 사회적 고민은 늘 있었다. 법상 지위는 없지만 사실상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다. 대통령이 국가를 움직이지만, 그 대통령은 영부인이 움직인다는 현실론도 있다. 내각제 국가에선 총리 배우자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과 차이다. 이참에 영부인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윤 후보의 대처에 대해선 지적할 바가 적지 않다. 후보 검증엔 당연히 가족도 포함된다. 김씨의 이력이 사실과 다른 게 드러났을 때 곧바로 성실하게 소명하고 사과하며 합당한 처분을 해야 했다. 공정을 내세운 윤 후보이기에 더욱 그렇다. 윤 후보는 그러나 지난 17일에야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빈약한’ 사과를 했다.

이로 인해 후보 선택에 참고사항이었을 수 있던 김씨 문제가 마치 결정적 문제인 양 확대됐다. 윤 후보가 부인 사과를 막았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윤 후보의 정치적 판단력 문제까지 제기됐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0의 잘못을 10으로 만드는 재주가, 윤 후보는 50의 잘못을 100으로 만들어 버리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윤 후보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후보 본인에 대한 검증보다 가족에 대한 검증이 과열되는 건 비정상이다. 정말 중요한 후보들의 국정 운영 능력이나 비전 경쟁이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김씨의 사과를 계기로, 대선 경쟁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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