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조선일보/사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경선 뒤 내분, 대장동 특검 막은 게 화근

배세태 2021. 10. 12. 13:21

[사설] 與 경선 뒤 내분, 대장동 특검 막은 게 화근
조선일보 2021.10.12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1/10/12/DW5A27JLPBCOTGMBR6D5FQX3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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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2021년 10월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 측이 결선투표를 요구하면서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경선 도중 사퇴한 정세균·김두관 두 후보의 사퇴 이전 득표를 무효 처리한 당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만약 두 후보 득표를 포함시키면 이재명 지사 득표율은 49.3%로, 과반에 미달해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들은 경선 최종일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어 “당 선관위가 잘못된 무효표 처리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공식 이의 제기를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퇴한 후보자의 표는 무효 처리한다’는 당규 조항을 근거로 “이 지사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민주당이 분열됐을 때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며 경고성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은 “원 팀을 위해서라도 결선투표를 선언하라”고 맞서고 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당사 앞에서 “사사오입 철회하라” “민주당이 부끄럽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도 벌였다.

이런 상황의 근간엔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재직하던 시절 생긴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이 있다고 봐야 한다. 당 경선의 최종 관문인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가 62.3% 득표율로 이 지사(28.3%)를 2배 이상 앞서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이는 투표 직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는 등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대장동 문제가 아니었다면 이 지사는 사퇴 후보들의 득표 산입 여부와 상관없이 확실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전 대표의 결선투표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3차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도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지사에게 불안감과 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이 대장동 특검을 막은 게 결국 화근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도 이 지사는 “야당의 선동이나 일부 가짜 뉴스 때문에 선거인단 투표가 영향을 받은 것” “대장동에서 도둑질하도록 길을 터주고 장물을 나눠 가진 것은 국민의힘”이라며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부동산 ‘꾼’들과 짜고 7000억원 이상의 특혜성 이득을 나눠 먹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대장동 사업을 믿고 맡겼던 것이 이 지사다. 그가 “성남시장 시절 최대 치적”이라고 자화자찬한 사업이 왜, 어떻게 천문학적 비리로 변질됐는지가 대장동 의혹의 핵심이다. 사건의 실체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사업을 관장한 이 지사일 것이다. 이 지사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당선되면 부동산 대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선 전에 대장동 의혹의 진실이 규명되는 것을 부동산 대개혁의 시작으로 여기는 국민이 더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