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저가 통신사 몰려온다_'왕비싼' vs '엄청싼' … 통신시장 최후 승자는?
조선일보 경제 2011.05.20 (금)
저가 통신사 기존 통신 설비 도매로 빌려20~30% 낮은 요금으로 경쟁, 서비스 부문은 다소 미흡
기존 통신사 데이터 무제한·해외 로밍…고급 서비스 다양하게 제공, "저가 통신사 신경 안 써, 영세 사업으론 성장 한계"
자, 여기의 2가지 선택이 있다. '왕비싼 통신사'는 최신 스마트폰에 데이터 무제한, 해외 자동로밍, 내비게이션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집전화나 초고속인터넷·IPTV(인터넷TV)를 같이 쓰면 할인도 해준다. 그래도 휴대폰 요금은 월 5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반면 '엄청싼 통신사'는 구형 재고폰에 멀티미디어 메시지, 발신번호 표시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만 쓸 수 있다. 그래도 요금이 월 1만~3만원 정도로 훨씬 싸다. 신규 가입비나 매달 1만원씩 떼가는 기본료도 없어서 부담이 덜하다. 당신은 과연 어떤 서비스를 고를 것인가?
◆7월부터 통신비 20% 이상 낮춘 저가 통신사 등장
지금까지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개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는 휴대폰 요금을 20%가량 낮춘 '저가(低價)통신사(일명 MVNO·키워드 참조)'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비싼 요금을 내고 다양한 서비스를 쓸지, 전화만 잘 터지면 되니 싼 서비스를 택할지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 ▲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의 할인매장 안에 설치된 저가 통신사‘테스코 모바일’판매대. 우리나라에도 7월부터 저가 통신사 시대가 열린다. / 블룸버그 뉴스
저가 통신사들은 자체 통신망을 설치하는 대신 기존 통신사의 설비를 도매가로 빌려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 3사가 휴대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바람에 가계 통신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저가 통신사들을 여러 개 만들어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우선 이동통신 1위 회사인 SK텔레콤이 통신망을 저가 통신사에 의무적으로 빌려주도록 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협상을 통해 통신망을 임대할 수 있다.
저가 통신사들은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휴대폰 요금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각종 이벤트와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거대 통신사와 달리 직원이나 비용도 최대한 줄여 운영한다.
기본적인 서비스는 똑같다.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발신번호 표시는 기본이고 멀티미디어 메시지, 인터넷 검색도 가능하다. 휴대폰 번호는 '010'을 똑같이 사용하며 이들 회사가 직접 가입자를 모으고 매달 요금도 받는다. 하지만 해외 로밍 같은 부가서비스는 당분간 사용할 수 없다.
저가 통신사업은 케이블TV사업자(SO)들이 공동출자한 한국케이블텔레콤(KCT)·SK텔링크·아이즈비전·온세텔레콤 등이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통신사와 통신망 임대비용 협상이 끝나면 곧바로 요금을 책정하고 가입자 모집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존 통신사들 "재고폰으로는 장사 안 될 것"
저가 통신사업에 대한 사업성은 각자 입장에 따라 엇갈린다. 사업을 준비 중인 회사들은 "기존 통신사들이 그동안 폭리를 취해왔다"며 "저가항공사들이 항공시장에서 싼 요금을 내세워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처럼 저가 통신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제일 민감하기 때문에 요금을 20~30% 낮추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시외전화·국제전화도 다양한 저가 통신사들이 나오면서 기존 회사들의 독과점 구조가 깨졌다. 휴대폰 시장도 비슷한 추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저가 통신사업을 준비하는 회사들은 유선전화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곳이 많다.
반면 기존 통신사들은 "그래 봤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저가 통신사가 난립하면 오히려 사용자들의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저가 통신사들이 규모가 크지 않아 휴대폰 제조회사로부터 최신 제품을 공급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방통위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이 우선 저가 통신사에 재고폰을 지원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내 사용자들은 어느 나라보다 휴대폰을 자주 바꾸고, 최신 고급 제품에 대한 욕구도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지난달 28일 출시한 '갤럭시S 2'는 예약가입을 포함해 45만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반면 삼성의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 네오'는 2개월 동안 6만여대가 판매돼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이 비싼 제품이 더 잘 팔린다는 '속설'이 들어맞은 것이다.
◆주부·노인 등 틈새시장 공략으로 승부수
저가 통신사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기존 통신사와 정면으로 맞붙는 대신 우선 틈새시장을 공략해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일차 목표다. 어린이·주부·노인 등 휴대폰 사용량이 적은 소비자일수록 요금에 민감하다. 우선 소량 사용자를 공략해 어느 정도 덩치를 키운 다음 주류 시장에 뛰어든다는 전략이다.자본력이나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해외에서는 저가 통신사들의 사업이 활발하다. 주로 외부 영업이 많은 기업체 시장, 통화량이 많지 않은 시골지역, 사용이 복잡한 스마트폰이 필요없는 노인 등을 대상으로 영업한다.
영국의 대형 할인점 테스코는 '테스코 모바일'이라는 저가 통신사를 두고 있다. 할인매장의 좋은 코너에 휴대폰 매장을 두고 고객을 끌어모은다. 자금력이 든든하고 유통망도 탄탄해 자리를 잡았다.
☞MVNO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의 영문 약자. 자체 통신망이 없지만 기존 통신사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에서 가상(假想)이라는 말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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