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결과 우리의 득실(得失)은 뭘까?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귀국길에 SNS에 “한미정상회담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이 성과를 얻었다는 것은 백신문제를 비롯해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문제 해제는 물론 대북(對北)문제와 대(對)중국문제까지 광범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표현대로 과연 큰 소득만 있었던 것일까?
대체적으로 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이득이 많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미사일 지침 개정안 부분은 상당한 득을 본 것이고, 북한 인권문제도 이제는 우리나라가 일관되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또한 중국문제와 관련해서도 쿼드를 언급함으로써 한국이 한미동맹이라는 틀 안에서 한중관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높은 평가를 내리기가 어려운 부분은 많다.
첫째는 백신문제다. 당초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백신문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동맹 차원에서 한국에 백신을 직접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은 "55만 명의 한국군이 미군과 접촉하며 복무하고 있어서 55만 명분의 백신을 제공하려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냥 미국이 한미동맹 차원에서 백신을 준다고 한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군 55만 명이 미군과 접촉하면서 복무해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백신을 한국군에게 무료로 접종하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백신을 요청하자 방역과 백신의 형편이 가장 좋은 편인 한국에 왜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하느냐는 미국 내 여론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미국이 55만 명분의 백신을 우리 군인들에게 무상으로 접종해준다고 하니 문 대통령은 “그야말로 깜짝 선물이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가 미국에 약 44조원에 달하는 ‘투자선물’을 푼 것에 비하면 그 정도의 지원은 너무 미미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총리는 지난달 미일정상회담에서 화이자 백신 1억 회분을 받기로 한 것과 비교해도 우리의 백신외교는 실패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일본 총리는 일찍이 ‘중국 견제’ 대열에 동참한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힌 뒤 화이자 CEO와 통화를 갖고 백신 1억 회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은 “ 대접을 잘 받았다”고 했지만 그게 무슨 대접을 잘 받은 것인가.
대통령의 방미전만 해도 국내에선 한미스와프로 더 많은 백신을 들여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미국은 원래 8,000만 명분을 해외에 공급하겠다고 했었다. 이것은 우선 공급량이었다. 전문가들은 오는 9월 이후에는 백신 물량이 전 세계적으로 지금처럼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당장 우리 국민들에게는 5월말부터 7월 까지 맞을 백신이 부족하다. 정부는 정부간 협의를 통해 백신을 가져올 수 있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더군다나 우리가 미국 발표로는 약 27조원, 우리 발표로는 44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투자를 미국에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백신과 관련해서 적어도 1,000만 명분은 미국이 우리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민간 차원에서 이 분량을 들여온다고 하는데 그것이 9월 이후라는 것이다. 따라서 안타깝지만 정부의 백신대응에 대해선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한편으로 한미 양국은 포괄적인 '한미글로벌백신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고, SK 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신 기술이전과 mRNA 백신 공동연구를 하는 등 한국이 ‘백신글로벌 허브’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고 한다. 좋은 성과다. 하지만 이들 회사가 백신을 한국에서 생산한다고 해서 국내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둘째는 북한문제이다. 이 문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고 관심을 모으는 이슈였다. 이번 공동성명 내용에는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남북간, 미북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이 담겼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깜짝 선물”이라고 까지 말한 성김 동아태차관보 대행을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한 것이 큰 이슈였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미국도 대북 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가 있다. 즉, 바이든 행정부가 이야기 하고 있는 ‘유연한 외교적 접근’을 강조했다는 것으로 v풀이된다. 문 대통령도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의지표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공동성명에는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성명 등” 그리고 “ 남북과 북미간의 기존의 합의를” 이라고 되어있는데 이는 북한이 거부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나 6자회담 공동성명도 모두 포함된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면서 우리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은 앞으로 남북간 대화에서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과연 북한인권문제제기의 심각성을 예측하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문제의 제기로 해서 앞의 두 가지를 덮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북한 인권문제의 제기에 따른 난관은 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만약에 북한과 대화를 하기 위해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바꾼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만 일으킬 것이다.
셋째는 대중국문제이다. 한미정상이 대만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중국의 반발이 있을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대만문제와 쿼드를 직접적으로 공동성명에 명기했다는 것은 대중전략의 큰 틀에서 한미동맹에 기초한 한중관계의 발전이란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다만, 대만 문제의 언급은 전략적으로 실수한 것이 맞다. 모든 정책은 때가 있는 법인데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어서다.
미사일 지침의 개정은 우리 국방력 차원에서는 좋으나 결국 800km 이상이라는 것은 한국의 국방력을 미국이 중국문제에 활용하겠다는 셈법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쿼드도 내용을 보면 상당히 잘 만들었다. 쿼드는 쿼드에 가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쿼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가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이다.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시키는 대만문제는 후과(後果)가 있을 것이므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문재인 정부가 기존에 미국과 중국의 중간지점에 위치했으나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 한국이 확실히 미국편에 섰다고 받아드릴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당장 입장을 밝힐 것이 아니라 대(對)중국문제는 시간을 두고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에게 상황 설명을 하거나 다시 친중(親中)으로 돌아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한미정상회담에서 쌓은 미국과의 ‘신뢰’를 한꺼번에 잃을 수가 있다. 외교에서 가장 조심해야할 것은 사전에 충분한 외교적 행보 없이 입장변화를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명심해야 할 것이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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