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오는 21일 오후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 거는 국민적 여망 3가지

배세태 2021. 5. 19. 10:01

※한미정상회담에 거는 국민적 여망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오는 21일 오후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19일부터 22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 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갖는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코로나 사태와 반도체 협력 등 경제. 안보 현안의 부상과 북한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에서 열리는 주요 외교 이벤트라는 점에서 그 의제(議題)와 예상되는 성과 등에 대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어떤 것이 될까?

첫째는 문 대통령과 우리 외교당국이 예고한 대로 미국과의 백신파트너십 구축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한미 간 여러 현안이 존재하지만, 발등의 불은 백신수급문제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충분한 백신을 조기에 신속히 들여와 ‘11월 집단면역’이라는 당초 목표를 앞당길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문 대통령 자신도 이번 방미를 “백신협력을 강화하고 백신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실제로 미국과 ‘백신스와프'를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맞춰서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이 아스트라 제네카(AZ) 6천만 회분에 이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3종 2천만 회분을 6월까지 추가로 타국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데다 백신 외교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이나, 결과적으로는 한국이 추진해온 백신스와프에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백신허브 논의와 관련해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원천기술과 원부자제에, 한국은 바이오 생산능력에 강점이 있어 효과적인 분업이 될 수 있다. 한미 간 백신협력이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미래지향적 동맹관계를 다진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여하튼 지금까지 있었던 백신수급의 차질이라는 정책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그것을 만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두 번째 주요의제는 BBC(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산업이 될 것이다. 정부는 정상회담의 성패(成敗)가 이들 세 산업분야에 달렸다고 보고, 삼성전자 등 관련기업들에 미국 내 신규투자를 요청한 상태다. 한국은 경쟁력을 갖춘 이들 산업을 지렛대로 미국으로부터 코로나 백신 확보와 외교 안보 분야의 협조를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패권다툼이 격화되면서 첨단산업의 공급 망을 재편하는 데 국가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동맹과 더불어 새로운 공급 망을 구축하는데 공을 들이는 분야가 바로 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등이다. 한국기업들은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고, 배터리 기술은 중국과 선두를 다투고 있다. 또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이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우리기업들은 이 과정에 도달할 때까지 정부의 지원 없이 스스로 성장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 및 산업 환경에서는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올해 1월 국가수권법까지 들춰내 반도체에 수십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중국은 재정지원과 전기차 보조금 정책 등으로 CATL를 세계 1위 배터리 업체로 만들었다. 한국은 어떤가? 그동안 BBC 산업지원에 손을 놓고 있었다. 그리고 엊그제야 비로소 ‘K 반도체 전략'이란 것을 발표했다.

게다가 세제혜택은 경쟁국의 절반 수준이고, 인재배출이 필요한 대학 학과의 정원을 동결해 놓고 있어서 제때에 충분한 인력을 공급받을 수 없는 상태다. 여기에 각종규제를 그대로 둔 채 지원을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예컨대 화학물질관리법이나, 주(週) 52시간 규제와 같은 기업의 신규개발과 생산의 걸림돌들을 치우지 않고 지원을 한다고 한들 그게 가능하겠는가.

이런 식이면 정부가 상반기 중에 내놓겠다고 한 ‘K배터리 전략’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대기업을 더 이상 규제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보호 육성 지원 대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기업의 성장을 돕기는커녕 발목을 잡으려는 낡은 생각은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여하튼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배터리 공급망 확대를 위한 대미(對美) 투자를 요구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방미에는 주요 기업의 관련분야 경영진이 경제사절단 형태로 동행하는데 그것이 이런 배경 때문일 것이다. 국내 4대그룹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거나 투자를 검토 중인 규모는 40조원에 이른다. 미국의 공급망 강화 노력은 이들 품목에서 중국의 의존을 줄이고 중국과 기술격차를 벌리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한국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을 것이다. 현명하게 대처하여 국익(國益)을 꾀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시기적으로 북한 핵의 협상 추이에 매우 종요하다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하고, 북한에 접촉을 제의하는 상황이므로 두 정상이 어떤 타개책을 논의할지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압박을 유지하는 쪽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적대정책을 우선적으로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북한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갈 것인가 하는 실질적 해법이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할 때다. 보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방법론이 나왔으면 한다.

네 번째로 미국은 코로나 백신문제나 BBC산업에 대한 협력과 협조가 구체적인 합의점에 도달하면 그 대신 우리에게 대중(對中) 견제의 성격이 짙은 쿼드를 확장한 ‘쿼드 플러스’ 참여를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장은 지난 7일 쿼드에 대해 “안보 동맹도,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아니다.” 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는 비(非)군사적 기구이니 서둘러 동참하라는 뜻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쿼드에 모호한 태도를 보여 왔으나 동맹의 요구를 계속해서 못 들은 척 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이나, 백신과 반도체 협력을 고려해서라도 참여를 마냥 미뤄서는 안 된다.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다가 미국과 그 동맹들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재편되는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자칫 도태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게 세계질서다.

문 대통령은 국제정치적 현실주의를 외면하고 감상적 민족주의에 집착해 외교 안보적 재앙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시진핑과 김정은에게 굴종하면서 경멸과 천대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시대착오적 종북이나 종중, 반일노선의 자세는 북한 핵 앞에서 대한민국을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한국의 외교 안보 파탄 상황을 바로 잡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1.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