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퇴’가 몰고 올 정치권 변화
윤석열 검찰총장이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고 있다”며 사퇴한데 대한 관심과 향후 정치권 변화에 대한 전망들이 여야 정치권은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연일 회자되고 있다. 윤 총장이 오는 7월의 임기만료 넉 달을 앞두고 그만 둔 것이 잘 한 일이냐 하는 것부터 시작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입을 타격은 물론 ‘살아 있는 권력 수사’가 지속될 수 있을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윤 총장의 정계진출 여부와 함께 그에 따른 대선구도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에 대한 관측도 분분하고 있다.
윤 총장의 사퇴는 전격적이었지만, 그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불어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직(職)을 걸고 저지 하겠다”고 말한 지 이틀만이었다. 윤 총장은 사퇴 선언을 하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지금 파괴되고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이 전날 대구고검을 방문해서 “국민의 검찰은 인사권자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 자도 원칙대로 처벌하는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재차 문재인 정권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 표명 1시간 만에 사표를 수리하고 이어 40여분 뒤엔 최근 검찰 인사문제로 열흘 전에 사의를 표명했던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도 수리했다. 문 정부한테 눈엣가시가 됐던 윤 총장의 사표가 일사천리로 수리된 것이다. 불과 1년 8개월 전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우리 총장님“ 이라고 부르면서 ”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 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었다.
그러던 윤 총장이 언제 어떻게 대통령의 눈 밖에 났을까? 그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계기였다. 윤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은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부정 의혹을 본격 수사했다. 또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 등도 수사했다. 결국 조 전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한 달 만에 낙마했고, 부인 정경심씨는 법정 구속됐다. 검찰은 이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벌여 청와대 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했다. 이 때부터 ‘검찰개혁’이란 말이 나왔다.
검찰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조작 수사를 통해 관련 공무원 세 명을 기소했고, 칼날은 청와대를 겨냥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갖은 수단을 동원해 ’윤석열 찍어내기‘에 진력했다. 지난 해 1월 부임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재임 1년 동안 네 차례의 인사 학살, 세 차례의 지휘권 발동, 총장 징계 청구 등에 앞장섰다. 급기야 검찰수사권을 완전 박탈(검수완박)하는 입법 추진으로 전체 검사들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추 전 장관에 이어 임명된 박범계 장관 역시 ‘검수완박’에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검찰 출신 신현수 민정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해 화해 모드로 전환되는 듯 했으나 신 수석마저 궁지로 몰려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윤 총장도 더는 버틸 수가 없었을 것이다. ‘검수완박‘까지 이른 것은 자신 때문이라고 보고, 검찰조직을 위해서는 물러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윤 총장의 말은 그가 버티는 한 검찰에 대한 정권의 무차별 공격이 계속되리라는 인식의 표출이었다.
하지만 비록 정권의 퇴출 압박이 극심했다 해도 총장의 중도 사퇴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에 타격을 입게 되니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는 반론도 있다. 게다가 월성 1호기 수사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라임.옵티머스 펀드수사 등 소위 권력 실세의 비리에 대한 수사는 이제 물 건너 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윤 총장의 사퇴가 후배 검사들의 권한 약화를 저지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문 정권이 입맛에 맞는 후임 검찰총장을 임명할 경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무력화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자연적으로 ‘권력에 의해 탄압받는 총장’으로 비쳐지면서 대권 후보의 반열에 올랐다. 대신 문 정권의 지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 감고 지나가기를 바랐던 것이다. 검찰이 바로 권력의 충견(忠犬)이 되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다. 윤 총장이 ‘식물총장“이 되면서 그의 주가는 점점 높아졌다. 끝내는 윤 총장이 ”어디에 가 있던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위해 일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그의 정계 진입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이다.
윤 총장이 범야권 유력주자로 분류되어 등판할 경우 대권구도를 흔들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은 틀림없다. 현재까지의 여론 조사는 여권의 이재명 지사가 1위로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윤 총장이 2.3위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윤 총장이 이념적으로 중도, 지역적으로 영남과 충청을 흡수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여권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윤 총장이 반(反) 문재인 정서 결집을 시도할 경우는 ‘친문 대 윤석열’의 구도가 형성되고, 그러면 민주당에선 강력한 친문 주자의 등판요구가 높아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친문 지지층과 앙금이 남아 있는 이재명 지사로서는 달갑지 않은 구도다. 이럴 경우 이낙연 대표, 범 친문계의 정세균 총리 등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젊은 친문’을 중심으로 제3 후보군이 탄력을 받을 경우엔 김경수 경남지사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또는 이광재 의원의 활동공간이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야당 정치인은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법치와 원칙’이라며 ‘반문(反文)의 기치로 연대한 윤 총장은 결국 보수 진영의 주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다른 정치인은 보수 야당의 인기가 없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쉽게 기존 보수 정당에 들어가지 않고 신당을 만들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대권(大權)구도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여당 측에서는 잘못하면 윤 총장의 주가(株價)만 높여 줄 수 있다면서 윤 총장의 사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편이다. 그러나 일부 잠용들은 윤 총장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윤 총장의 사퇴로 청와대와 여권은 안도의 한숨을 쉴지 모른다. 그러나 앞날은 그리 녹록치 않다. 윤 총장을 축출한 자리엔 정권 비리수사를 원천 봉쇄해온 충견 검사를 임명할 것이다. 정권의 비리 수사는 흐지부지 될 것이고, ‘검수완박’이라는 묘수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자취를 감출 것이다. 정부 여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재난지원금은 대선 때까지 계속 풀 것이고, 갖가지 ‘표퓰리즘 공약’도 새로 내놓을 것이다.
정권의 폭주에 비해 야당의 무능은 닭 쫒던 개 지붕 처다 보는 것처럼 아무 힘도 못 쓰고 당하기만 할 것이다. ‘별의 순간’ 운운 하며 윤 총장만 바라보면서 제대로 된 대선 후보 하나 준비 못하고 있는 국민의 힘은 대대적인 자체 변신이 없이는 ‘국민의 짐’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황교안 전 대표의 정치권 재 진입도 예상 되고 있다. 정치권은 오는 4월의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봐야 정계 개편이나 대권구도가 어느 정도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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