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독선, 적폐놀이, 앙갚음, 선동, cancel out 문화는 도덕적 열등성의 표징에 불과하다

배세태 2021. 3. 3. 13:58

※독선, 적폐놀이, 앙갚음, 선동, cancel out 문화는 도덕적 열등성의 표징에 불과하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젊은 흑인 여시인이라는 고어맨이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을 낭송하여 PC 정부 출범을 한껏 로망화한 바있다.

그 인기로 그녀의 시를 네덜란드에서 출판하기로 되어있었다. 번역자로 정해진 사람은 네덜란드 시인으로 인터내셔널 부커 상을 받은 적도 있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여자이기도 또 남자이기도하다고 자처하는 Marieke Lucas Rijneveld(발음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 통제 불가의 힘을 얻은 역(逆) 인종주의. 왜 흑인의 시를 백인이 번역하느냐? 라는 거센 반발. 결국, 출판사측에서도 이에 눌려 마리에케를 중도 하차시킨다.

흑인의 시를 백인이 번역함에 반발한다면 황인종에게도 번역 불허될 듯. 그런데 백인 문학은 흑인이 번역하지 못하도록 백인이 금지한 적이 있었던가? 백인인 스토우 부인은 왜 엉클 톰스 캐빈을 썼고, 초기 흑인 인권 운동 주역이 백인들이었을까?

역사 과정에서 받은 박해를 배상받겠다는 을(乙)은 마치 만약 그들이 승자였더라면 평등, 호혜, 공존을 잘 지켰을 것이란 암묵적 전제를 내세운다. 만약 이슬람, 흑인, 피식민국이 역사의 주인공이었더라면 기독교, 백인, 식민국에 대해 더 잘 예우했을까? 우리가 일본을 지배했었더라면 아주 선량하게 일본인을 대우했을 것인가?

인간 역사들을 흘깃 훑어보면, 도덕적 선(善)에 꼭 부합하지는 않을지언정 인간의 보편적 가치들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집단이 대개 역사의 승자가 되었다. 역사를 섭리, 혹은 단지 우연의 누적 중 어느 것으로 보든 말이다.

출처: 김행범 페이스북 2021.03.02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