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이틀째 굵은 빗속에도 광화문광장 시민객들... 6·25 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 마지막 길 함께

배세태 2020. 7. 13. 17:21

이틀째 굵은 빗속에도 광화문광장 시민객들 6·25 전쟁 영웅 마지막 길 함께
펜앤드마이크 2020.07.13 안덕관 기자
http://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33551

전국 각지서 시민객들 광화문광장 분향소 찾아
남녀노소 불문하고 빗물에 흠뻑 젖어가며 추모
분향소 설치된 12일에만 12000여명 시민객들 찾아
육군장(葬) 치러지는 고인 공식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오는 15일 오전 7시 발인...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시민분향소에 시민객들이 찾와와 추모하고 있다./안덕관 기자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시민분향소에는 이틀째 장맛비 속에서도 우산을 쓴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굵은 빗물이 바람에 휘몰아쳐 분향소의 천막을 세차게 때렸지만, 6·25 전쟁 영웅을 추모하는 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지 않았다. 지팡이를 짚고 걸어와 영정 앞에서 경례하는 백발 노병부터 고사리 같은 손으로 국화를 헌화하는 초등학생, 그런 아이와 함께 조용히 묵념하는 부모도 있었다. 향년 100세를 일기로 별세한 고인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져 이날 오전부터 50미터를 넘겼다.

분향소는 지난 12일 보수 청년단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 전대협)’ 등 일부 단체가 설치했다. 청와대나 군 차원에서 어떠한 협조도 없었다. 북한 김일성의 기습남침을 저지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미국에선 백 장군을 “한국군의 아버지”,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진정한 영웅이자 애국자”라며 깊은 애도와 경의를 표하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와 여당 더불어민주당에선 백 장군에 대해 고집스럽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백 장군의 분향소를 마련하고, 그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이곳에 찾아와 빗물에 등이 흠뻑 젖으면서도 고인(故人)을 기리고 있는 것이다.

이날 분향소를 찾기 위해 경기 파주에서 왔다는 이미선(45)씨는 “어젯밤 늦게 백 장군님의 분향소가 광화문광장에 설치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분향소를 차린 점은 대견스럽지만,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외면하는 모습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온 김정은(39)씨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께 백 장군님에 대한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며 “국가의 영웅이 가시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것은 이 나라 시민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밝혔다.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시민분향소에 시민객들이 찾와와 추모하고 있다./안덕관 기자

그러나 이 분향소를 광화문광장에 세우는 데 적잖은 마찰이 있었다는 게 전대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대협 관계자는 지난 11일 오후부터 천막 6동(棟) 규모로 분향소를 설치했다. 그 과정에서 시민장례위를 함께 구성한 나라지킴이고교연합,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 등이 전대협을 도왔다. 그러나 앞서 분향을 위한 테이블을 놓기 시작하자 경찰들의 제지가 시작됐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영정 사진을 위한 천막을 치기 시작하자 경찰의 진압은 더 강경해졌다.

전대협 관계자는 “12일부터 5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이지만, 그 이후로도 당분간 운영할 계획”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아 6·25 전쟁의 역사적 의미와 백 장군이 왜 구국의 영웅으로 평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듣는 기회로 활용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분향소를 찾은 시민 5000명이 방명록에 서명하고, 1만2000명이 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장(葬)으로 치러지는 백 장군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전날 이곳 빈소에는 850여명이 조문했다. 발인은 오는 15일 수요일 오전 7시.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