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김광일의 입] 4년 전과 판박이 여론조사...민주vs통합, 38.5%vs23.1% /새누리vs민주,39%vs21%■■

배세태 2020. 3. 24. 20:17


 [김광일의 입] 4년 전과 판박이 여론조사

조선일보 2020.03.24 김광일 논설위원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517468

 

민주vs통합 여론조사 38.5% vs 23.1%

4년전엔 새누리vs민주, 39% vs 21%

 

https://tv.naver.com/v/13027061

 

흔히 말한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첫째 거짓말, 둘째 새빨간 거짓말, 셋째 통계." 여론조사가 곧바로 통계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주변에는 ‘새빨간 거짓말’처럼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분들이 많다. 만나는 사람마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의 지지율이 40% 중반을 유지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어떤 분은 여론조사를 전면적으로 부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100% 진실도 없고, 100% 거짓말도 없다는 전제 하에 진실의 실체를 접근해야 한다. 문화일보가 어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11명에게 조사했다. 4·15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을 뽑을 때 어느 정당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물었다. 대답은 더불어민주당이 38.5%, 미래통합당은 23.1%로 나왔다. 격차는 15.4%P다.

 

우리가 작년 여름부터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집권 여당은 혹독한 댓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그 뒤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울산 선거 청와대 개입 공작 사건을 통과하면서 대통령 탄핵을 거론할 만큼 4·15 총선에서 여당에게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자 이제 총선은 안 봐도 뻔하다, 여당은 망하고, 야당이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유권자도 많았다. 그런데 결과는 15.4P로 집권 여당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가. 아니면 기적처럼 이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고 보시는가.

 

어제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성인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각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2.1%, 미래통합당 33.6%로 나왔다. 격차는 8.5%P다. 이 역시 믿을 수 없다고 보시는가. 아니면 비례정당들이 난립하면서 각당 지지율 역시 요동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시는가. 만약 문재인 정권 지지자라면 4·15 총선 이후에도 집권 여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고 낙관해도 좋을 것인가. 만약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야당 지지자라면 너무도 낙담한 나머지 희망을 버려야할 수치라고 보시는가.

 

4·15 총선은 이제 3주 남았다. 돌고 돌아 "도로묵 조국 선거"가 된 느낌이다. 지금 집권 여당은 위성정당이 사실상 두 개라고 보시면 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총선이 끝난 뒤 열린민주당과도 연합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렇게 해서 원래 있었던 더불어시민당, 그리고 열린민주당, 이렇게 두 개의 위성정당을 갖고 선거를 치를 전략이다.

 

자, 그렇다면 지역구 후보는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비례정당들은 어떻게 될까. 문화일보 여론조사는 비례정당 지지율만 따로 모아봤다. 미래한국당 20.4%, 더불어시민당 16.5%, 정의당 9.1%, 열린민주당 6.9%, 국민의당 5.3%로 나타났다. 이어서 자유공화당 0.7%, 친박신당 0.4% 순서다. 이것을 다시 둘로 나눠서 범진보 정당, 즉 더불어시민당·정의당·열린민주당을 한 데 묶고, 이번에는 범보수 정당, 즉 미래한국당·자유공화당·친박신당을 한 데 묶었다. 왼쪽에 범진보, 오른쪽에 범보수다. 범진보는 33.1%, 범보수는 21.5%다. 그러니까 비례대표 정당 투표만 오늘 당장 치른다면 범진보가 범보수를 11.6%P 차이로 앞선다는 결론이다.

 

그러니까 지역구 투표는 여당이 15.4%P로 앞서고, 비례대표 투표 역시 여당이 11.6%P 차이로 앞섰다. 이것 역시 ‘가짜’라고 생각하시는가. 여당 지지자는 4·15 총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며 안심해도 좋다는 뜻인가. 야당 지지자는 낙심한 나머지 포기하는 심정이 되어야만 할 것인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중앙선관위는 비례정당 선거운동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되고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안된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았다. "이해찬 대표는 불출마이기 때문에 선거 주체 아니다"라는 이유를 댔다. 따라서 비례정당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반면,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대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례당 관련 규정 해석도 엿가락같다" "선관위가 집권당 눈치 보는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4·15 총선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인가’하고 물었더니 진보 유권자는 82.7%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했고, 보수 유권자는 75.9%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물었더니 ‘잘한다’가 51.9%, ‘못한다’가 43.2%로 나왔다. 의료진의 희생과 민간기업의 노력,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정부에 대한 신뢰’ 때문인 것처럼 자화자찬으로 바꿔 놓는 숟가락 얹기 전략이 먹히고 있는 것이다.

 

여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공천을 보면 1~10번까지 친문(親文) 인사 일색이다. 열린시민당의 후보가 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윤석열 검찰총장등 17명 ‘검찰 쿠데타 명단’ 공개했는데, 이것은 조국 수호 외치며 강정 지지층 결집을 꾀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통합당의 오세훈 나경원 후보에게 대진연이라는 대학생 단체가 온갖 방해 책동을 하고 있는데도 경찰은 손놓고 있다. 이런 조건과 상황 속에서 투표 날짜는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좌든 우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는 안 된다. 서로 정치적 이념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쳐 다니면서 세상이 그쪽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에 희희낙락하는 좌파 유권자는 완전히 뒤집히는 선거 결과로 낙담할 수 있고,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우파 유권자들은 새로운 결집을 다짐할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말씀 드린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있었다. 당시에 총선 날짜는 4월13일이었다. 이번 4·15 총선과 이틀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2016년 제20대 총선 때 그해 3월 21일~25일 여론조사 결과는 어땠을까. 그때 한국갤럽 조사에 따른 각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39%, 더불어민주당 21%, 국민의당 8%, 정의당 5%였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무려 18%P차이로 새누리당 우세였다. 리얼미터 알앤써치 같은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그렇다면 투표 결과는 어땠을까.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이었다.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이번에는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된 만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까. 우리의 결론은 이렇다. 완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방심하는 쪽이 진다. 이기는 정당이 있다면 자기네가 잘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이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자멸해서 이기는 것이 될 것이란 점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