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문재인 신년 기자회견 vs 버라이어티 쇼

배셰태 2019. 1. 12. 11:57

※대통령 기자회견 vs 버라이어티 쇼

 

2019년 대통령 신년 기자 회견은 결국 두 가지 이슈를 남겼다. - 그 이슈말고, 유념해야 할 대통령의 발언은 기억나지 않는다. 안타깝다.

 

첫째는 경기방송의 김예령 기자.

 

김 기자는 그야말로 '눈을 떠 보니 스타가 되었다'고 할 정도로 핫 이슈가 되었다. 김 기자 질문의 내용을 글로 적어 읽어 보면 친문에게는 거북할 수 있고, 반문에게는 사이다 같은 발언일 수 있지만, 방송으로 보면, 기자라면 할 수 있는 질문을 나름 정중한 태도로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긴, 전국 생방송 중에 청와대 안에서 절대 권력을 일부러 당황시키거나 조롱할 수 있는 질문을 할 배짱있는 기자가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김 예령 기자의 질문이 이슈가 된 건, 이게 이슈가 될만큼 신년 기자 회견이 알맹이 없이 자화자찬이 그쳤을 뿐 지루했다는 것과, 다수 국민들은 속이 막힌 듯 작금의 시대를 답답해한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 이슈는 '각본없는 기자회견'이었다.

 

청와대는 일찌감치 '신년 기자회견은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미국식으로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역시 청와대의 고지처럼 대통령이 직접 기자를 지명해 질문을 받으며 기자 회견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회견이 시작되고 오래지 않아 대통령의 시선이 자꾸 아래로 쏠리거나 좌우로 흔들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이유는 대통령 앞에서 설치된 두개의 대형 모니터 때문이었다.

 

후에, 연합신문의 사진에 의해 그 모니터에는 질문한 기자의 질문 내용이 적혀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상식적으로, 누구나 질문을 받으면 그 질문의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고 답을 생각해 말하기 시작한다.

 

간혹 질문자가 맥락없이 질문하는 경우도 있고 지나치게 장황하게 질문을 이어가 질문의 요지를 놓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질문의 내용을 메모했다가 답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 대통령도 질문 도중 메모를 했다.

 

그런데, 왜 모니터가 필요할까?

 

문 대통령은 과거 해외 기자회견에서 완전히 동문서답을 하거나 정상회담 중에 상대 정상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기보다는 A4 용지를 들고 읽어 비난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바쁘고 스트레스가 과하고 생각이 많으면 Short term memory 가 약화될 수 있다. 금방 질문을 듣고, 금방 잊는 건 나이가 많아도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니, 이게 꼭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대통령의 입을 가진 중요한 이는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하므로, 약해진 Short term memory를 보완하기 위해 질문을 누군가 입력해 주고 그걸 참조해 답변하는 걸 꼭 나쁘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답변을 누군가 적어주었다면 그건 다른 이야기이다. 신년기자회견을 보면, 대통령은 답변을 이어가면서 계속 시선을 모니터에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누군가가 모니터에 답을 적어주었다면, 우리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발을 드리우고 그 뒤에서 임금을 조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모니터에 답을 적은게 아니라 가이드 라인만 적어주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국정을 가이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말은 매우 중요하다. 그 때문에 대통령의 발언은 신중해야 하고, 국민들은 그의 발언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대통령 기자회견은 버라이어티 쇼일수 없다. TV 드라마도 아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을 감동받기 위해 보는 건 아니다. 게다가 대통령 기자 회견은 대통령의 정책 인지 능력이나 답변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도 아니다.

 

각본없는 기자 회견으로 '내가 이만큼이나 국가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고, 이렇게 답변도 잘해'를 입증할 필요도 없다. 국민들도 그걸 즐기는 게 아니다.

 

청와대가 자랑한 '미국식 대통령 기자회견'은 각본없는 기자회견이 핵심도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이루어지는 즉석 기자 회담을 말하는 거다.

 

대통령이 질리도록 공격적인 질문이 난무하고,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놓고 '너네 회사랑은 인터뷰 안해'라고 답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대통령이 주요 출입기자의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수시로 가감없이 기자와 소통하는 게 미국식 대통령 기자회견의 핵심이다.

 

일년에 한번 '각본없는 기자회견'을 한다고 미국 대통령처럼 기자회견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그걸로 국민과 소통을 다했다고 생각해도 착각이다.

 

오히려 각본을 쓰고, 국민이 궁금해 할 답변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 형식보다 중요한 건 내용이다.

 

게다가 다소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질문에 얼굴색이 바뀌면서 답변할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도 어색하다. '우리 대통령도 경망한 기자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발끈할 수 있다'고 보여주기로 사전에 짜고 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출처: Woochul S0ng 201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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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령 경기방송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과정에서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는 표현을 썼다. 사진=YTN 갈무리

 

▲언제까지 산소호흡기를 달고 정치를 해야 하나...불안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