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을 보고 나서
1. 기자는 고개 숙인 할미꽃
기자는 국민과 독자의 알권리와 언론 관련 기본권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기자는 국민 입장에 서서 세간의 궁금증과 의혹을 묻고, 정확한 통계로 정책혼선을 지적하고, 정책의 개선 의지를 밝혀달라고 추상같은 질문을 하는 자리다. 기자의 사명과 전문성은 고사하고, 자기들 역할과 정체성도 모르는 유치한 수준이었다.
한국 기자의 수준은 이러했다. <올림픽에 김정은 위원장이 오시면~~, 그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 주셔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 불편한 질문인지 알지만 ~~, 작년도에 연이어 질문하게 되어 영광, 대통령님 말씀이 쏙쏙 들어온다. 등 등 > 여당 출입기자 같은 아부성 질문, 공천을 기대하는 후보자 같은 저자세 질문이었다.
기자라면 제 4부의 최고 엘리트들 아닌가? 기자는 묻고자 하는 핵심의 본질을 압축해서 간단명료하게 묻고, 답변의 본질을 피해가면 재차 몰아치는 탱크 같은 기개가 있어야 한다. 기억에 남는 질문을 한 기자는 없었다. 기자들아, <질문의 힘>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아래처럼 5초 이내에 질문을 하길 바란다.
2. 기자가 못하면 우리가 청와대 청원 코너에 <국민의 질문>을 해야 한다.
1) 많은 국민이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이해한다. 언제까지 청산할 것인가?
2) 사람이 먼저라고 하는데, 촛불을 든 사람만 사람인가?
3) 남북 대화도 중요하다. 내부 화합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4) 무면허, 난폭운전, 역주행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앞으로 한반도 운전 어떻게 할 것인가?
5) 비서실장이 UAE와 레바논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6)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보조를 맞추라고 지시했는데, 앞으로 중국과는 어떤 관계를 유지할 생각인지? 미국과 충돌이 예상되는데, 어떻게 동맹을 설득할 것인지?
7) 전 정부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비판의 소리는 어떻게 듣고 있나요?
8) 시민운동 경력 합산 안은 폐지를 했다. 최저임금과 탈원전 정책 폐지할 용의는 없는가?
9) 대다수의 국민은 북핵 폐기 없는 남북대화,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 개헌, 태극기가 없는 평창 올림픽은 절대 반대하는 분위기다. 알고 있는가?
10) 모든 분야의 불신이 쌓여가고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느냐? 등 등
(중략> 안보실책(100가지), 정치실책(100), 경제실책(100), 외교실책(100), 협치불발(100), 등등
3. 야생화 같은 싱싱하고 참신한 외신기자
BBC 방송의 기자 질문은 간결했고 핵심이 있었다.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충돌, 즉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누구 편을 들겠느냐? 는 질문이 있었다. 기자는 한국의 8개월을 지켜보면서 이대로 가면 예상된 충돌이 있을 거라는 분석과 예측을 담은 예리한 질문에 <통치자로서 어떻게 하겠다는 답변은 피하고, 한미공조가 잘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외신 여기자는 남북 대화의 물고를 트는데, 트럼프의 기여도를 물었다. <대단한 기여를 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짧고 본질을 꿰뚫는 질문이었다. 자연스럽고 명쾌한 질문을 보면서 그 나라의 수준이 함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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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달밤에 체조하는 달맞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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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앞에 약하고 비열한 기자들 때문에 우문우답, 동문서답, 본질을 피해가는 꼼수로 기자회견을 선방했다. 골키퍼가 골을 넣은 게임이었다.
최저 임금 후폭풍을 거둘 생각은 못하고, 중소기업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노동시간 단축 카드를 꺼냈다. 4년 중임제 개헌 의지, 장기집권 의지를 드러냈다. UAE 관련 MOU는 흠결이 있다면 수정하겠다는 의지, 위안부 관련 자주적(?) 조치 등 참으로 민심 역주행을 보여 주었다. 종편의 기자 한 분이 문빠들의 악질 댓글과 폭탄에 시달리고 있으니 말려달라는 질문에는 <정치인도 허다하게 당하는 일이다. 예민하게 신경 쓰지 말란다. 무디게 무시하란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한심한 장면을 보고 나도 무시하면 속이 편하지만, 나라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서 두렵다.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고 죄도 없는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가두는 나라에서 글을 쓰는 나 자신이 참으로 가엾고 가볍다.
출처: 박필규 페이스북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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