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철학없는 보수] 좌파는 '우리'와 '너희(적폐)'를 구분하는 데 프로...자유시민은 응애, 응애 갓난아이 수준

배세태 2017. 12. 16. 12:00

※철학없는 보수

 

몇년 전에 쓴 글에서 [정파로서의 '보수'와 정치철학으로서의 '보수주의'는다르다]고 말했다. 이는 '보수'(conservative)란 말의 탄생에서도 알 수 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터졌다. 완장찬 놈들이 날뛰고 연줄 대서 한탕하려는 자들이 기승을 부렸다. 카톨릭 교회 재산과 봉건 영주의 재산을 몽땅 걷어서 재분배하는, [분배 정의]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의 정의는 [폭도에 의한, 폭도를 위한, 폭도의 정의]이지만...

 

혁명이 유행이 됐다. "펜은 총보다 강하다"란 말로 유명한 미국인 토마스 페인은 프랑스 여자를 자빠뜨려 파리에 둥지를 틀고 폭도 대변인으로 변신했다. 영국에서도 '목사'라는 타이틀 가진 자들이 "왕실을 없애 버리고 공화국으로 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폭도 멘탈 쓰나미에 대못을 박은 사내가 있었다.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그는 프랑스 혁명이 아직 폭도 실체를 완전히 드러내기 전이었던 1790년에 기막힌 책을 펴낸다. 혁명이 피바다, 완장질, 재산-가로채기로 귀결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한 영국은 이미 1688년 명예혁명에 의해 '완숙한 시민 민주주의 체제'가 됐기에 새삼 공화정 혁명 따위가 필요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는 기인이었다. 정당 소속은 리버럴(liberal, 자유당=휘그). 왕실재정과 국가재정을 분리시켰으며, 정당정치의 모델을 확립시켰으며, 미국의 사실상의 독립을 일찌감치부터 주장했으며, 박해받는 카톨릭 교도들을 보호했으며, 인도에서의 영국의 지배 양태를 극렬하게 비판했다. 이 개혁가가 '피바다 혁명'을 반대한 것이다. [혁명에 반대하는 개혁가] , [피바다가 아닌 냉정하고 현실적이며 지속적이고 집요한 개혁] , [한편으로는 전통의 지속을 존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확한 혁신을 추구하는, '지속과 변화의 절묘한 균형']--이게 버크 사상의 핵심이다.

 

한편 프랑스 혁명 10년이 지나고, 나폴레옹 15년이 지나고... 프랑스는 폭망했다. 그리고 다시 왕정으로 복귀했다. '왕정 보존'을 주장하는 자들을 '보수'(보존=conservation)라고 불렀다. 그때부터 '보수'라는 말이 나왔다. 왕정보존파는 "우리가 버크 사상을 이었다"라고 외쳤다. 그리고 버크를 '보수의 시초'라고 모셨다.

 

글쎄...

 

버크는 '정파로서의 보수'가 아니다. 그의 정치철학은 '개혁과 지속의 절묘한 균형'에 그 핵심이 있다. 그의 정파는 보수가 아니라 리버럴(liberal, 휘그, 자유당)이다. 물론 이때의 리버럴은, 제2차세계대전이후, 특히 월남전 이후, 서양의 개판 리버럴과는 완전히 다르다. 오바마, 클린턴, 카터의 리버럴은 [사회와 전통가치의 완전한 해체]에 가깝다. "우리가 도덕적이얏~~"이라 주장하며 눈알 부라리는 [도덕완장질=PC]리버럴은 19세기 정통 리버럴과는 엄청 다르다...

 

우리 사회엔 "나, 보수여 보수! 정통보수여!"라고 외치는 자들이 많다. 또한 "나, 보수여 보수! 개혁보수여!"라고 외치는 자들도 많다. 그러나...그러나...이들 중 보수주의 정치철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자는 드물다...

 

보수에 철학이 있었다면 이 지경 안 됐다. 탐욕과 정파적 이익, 이것이 '보수'라 불리는 세상이다.

 

정치투쟁은 철학에서 나와야 한다. 왜? 정치투쟁은 '우리'와 '너희'를 편가르기 하는 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살벌하게 투쟁하려면 편을 정확히 갈라야 한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저들은 편을 가르기 위한 여러가지 무기를 사용한다. 대충 꼽아도 셋 정도다. 이중 세번째가 제일 강력하다.

 

"김일성을 교주로 섬기는, 민족해방 투쟁을 전개하자!" (NL)

 

"노동계급이 다른 모든 계급을 지배하고 파괴하는 계급해방을 이룩하자!"(PD)

 

"인생 별 것 없다.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더라도 알 길 없다. 인생의 의미는 [우리 패거리]를 지어서 사회를 해체하고 떼법을 만들어 세상을 뒤흔드는 것이다! 메타포(암시적 비유)를 사용해서 세뇌하고, 몽따쥬(짜집기)를 사용해서 이미지를 조작하며, 미쟝센(PPL과 같은, 배경 소품 배치 노하우)을 사용해서 무의식에 각인시켜라!"(프랑스 좌파 포스트모더니즘. 1990년대 초반에 한국에서는 매년 5백권 안팎의 좌파 포스트모더니즘 책이 쏟아져 나왔다. 하루 평균 2~3권...)

 

상대는 이렇듯 '우리'와 '너희'(적폐)를 구분하는 데 프로들이다. 그런데 우리, 자유시민은? 이제야 비로서 응애, 응애 갓난아이 울음을 울고 있을 뿐이다. 그 울음이 공포스런 함성으로 성장할 날은 언제일까?

 

출처: 박성현(뱅모) 페이스북 2017.12.16

(이선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