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실험: 초종교적(trans-religious) 자유공화 시민이 나올까?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와 기독교(개신교) 정신 capitalism and protestantism)]을 논했다.
자본주의는 [시장제도, 기업가정신, 직업윤리], 이 세 가지의 융합물이다. 뱅모는 이를 MEP라 부른다. market, entrepreneurship, professioinal-ethics. 시장을 잘 설명한 사람은 아담 스미스와 오스트리아 학파다. 기업가 정신을 잘 설명한 사람은 드러커 혹은 슘페터다. 직업윤리를 잘 설명한 사람은 뒤르껭(더르크하임)이다.
이 세 기둥이 튼튼하지 않으면 자본주의가 우뚝 서지 못 한다. 자본주의는 '시간의 게임', 즉 '축적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시장제도에 익숙해진 소비자 심리와 공급자 심리가 [축적]돼야 한다. 기회비용을 따지는 행태가 일반화되어 [축적]돼야 한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란, [선택할 뻔 했던 것 중에 최상의 케이스]를 뜻한다. 내가 휴지 한 뭉치 사는 경우, [모든 휴지 공급자에 대해 완벽히 알고 있었더라면 살 수 있었던 가격]이 기회비용이다. 젊은 세대로 갈 수록 기회비용에 대해 지극히 민감하다. 이게 [시장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심리, 문화, 행태다.
또한 [기업가 정신]이 세대에서 세대로 축적돼야 한다. 혁신의 찬스를 살펴서 모험을 감행할 때, 그 성공 가능성을 [평가]해 주고, 그에 대해 [사람과 돈]이 적절하게 모이는 문화가 [축적]돼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란 한 개인의 정신이 아니라, [강력한 벤처 평가 문화]에 다름 아니다. 이는 일종의 [축적물]이다.
나아가 [직업윤리]가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축적]돼 있어야 한다. 직업윤리란, 지식노동자, 전문직이 '자기 직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정직성과 도리'를 뜻한다. 판사*검사가 자기 한 몸의 이익을 위해 이상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직업윤리가 개판인 상황]을 뜻한다. 의사가 MRI나 치과기록에 대해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난 진실조차 외면하고 왜곡하는 것 역시 그런 케이스이다. 언론인이 진실을 외면하고 용비어천가만 지어서 떠드는 것 역시 그런 케이스이다. 전문직의 직업윤리가 붕괴하면, 사람들의 성정이 사납고 야비해진다.
마르크스는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농민이 도시 임금노동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가리키는 용어다. 노동자의 형성이 자본주의의 발전인가? 그렇게 따지면 과거 공산 국가야말로, 지금 북한이먀말로, 자본주의의 완성판이다. 국가가 모든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기에, 모든 사람이 '임금노동자'(프롤레타리아트)이다. 실제로 공산 체제 혹은 북한 체제는, [국가 자본주의 state capitalism]일 뿐이다.
깡통진보는 '사회주의가 답이닷!'이라 주장하지만, 그런 거 존재한 바 없다. 사유재산과 시장에 바탕한 자본주의(시장자본주의)이든가, 국유재산과 배급에 바탕한 자본주의(국가자본주의), 둘 중 하나 뿐이다.
그러나 진짜 자본주의, 제대로 돌아가는 시장 자본주의는 결코 개무식한 체제가 아니다. 앞서 말한 세 개의 기둥, 즉 MEP(시장제도, 기업가정신, 직업윤리)가 우뚝 서야 제대로 된 자본주의다. 이 세 기둥은 시간 속에서 축적되고 진화한다. 그래서 자본은 축적의 게임이다. 법률*제도 축적, 문화 축적, 행태 축적, 심리 축적이다...
다시 베버로 돌아가자. 베버는 자본주의를 꽃피우는 이 세 개의 기둥이 '기독교(개신교) 정신'에서 나왔다고 봤다. 맞는 말이다. (아, 참, 나는 교회에 다니지 않으니까, 나보고 '교회선전'한다고 하지 말기를...)
그러나 과연 자본주의만 기독교(개신교) 정신에서 나왔을까? 자본주의의 정치적 대응물인 자유공화, 자유민주도 기독교(개신교) 정신에서 나왔다. 자유공화, 자유민주가 꽃피운 영국과 미국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영국은 기독교(개신교)의 세 가지 교회 조직 원리를 모두 발전시킨 나라다.
첫째 정치체제(polity)와 조응하는 교단(order)이 만들어지고 교단이 교구(parish)를 나누어, 교구에 성직자를 파견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를 '권력기반 감독교파'(power-based episcopalianism)이라 부른다. 정치권력과 교단이 조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국 국교 (성공회Anglican Communion의 핵심 구성부)의 '총감독'(supreme governor)은 영국왕이다. 영국국교가 이끄는 성공회는 8천만이 넘는 신도를 가지고 있기에 그 크기가, 기독교 중 다섯번 째되는 교단이다. 영국이야말로 '권력기반 감독교 체제'를 가장 잘 발전시킨 나라다.
둘째, 회중(신도모임, congregation)이 장로를 뽑고 목사를 초빙하는 회중교(congregationalism)이다. 장로교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교회가 회중 체제로 이루어져 있다. 다음에 설명하는 감리교(methodist)를 빼고! 회중교 체제는, 프랑스 신학자 캘빈이 주장한 교회 조직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영국 스코트랜드에서 구현됐다. 한마디로, "회중교 체제는 영국인의 발명품이다"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셋째, 신도들이 교단을 구성한 다음, 교단이 교구를 나누고 성직자를 파견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를 '민초기반 감독교파'(grassroot-based episcopalianism)이라 부른다. 감리교가 이같은 체제다. 민초기반 감독교파의 유일한 성공 케이스는 감리교이다. 민초기반 감독교 체제는 영국인의 발명품일 뿐 아니라, [오직 영국인만의 독점 발명품]이다.
이렇듯 영국은 [교회와 신앙의 나라]이다. 현대 기독교(개신교) 교회 조직 방식 세 가지 모두가 고도로 발달했으며, 그 중 두 가지(회중교 체제 와 민초기반-감독교 체제)는 영국인의 발명품이며, 그중 한 가지(민초기반-감독교 체제)는 영국인이 발명한 감리교 외에는 일체 다른 성공 케이스가 없다.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된 것은, 창녀, 도둑, 사기꾼, 핌프가 주축을 이루는 하층민 이민자 집단을 해외로 내보내도 엄청나게 경건하고 튼실한 [식민 교포 공동체]를 구성해 내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유럽국가의 식민자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한탕하고, 현지여자 중 쭉빵들 자빠뜨리는 재미'에 함몰됐지만, 영국인으로 구성된 식민자들은 '교포 공동체'를 만들어 삶의 터전으로 일구어냈다. 그래서 다른 유럽 국가의 식민지가, 영국의 식민지를 당할 길이 없었다.
이같은 영국 문화가 미국 문화의 뿌리다. 영국인의 (교회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자치능력이 미국에서 한층 더 발전했다. 그래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깊게 통찰한 토크빌은, 세계적 명저 '미국의 민주주의'(1830년대에 나옴)에서 이렇게 썼다.
"기독교 교회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정치 기관이다 Religion is the most important political institution"
한층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 자유공화, 자유민주의 핵심은 [자유시민의 자치능력] 이다. [자유공화 원리에 바탕해서, 공동체를 꾸려낼 수 있는가?]--이게 바로 자유공화, 자유민주의 핵심이다. 박대통령 탄핵난동을 처벌인 탄핵동지회(대한민국 제도권 상류층)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 역시 마찬가지다.
"너희, 자치능력 있어? 너희 자신의 힘으로 자유공화국을 꾸릴 수 있어? 없지? 그러면 우리 조중동과 제도권 범털들 앞에 꿇어! 우리 안배에 따라 개돼지로 살아!"
자유공화, 자유민주의 원산지인 영국과 미국은 모두 (앞서 말한 것처럼) 기독교(개신교) 공동체에 바탕해서 이같은 엄청난 정치문화를 키워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자유민주, 자유공화는 [영미 기독교 공동체의 정치 게임 방식]으로서 발전했다.
프랑스든, 독일이든, 유럽 국가들은 영미에서 발전된 제도를 차용했으며, 영미의 보호/억제 아래 자유민주, 자유공화를 유지해 왔다. 그같은 '빌려 쓰기' 혹은 '닮아가기'가 쉬었던 이유 중 하나는, 유럽 국가들이, 개신교든 구교(카톨릭)든 기독교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종교를 뛰어넘어서, 순수-정치철학, 순수-정치사상 그 자체로서 자유공화, 자유시민의 흐름이 만들어져야 할 판이다. 아찔한 위기다. 아찔한 과제다.
[교회 공동체]로 엮여있거나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공동체]를 만들어내기 위한 [자유공화 시민의 자치능력]을 획득할 수 있을까?----이게 한국인이 진행하고 있는 실험이다. 내가 과문한지 몰라도 세계 최초의 실험이다.
한국인은, 그 운명이 독특하고 별난 종족임에 틀림없다. 교회다니는 분들은 이 운명을 '섭리'라고 부를 게다. 나는 그같은 해석에 별로 반대하지 않는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종교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호모*릴리저스(homo religious, 종교적 존재)...
호모-소울풀(homo soulful, 영성 가득한 존재)...
출처: 박성현(뱅모) 페이스북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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