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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선택 가로막는 ‘유심 장벽’

배셰태 2010. 10. 30. 15:57

소비자 선택 가로막는 ‘유심 장벽’

경향신문 IT/과학 2010.10.13 (수)

 

스마트폰 대부분 이통사 바꿀때 데이터 통신 ‘먹통’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유심(USIM) 카드를 통해 이동통신사를 자유롭게 선택하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심 카드는 가입자 정보가 담긴 칩으로 스마트폰 같은 3세대(G) 휴대전화 안에 삽입되는 칩이다. 같은 휴대전화라도 유심 카드만 바꿔끼우면 손쉽게 명의와 이통사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부분이 다른 이통사로 ‘유심 이동’을 할 경우 핵심기능인 데이터 통신은 ‘먹통’이 돼 사실상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T 아이폰4에 SK텔레콤이 판매한 유심 카드를 꽂아 개통할 경우 데이터 통신과 장문메시지(MMS) 송·수신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SK텔레콤의 갤럭시S에 KT 유심 카드를 꽂아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팬택이 공급 중인 SK텔레콤용 ‘베가’와 KT용 ‘이자르’도 마찬가지다.

 

데이터 송·수신은 국내에 ‘스마트폰 열풍’을 불게 한 핵심기능이다. 따라서 이 기능이 작동되지 않으면 스마트폰끼리는 유심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과 같다.

 

스마트폰 사이에 유심 이동이 안되는 것은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의 ‘결탁 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휴대전화 단말기와 통신사를 따로 구매할 수 있는 유럽의 ‘오픈 마켓’식 공급 구조와는 달리 국내 시장은 통신사를 통해서만 휴대전화를 구매하고 개통할 수 있다.

 

제조업체는 통신사의 폭넓은 유통망을 활용해 쉽게 물건을 팔 수 있고 통신사는 신제품을 독점적으로 확보해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어 이 같은 결탁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권리는 크게 침해받고 있다. 예컨대 단말기는 KT가 공급하는 아이폰4를, 요금제는 SK텔레콤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을 수 있지만 이 같은 선택은 불가능하다.

 

정부의 엉성한 통신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시에 따르면 유심 이동을 할 경우 음성통화·단문메시지·발신번호표시서비스만 제 기능을 하면 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통업체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의무 규정도 아닌 데이터 통신과 MMS 기능을 새로 추가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