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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드 드렉슬러, 미국 패션계 전설...'기술의 습격'에 무릎 꿇다

배세태 2017. 6. 9. 08:15

미국 패션계 전설 '기술의 습격'에 무릎 꿇다

한경닷컴 2017.06.06 뉴욕=이심기 특파원

http://news.hankyung.com/international/2017/06/06/2017060655251

 

밀러드 드렉슬러 제이크루 회장 전격 사퇴

 

1990년대 '갭' 인기 이끈 주역…2003년 영입돼 초반 반짝 성공 

온라인·패스트패션에 밀려 점포 매출 10분기 연속 내리막

"속도·가격이 더 중요해졌는데 제품·디자인 고집하다 뒤처져"

 

<중략>이미지

 

미국 패션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밀러드 드렉슬러 제이크루 회장(72·사진)이 5일(현지시간) 전격 사퇴했다. 아마존 등 기술 기업의 도전과 패션산업 변화를 과소평가했다는 자책과 함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드렉슬러 회장이 이사회 의장 자리를 유지한 채 파산을 피하기 위해 20억달러(약 2조2400억원)에 달하는 채무재조정 작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후임에는 가구회사 웨스트엘름의 제임스 브레트 사장이 선임됐다.

 

10분기 연속 매출 감소

 

<중략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2003년 제이크루 CEO로 영입된 드렉슬러 회장은 1990년대 패션회사 갭(GAP)에서 일하며 이름을 날렸다. 갭, 올드네이비, 바나나 리퍼블릭, 메이드웰 등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키워내며 패션업계 ‘미다스의 손’이란 명성을 얻었다. 그는 제이크루에서도 디자이너가 제작한 고급 의류를 대중에게 판매한다는 전략을 구사해 초반에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WSJ는 “수십년간 패션산업은 1년 전 미리 옷을 디자인해 제작한 뒤 예측이 적중하느냐에 따라 대박과 쪽박이 갈리는 비즈니스였다”며 드렉슬러 회장의 경영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하이테크 기술 도입으로 실시간 공급망 관리가 가능해지고, 소비자 반응을 즉각 반영해 디자인과 생산이 수주 내로 이뤄지면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통하지 않게 됐다. 온라인 시장의 부상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고,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됐다. WSJ는 “게임의 규칙이 과거 제품과 디자인에서 속도와 가격으로 바뀌었지만 제이크루의 대처는 늦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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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혁신기업의 딜레마》로 유명한 클레이턴 크리스턴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현재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현직 CEO는 새로운 변화의 도래를 감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존 시장을 파괴할 수도 있는 신기술의 도입은 당장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꺼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