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스크랩] 보수진영에는 왜 책사가 보이지 않을까,

배셰태 2017. 5. 12. 13:38

"친노라고 표현되어 온 우리는 폐족(廢族)입니다." 이 말은 200712월 대선에서 집권 여당의 후보로 나선 정동영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큰 스코어차로 패배를 당하자 그해 1226일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위원장이었던 안희정 현 충남 지사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친노 세력의 처지를, 조상이 큰 죄를 지어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폐족에 비유한 말이었다.

 

당시 여당 후보였던 정동영이 받은 득표율은 26.1%였고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명박이 받은 득표율은 48.7%였다. 표차는 500만표 이상 크게 났다. 여기에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회창 후보가 획득한 15%까지 합하면 보수진영이 받은 득표율은 63.7%라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그러나 스스로 폐족이라고 단정했던 좌파진영은 정치판에서 사라지지 않고 몇 차례 이합집산 과정을 거치며 당명까지도 숱하게 바꾸면서 재기의 칼날을 갈았다.

 

그러다가 2012년 대선을 맞았다. 당시 좌파진영에서는 희망2012”라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재야원탁회의에서는 통진당을 비롯한 제()좌파정당들과 연합하여 희망 2013 비전 선언이라는 것과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20대 약속이라는 비전을 내놓으며 대선과 총선을 준비했다. 그러나 2012년 문재인과 박근혜가 대결했던 대선에서  문재인은 패배했다. 이때 비록 문재인이 패배하기는 했지만 높은 득표율을 받음으로서 재기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212월에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은 48%라는 높은 득표율을 보여주었고 박근혜와 표 차이는  108만 표에 불과했을 정도로 선전했다. 이때 문재인의 득표수는 1469만 표였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엊그제 끝난 대선에서 문재인은 적어도 4년 전에 획득했던 수준의 지지표를 확보했고 보수진영의 표는 담배 연기처럼 어디 론가 사라져 버렸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3자구도가 되면 보수가 유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에 실시된 총선에서도 보았듯, 3자구도가 성립이 되어도 결코 보수가 유리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 이유가 나온다. 좌파 진영은 공통된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까지는 결코 흩어지지 않고 결속한다. 반면 보수는 조금이라도 수가 틀렸다하면 쉽게 이탈하여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린다. 결속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부족하고 쉽게 단결하지 못하는 그릇된 습성 때문일 것이다. 또한 보수진영에서는 이념적으로 치열한 대결을 벌인 경험도 없을 뿐 아니라 평소에 훈련도 안 되어 있다는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보수가 승리한 경우는 항상 양자대결에서만 가능했다. 보수와 좌파의 양자 대결에서는 보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보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수가 제3의 선택지가 있을 경우에는 필패구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작년의 총선과 이번의 대선 결과가 증명해 주고 있다. 이것이 보수의 취약점이자 근본적인 한계였다. 2013,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좌파진영은 정권 초기부터 집요하게 정권을 흔들었다. 국정원 댓글사건에서부터 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방해, 3명의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낙마 성공과 몇몇 장관의 인사 청문회를 통한 낙마, 박근혜 정부가 요청한 개혁입법에 대한 말목잡기, 세월호 선박사고의 끈질긴 정치투쟁, 4대개혁법안 저지, 등등 좌파진영은 동원할 수단은 다 동원하여 박근혜 정부에 흠집을 가했고 급기야 대통령 탄핵까지 성공시켰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좌파진영의 이러한 정치적 공세는 어쩌면 정권탈환을 위한 전략.전술적 차원에서 전개되었을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특히 좌파정권이 집요하게 정부를 공격하며 흠집을 낸 것은 자신들의 선명성과 투쟁력을 과시함으로서 좌파진영의 이탈을 막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지만 3자구도 아래서 취러질 보수의 취약점을 좌파진영이 이미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여기에 촉매제로 등장시킨 것이 대통령 탄핵이었을 것이다.  

 

지난 51, 내부적으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민주당 이해찬은 공주 유세에서 "극우·보수세력들이 다시는 이 나라를 농단하지 못하게 철저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나온 말도 면밀히 분석해 보면 흩어진 보수의 실상을 파악한 끝에 나온 좌파진영의 결속용 발언이었던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바둑 프로기사는 대국이 끝나면 복기(復棋)라는 과정을 통해 두 번의 실패를 방지한다. 여러 갈래로 흩어진 보수가 재기의 방법을 모색하는 하는 길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우선 보수진영은 문재인을 중심으로 하는 좌파진영이 지난 5년 동안 정권 탈환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주도면밀하게 준비해 왔는지 저들의 행보를 면밀하게 복기해 보는 것도 방안의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 보수진영의 장래가 대단히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에 이론(異論)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 처한 보수진영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웰빙 체질에 젖은 호가가나 법률을 전공한 율사가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책사(策士)가 아닐까 한다.

 


출처 : 호국미래논단
글쓴이 : 장자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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