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소신 있는 사람들이 침묵하는 사회...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의 사회적 매장

배세태 2016. 11. 27. 10:57

소신 있는 사람들이 침묵하는 사회

자유경제원 2016.11.24 우원재 칼럼니스트

http://www.cfe.org/20161124_146893

 

정우성 유아인 같은 배우, 윤종신 윤도현 같은 가수 등 연예인들이 정권을 질책하고 있다. 이른바 사이다 멘트와 함께. 이에 ‘소신 발언’이니, ‘용기 발언’이니, ‘개념 발언’이니 하며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만 가지고 이런 기사들이 나온 게 아니다. 연예인이 특정 정치 성향을 띠고서 정치적 발언을 할 때마다 이런 반응들이 나왔다.

 

한 시민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 좋게 생각한다. 그런데 왜 똑같은 정치 발언을 하는데도, 누구는 개념 있고, 소신 있고, 용감한 연예인이 되고, 다른 누구는 논란의 대상이 되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립다는 가수 이승환은 ‘정의로운 가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개그맨 김제동은 ‘개념 연예인’이면서, 배우 공유가 존경하는 사람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자 ‘역사관 의심’ ‘논란’ ‘물의’ 등의 워딩으로 기사를 쓰나?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게 ‘용기 발언’ 같은 표현이다. 하나 물어보자, 지금 이 시기에 대통령을 욕하는 게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모두가 대통령을 욕하고 있다. 초등학생도 시위 한복판에서 마이크를 잡고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 좌성향의 사람들은 물론, 나를 포함한 우성향의 사람들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온 국민이 대통령의 적이다. 절차에 따라 탄핵안이 발의되면 어렵지 않게 끌어내려질 것이다. 당연히 공분은 엄청나고, 여론은 과열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 뭐? 대통령을 까는 게,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들을 비난하는 게, 고위공직자를 욕하는 게 무려 ‘오늘만 사는 사람’의 ‘용기 있는 발언’이라고? 이를 두고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모두가 욕하고 있는데, 나도 한 마디 얹겠다는 건 오히려 기회주의에 가깝지 않나? 진짜 용기가 필요한 건 그 뜨거운 목소리들에 찬물을 끼얹으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 아닌가? 예컨대 천호식품 회장 같은 발언. 발언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소신’ ‘용기’ 등의 표현은 거대한 여론에 정면으로 부딪치며 자기주장을 하는 그런 목소리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천호식품 회장은 시위를 비판하던 문제의 글로 사회적 매장을 당했다. 천호식품 불매운동까지 일어났다. 말 한 마디에 매장되고, 생계를 위협받는 무서운 세상이다.

 

한국의 정치적 이해 수준과 문화, 감성 등은 딱 7, 80년대 운동권에 머물러있다.

 

독재를 경험해본 적도 없고, 권력의 무서움을 느껴본 적도 없는데 386세대가 물려준 투쟁정신에만 매몰되어 무언가 대단한 착각에 빠져있다. 자신들은 나약한 민중이며, 절대적인 힘을 가진 권력자들에게 핍박받고 있으나, 찍소리도 못 내는 그런 존재라는 착각.

 

쉽게 말해 사회 전체가 연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거다. 제6공화국으로 제도적으로 완벽한 민주주의가 정착됐다.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무소불위의 권력은 바로 ‘국민여론’이자 ‘국민정서’다. 대통령이나 위정자를 욕하고, 놀리고, 그것을 유행하는 놀이문화로 즐기고 있는 게 이 시대다. 비판 비난 조롱을 넘어서 온갖 음모론과 유언비어를 공유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직장 상사 욕하는 것보다, 대통령 비판하는 게 훨씬 쉬운 시대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권력 앞에 벌벌 떨며 침묵을 종용받는 불쌍한 민중들인 양, 이상한 망상에 빠져 언더도그마에 호소하며 자위를 하고 있다.

 

이러니 정치에 있어서 ‘정해진 답’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약자에게 허용되어야 할 ‘소신’ ‘용기’ 등의 수식어까지 거대여론에 편승한 강자들이 가져가버리니. 누가 용기 있게 신념을 가지고 발언을 하나?

 

다수가 원하는 발언을 ‘정답’으로 강요하며 이를 소신 있고 용기 있다고까지 떠받드는 사회는 진짜 소신 있고 용기 있는 사람들을 악마화하며 그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거대악은 항상 이런 분위기로부터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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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한국, 촛불이 수 백만개라도 민주공화국의 法治를 태울 수 없다
미래한국 2016.11.12 한정석 편집위원/ 前KBS PD
http://blog.daum.net/bstaebst/18960

대통령에게 퇴진하라는 요구가 광장을 메웠다. 그 촛불이 수 만개든, 수 십만개든 심지어 수 백만개라도 민주 공화국의 법치규범은 그런 촛불로 소각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 대한민국에 법치의 근간이 확고하지 못했던 때에는 4.19와 같이 민중들의 의사가 곧 국민의 일반의지, 즉 법의 의사일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지금 그런 나라가 아니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의미를 광장의 촛불들은 유념해야 한다. 군중은 국민이 아니며, 국민이란 주권자의 개념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주권자는 단일하며 개인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개인들의 다수의지가 곧 국민의 일반의지는 아니며, 다수의 의지가 주권자, 국민의 일반의지가 되려면 먼저 그 의지가 보편의 규범성과 정당성안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당위성이 발현되기 때문이다.[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