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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가 MS에서 끝난 것처럼, 스마트폰은 애플과 구글 세상으로 끝난다

배셰태 2016. 10. 18. 16:03

[IT로 읽는 세상] 스마트폰 이후의 세상이 열린다

조선일보 2016/10/17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6101601974&Dep0=lm.facebook.com

 

이달 초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이라며 구글 상표를 단 하드웨어가 여럿 발표됐다. 예전에 모토롤라도 인수했었고 LG나 화웨이에 의뢰해 넥서스라는 폰도 발매한 바 있지만, 구글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제조업의 욕망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스마트폰에, 음성인식 스피커에, 가상현실(VR)에, 미디어 기기까지 자신들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예쁘게 담아낼 그릇을 세트로 만드는 듯했다. 뉴욕에는 팝업스토어까지 만들어진다.

 

구글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은 파트너들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도록 내버려두고 그 일부만 수익으로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안드로이드 폰이 팔릴수록 구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가 퍼지게 되고, 그 판에서 광고를 파는 구글의 입지는 단단해진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폰만 잘 만들면 구글이 운영체제를 챙겨주니 다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장은 언젠가 멈추게 되어 있다. PC가 그랬었다. 이제 PC는 문서 작업만 무난히 하면 된다. 사람들의 관심이 스마트폰으로 넘어가자 그렇게 하나의 시대는 저물어 갔다.

 

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의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사브리나 엘리스 제품관리 총책임자가 픽셀폰의 색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구글은 블랙과 블루, 실버 등 세 종류로 출시되는 최고급 사양의 픽셀폰 2종을 공개하며 삼성, 애플, LG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프리미엄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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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널리 퍼졌지만, 구글은 미래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PC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떠나는 날, "사실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다"고 아쉬운 소리 하기는 싫었다. 윈도처럼 낡은 식당 취급받기 전에 미리 움직이고 싶다. 방법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듯 직접 보여주는 것뿐. 모든 자재를 직접 선별하고 최적화하여, 파트너의 튜닝 제품을 무색하게 하는 순정 제품을 멋지게 출시하려는 욕심. 또 하나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신호다.

 

삼성이 지금은 애플과 비교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PC 제조업체처럼 재미없는 일만 남겨질 날도 머지않았다. 이 사실은 삼성도 알고 있기에, 독자적 운영체제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PC가 마이크로소프트 세상인 채로 끝난 것처럼, 스마트폰은 애플과 구글 세상으로 끝이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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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후 세상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어떤 세상이 먼저인지는 구글도 잘 모르는지, 일단 있는 대로 쏟아 놓았다. 적어도 이 중 하나일 것이라는 양. 다만 아직은 전부 평범하고 무난하다. 이 기회의 세상은 아직은 누구에게나 공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