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보 위기와 '선제타격'
조선일보 2016.10.08 류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
국가 안보가 바람 앞의 등불이다. 6·25 남침으로부터 나라를 지켜 낸 이후 지금처럼 안보가 불안한 적이 없었다. 남한은 재래식 무기만을 보유하고 있는데,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는 물론 그 운반 수단인 미사일도 개량하여 태평양 너머의 동맹국 미국까지도 협박하고 있다.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에도 엇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은 1969년 7월 괌에서 미국의 새로운 외교정책을 선언하며 아시아에서 더 이상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만을 버리고 중공과 화해하는 선택을 천명한 이 발언 이후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발을 뺐다. 1975년 4월 남베트남은 패망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5년 내에 미군이 모두 철수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1971년 3월에는 주한미군 3분의 1이 실제 철수했다. 당시 남한은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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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독트린은 바로 이와 같은 북한의 도발 한가운데서 우리의 뒤통수를 치며 다가왔다. 그로부터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똑같은 상황, 아니 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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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북한은 8월 잠수함발사탄토미사일(SLBM) 시험에 성공했다. 또한 9월에는 5차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마침내 북한은 핵무기 실전 배치를 시간문제로만 남겨두고 있다. 남한은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즉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확정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잠수함으로부터 날아올 미사일엔 속수무책인 상태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폭정 체제를 멈추겠다고 공언했다. 며칠 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선 북한 주민의 탈북을 유도하는 발언까지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넘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불러올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치 상황은 이제 우리의 통제를 넘어서는 양상이다.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의 '선제타격' 논의가 증거다. 선거를 불과 한 달여 남겨 둔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선제타격'을 검토할 때라고 TV 토론에서 공언했다. 미국의 합참의장을 지낸 인사는 물론 백악관 대변인까지도 거침없이 '선제타격'을 언급하고 있다. 사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선제타격'은 미국의 보통사람들 사이에서조차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다.
동맹국이 실행하려던 '선제타격'을 1994년 김영삼 정부가 반대해 오늘의 상황에까지 이른 사정을 돌이켜보면 더 이상 우리가 '선제타격'을 놓고 우물쭈물할 계제가 아님을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예방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북의 공격 능력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정밀 타격 수단을 육·해·공에서 차질 없이 운용하고 있어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고 또 한 번 우왕좌왕한다면 최악의 경우 미국과 일본이 북핵을 용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순간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의 발언이 결국에는 또 다른 닉슨 독트린으로 우리의 뒷덜미를 후려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50년 전에는 위기 극복을 위해 '유신'이라는 비상수단이 동원됐다. 그러나 민주화된 지금은 다음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이 상황에도 '남아도는 쌀을 북한에 주자'며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도발에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저들이 또다시 도발하면 크고 작고를 막론하고 즉각 응징할 것"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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