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세계 도처에서 민주주의가 불안하다...2000년대 중반부터 후퇴 현상

배셰태 2016. 8. 7. 11:04

[글로벌 워치] 세계 도처에서 민주주의가 불안하다

중앙일보 2016.08.06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http://mnews.joins.com/article/20407965

 

생각보다 취약한 게 민주주의

2000년대 중반부터 후퇴 현상

무관용 민주주의는 속빈 강정

경각심은 안보·민주주의 조건

 

지금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처한 상황은 좋지 않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동부유럽 민주화 이전에도 민주주의 국가의 수는 확장되기 시작했다. 남부유럽·라틴아메리카·동아시아의 체제 변화는 민주화 물결을 이루었다. 이 물결에는 1986년 필리핀과 87년 한국에서 달성된 극적인 민주화도 포함됐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민주주의는 정체하거나 심지어 후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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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문제의 뿌리는 생각보다 더 깊다. 오래전에 민주주의가 확립된 나라에서도 민주주의적인 통치는 쇠퇴하고 있으며 정치적인 무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미국과 유럽에서 ‘민주주의가 사는 데 필수적’이라고 믿는 응답자의 비율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놀랍게도 젊은 유권자들이 가장 무관심하다. 아시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만·한국·일본에서 응답자들은 아직도 민주주의를 지지하지만 실제 정치 제도에 대한 좌절감은 사상 최고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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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들은 대체적으로 민주주의가 두 개의 주춧돌 위에 놓여 있다고 본다. 첫째는 자유·공정·경쟁 선거다. 둘째는 시민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의 보호다. 이 두 기둥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다수결주의(Majoritarianism)’가 득세하고 있다. 다수결주의는 다수가 지지하는 독재자,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의 훼손, 기본권의 제약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럴 수 없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아무리 작은 소수파라도 야당의 권리를 헌법에 따라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용과 자제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속 빈 강정이 된다.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초에 대한 논의는 우리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 민주주의는 궁극적으로 몇 가지 덕(德)과 마음의 습관에 달렸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큰 스승인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는 지지를 얻기 위해 사람들의 공포심과 감정을 악용하는 궤변가·선동가에 대해 경고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감정은 조기경보나 쾌락 같은 우리의 니즈(needs)에 부응하지만 깊은 사고와 토론을 방해하기도 한다..( 중략 )거의 모든 권위주의화에서 동일한 패턴이 발견되고 있다. 권력자들이 안보를 핑계로 ‘견제와 균형’을 훼손하고 시민적·정치적 자유를 제한한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지금 미국 민주주의가 처한 위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가. 내 직감에 따르면 그럴 일은 없다. 한국은 혈통상으로 동질적인 나라이며 인종이나 종교를 이유로 특정 그룹을 공격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에 대한 관용이 지켜지고 있는지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은 명예훼손법, 인터넷 접속, 선거법과 ‘절망적으로 시대착오적인(hopelessly-outdated) 국가보안법 등 일부 분야에서 언론의 자유 상황이 악화됐다. 민주주의는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다. 국가안보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면 경각심과 냉정한 사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