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지구 전체가 커다란 게임판" 대담한 발상… 증강현실 신세계 열다
조선일보 2016.07.23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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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 개발사 나이앤틱 CEO 존 행키
게임과 현실 세계를 이어주는 문이 열렸다. 각각 다른 공간 속에 존재하던 게임과 현실이 하나가 돼 게임이 현실로, 현실이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 지구 전체가 마치 커다란 게임판이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 만들어낸 신세계다.
이달 4일 스마트폰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Pokémon Go)'가 출시된 후 전 세계적 신드롬이 일고 있다. 증강현실이란 실제 사물을 볼 때 그 위에 가상 이미지가 함께 보이는 기술이다. 포켓몬 고 게임을 통해 거리를 보면 이곳 저곳 귀여운 괴물이 살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 괴물을 잡는 것이 게임의 출발이다.
미국에선 출시 일주일 만에 1일 이용자 수가 2100만명을 기록하며 최대 모바일 게임이 됐다. 휴대폰을 보고 게임하면서 길을 걷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제한 구역에 들어가 경찰에 체포된 사례도 발생했다. 국내에선 출시 이전인데도, 게임이 작동한다는 속초시로 향하는 버스가 매진될 정도로 포켓몬 고 열풍이 불고 있다.
'피카츄' 등 괴물 캐릭터들을 잡아 훈련하는 내용의 게임인 '포켓몬스터'는 일본 닌텐도가 1996년에 출시해 대히트한 게임이다. 닌텐도가 처음 포켓몬 게임을 선보인 지 20년을 맞이하는 올해, 미 실리콘밸리에 뿌리를 둔 게임 회사 나이앤틱(Niantic)은 닌텐도 자회사와 손잡고 스마트폰용 '포켓몬 고' 게임을 개발했다.
지난 16일 도쿄에서 포켓몬 고의 뿌리가 되는 또 다른 증강현실 게임 '잉그레스(Ingress)'의 오프라인 행사에 참가 중이던 존 행키(Hanke·49) 나이앤틱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행키 CEO는 이른바 '연쇄 창업가'로 구글의 지도 이미지 서비스인 '구글 어스'를 성공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10대 때부터 코딩(프로그램 짜기)을 좋아했던 그는 게임 회사를 두 번 창업한 후, 세 번째로 위치 데이터를 활용한 프로그램 회사 '키홀(Keyhole)'을 세웠다. 키홀이 2004년 구글에 인수되면서 구글+어스의 전신이 됐다. 구글에 입사한 행키는 구글어스, 구글맵스, 구글스트리트뷰 등 지도 관련 서비스를 총괄하는 부서에서 일하다가 "다시 코딩하고 싶다"며 사내 벤처를 설립했다. 이 사내 벤처가 작년 구글에서 분사한 나이앤틱이다. 분사 이후 나이앤틱은 닌텐도, 닌텐도의 자회사 포켓몬컴퍼니, 구글로부터 총 3000만달러(약 340억원)를 투자받았다.
―게임 플레이어들을 바깥으로 끌고 나온 점이 특이합니다.
<중략>
―한국에선 속초시 근처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여러 국가에서 순차적으로 출시하기 위해 지역별로 묶어서 준비를 하다 보니 틈새가 생긴 것 같습니다. 게임을 출시할 때 흔히 발생하는 실수이자 부작용 같은 겁니다. 아직 (한국에서) 시작도 안 했는데 버스가 매진되고 포켓몬스터를 잡으러 가기 위한 버스 투어까지 생겼다고 들었어요. 한국 팬들의 열성이 대단합니다. 게임 출시를 기다려주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6일 첫 출시 후 현재 35개국에서 서비스됐습니다. 이전에 200여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셨는데 한국 시장에는 언제쯤 출시할 예정입니까.
"여러 국가에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확한 시기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포켓몬 고 게임이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 서비스가 지연되는 것이 '지도 반출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우리 정부는 국내 지도의 정밀 데이터를 해외에 있는 서버에 반출하는 것을 막고 있어 구글 지도에는 도로·건물·지역 이름과 위치를 보여주는 정밀 데이터가 빠져 있다. 이를 놓고 과잉 규제라는 견해와 구글이 서버를 한국에 놓으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구글 측이 국내법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견해가 부딪친다.
그러나 속초에서 포켓몬 고 게임이 작동하듯이 지도가 반출되지 않더라도 서비스에 큰 영향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게임 화면에 표시되는 데이터가 적어져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게임을 즐기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략>
―앞서 출시한 게임이 포켓몬 고 개발에 큰 기여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중략>
캐나다 앨버타대의 션 더글러스 교수는 "그간 나온 증강현실 게임들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포켓몬 고와 같은 대단한 '지적재산'과 기술을 결합시킨 것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나이앤틱은 포켓몬 고 개발사이자 배급사이지만, 포켓몬스터 콘텐츠에 대한 사용권(라이선스)은 닌텐도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가 갖고 있다.
―게임의 성공 이유를 '포켓몬스터'라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콘텐츠에서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포켓몬스터 이외에도 다른 유명 캐릭터를 내세운 게임이 나올까요.
"넓게 보고 대답하자면 '예'이지만, 당장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는 없네요. 우리는 포켓몬 고가 출시되기 전부터 사람들이 당연히 열광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지금은 포켓몬 고 게임을 여러 국가에 순차적으로 서비스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외에서 몬스터를 잡는 게임을 닌텐도 측에 먼저 제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중략>
―증강현실이 앞으로 우리 삶엔 어떤 식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보십니까.
"증강현실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겪는 경험들을 좀 더 증가시키는 것이지, 공상(空想)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증강현실은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공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상업적인 것이 됐든 엔터테인먼트가 됐든 간에 현재 스마트폰상에서 즐기는 증강현실에서, 앞으로는 더 발전된 형태로 들어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인간은 전자기기들을 머리에 부착한 채 어두운 방 안에 앉아서 지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게임을 하는 것, 사람의 오감(五感)을 사용해가며 게임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나이앤틱(Niantic)
-창립: 2010년 구글 사내 벤처 '나이앤틱 랩스(Niantic Labs)'로 출발해 2015년 분사
-본사: 미 샌프란시스코
-주요 제품: 잉그레스, 엔드게임, 필드트립, 포켓몬 고
-창업자: 존 행키
-직원수: 약 50명
나이앤틱은 1849년 골드러시 때 샌프란시스코에 온 포경선의 이름이다. 화재로 가라앉아 그 잔해가 샌프란시스코 앞바다 속에 남아있다. 행키 CEO는 "바닷가를 지나는 사람들은 많지만, 바다 깊은 곳에 배가 숨어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며 "세상에 숨겨져있는, 잘 몰랐던 것들을 사람들이 찾고 탐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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