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준의 메이커 운동 담론] 4차 산업혁명의 진원…풀뿌리 제품 혁신, 메이커 운동
조선일보 2016.06.26 형용준 메이크위드 대표
http://it.chosun.com/news/article.html?no=2820932
한국에서의 메이커 운동, 세계의 메이커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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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인공지능, 전기자동차, 무인자동차 ,로봇, 드론 이라는 소재를 포함한 거대한 담론으로써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여기 저기서 '베스트셀러다, 콘퍼런스다, 인터뷰다, 강의다, 영화다, 포럼이다' 하고 연일 새로운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언론, 학계, 정계, 정부 부처 등에서 뜨겁게 신나게 논의가 많은 반면, 그 '사물'들을 실제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위 '메이커' 들의 활동과 관련한 필요 지원 생태계가, 미국, 중국, 유럽 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필자는 작년 6월 이후 디자인하우스의 출자로 설립된 메이크위드(makewith.co)를 통해서, 메이커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몇 주전 드디어, 10년전에 작게 시작해 현재는 전세계 메이커 운동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메이커 페어를 다녀올 수 있게 됐다. 한국의 메이커 페어는 5000명 남짓 방문하고 있지만, 여기는 2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것도, 땅이 넓은 나라여서 그런지, 중국도 그렇지만, 미니 메이커페어가 여러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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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오픈 코스 책임자였던 사람은 먼저 다가와 한국에 관심이 많다면서, 메이커 운동이나 디자인씽킹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혁신은 스킬과 기술 연마 이전에 그리고 제도 개혁 이전에 문화 혁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짧지만 임팩트 있는 가르침도 받고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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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 등 그러한 담론과 논의들이, 실제 나의 하루 하루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고, 개개인 입장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개인이 최소한의 기준과 무게중심을 갖고 대처해 갈수 있는 좋은 방향성, 철학, 방법론을 발견했기에 이를 나누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미국에서는 10년전, 중국에서는 적어도 5년전부터 시작된 '메이커 운동'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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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란 무엇인가?
메이커란 말을 주변 지인들에게 하면, 대뜸 돌아오는 질문이 "어느 나라제야? 미국거야? 일본거야?" 내지는 "명품이야? 구찌야 페라가모야?" 식이다.
메이커 운동에서의 메이커란, 한 마디로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고, 갑자기 실업자가 된 문과 출신(?)의 사람이 2년만에 세계적인 스마트 수중잠수정 메이커가 되어 그 생생한 경험담을 집필한 '제로 투 메이커'라는 책에서도 밝히듯이, 우리 모두 누구나 메이커가 될 수 있다. 원래 태초 인류 시절부터 누구나 메이커가 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한다. 돌을 깎아야 했고, 나무를 쪼개야 했으며, 작살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거나, 짐승을 사냥해야 했고, 움막이라도 지어서 더위와 추위를 피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을 '도구의 인간' 호모 파베르 (만드는 존재로서의 인간)라고 한다.
요즘의 메이커는 돌도끼 만드는 스킬, 기존의 바느질, 재봉틀, 수공예, 목공, 가죽공예, 유리공예에 쓰이는 스킬 등도 당연히 포괄하지만, 요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생산, 디지털 패브리케이션(digital fabrication)의 3대 도구인 3D 프린터/레이저커터/CNC 라는 도구를 활용해, 누군가는 필요한 물건을, 더욱 값싸게 혹은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지칭하고 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동력인데, 사물인터넷 물건들을 개인도 마음대로 자유롭게 창작해 볼 수 있는 오픈소스 하드웨어인 '아두이노/라즈베리파이'를 빼놓을 수 없겠다. 어릴 적 세운상가에서 납땜용 키트를 즐기는 중학생들이 제법 있었는데, 이제는 여기에 인터넷이 연결되면서 사물 인터넷 기반을 다지게 된 것이다.
이 디지털 페브리케이션 도구와 아두이노의 사용만으로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드론, 로봇 등을 중고등학생들 내지는 경력단절여성들, 실업자들도 만들어 낼수 있게 됐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선구매를 일으키며, 심지어는 초기 설계도면까지 공개해 팬을 모아가며, 이 팬들이 하나의 바이럴 마케팅 군단 및 가상 연구소 역할을 해내기까지 한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한달만에 100억~200억원을 모은 사례(스마트 양봉도구, 스마트 아이스박스)도 나타났는데 , 전문 생산회사에 대량주문생산을 아웃소싱하고 소프트웨어의 힘까지 결합되면, 대기업이나 생산해 냈던 수준의 것들을 만들어 낼 수가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들중에는 미국의 고급 드론 회사인 3D 로보틱스(3D Robotics), 수제 자동차 회사 로컬모터스(localmotors), 스마트 워치 페블(pebble), 한국인이 만들어 6조원 가치까지 간 핏빗(fitbit) 등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킥스타터에서 연일 쏟아지는 혁신 스마트 제품들은 대다수가 개인 메이커나 몇 명의 팀에 의해 이런 방식으로 창안되고 있다. 그것도 법인이라는 회사 형태가 아닌, 법인 설립 이전 순수 개인 상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프로토타입 제품 한 개가 아이디어가 좋고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혁신적인 물건이면, 한달만에 200억까지 선구매가 일어난다. 이 점이, 투자가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벤처나 창업과 다른 점이며 상당한 매력요소다.
앞으로 이 글은, 실업과 불황이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현재의 경제 구조속에서, 지속가능 경제/지속 가능 교육의 대안으로써의 메이커 운동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먼저 앞서가고 있는 미국, 중국의 메이커 운동 생태계를 바라보면서, 미국의 킥스타터, 테크샵, 중국의 씨드스튜디오 등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들의 탄생과 발전 현황에 대한 공유를 통해, 한국이 준비하고 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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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도서]
메이커스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사람들
크리스 앤더슨 지음 |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 2013.05.27
http://blog.daum.net/bstaebst/10572
[책소개]
DIY족이면서 동시에 제조 기업가이기도 한 새로운 혁신가, 메이커스!
『메이커스』는 ‘롱테일’과 ‘프리코노믹스(공짜경제학)’ 이론의 창시자 크리스 앤더슨이 인터넷의 보급 이후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3차 산업혁명의 전조와 향후 10년간 일어날 기술혁명의 미래를 알려준다. 특히 제조업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한다. 만드는 사람, 제조자, 제조업체 등을 뜻하는 메이커스는 사실 어느 시대나 존재해왔지만 이 책에서 다룰 ‘메이커’가 이전 세대와 다른 점은 기술에 정통하고 강력한 디지털 도구를 갖췄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메이커 운동이 향후 경제를 바꿔놓을 새로운 3차 산업혁명의 전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메이커 운동이 이전 산업혁명과 구별되는 점은 디지털 기술로 인해 개인의 맞춤형 제조가 가능해지면서 누구나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메이커 운동 세대는 3차원 프린터 등을 통해 그 이상의 미래를 보고 있다. 메이커 운동으로 개인이 제품을 생산, 유통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1인 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 등이 대기업을 위협하는 흥미로운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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