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려면 융합하라
중앙SUNDAY 2016.05.08(일)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http://sunday.joins.com/archives/127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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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는 것은 불편함을 준다. 그러나 그 다름은 활용하기에 따라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서로 합쳐져 잘 버무려지면 시스템이 되고 또 다시 시스템끼리 합쳐지면 더 큰 에너지인 시너지(시스템에너지)가 발생한다.
최근 조선업의 구조조정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조선산업은 반도체· 자동차·철강과 함께 우리 경제의 중요 축 중 하나였다. 10여년 전만 해도 외채 중 일부가 쏟아져 들어오는 조선사들의 선수금(회계처리상 부채)이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런데 지금은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이 바짝 추격을 해오고 있는 동안 기업은 오판했고, 정부는 방관했다.
중국의 추격이 비단 조선업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전자·전기·자동차·화학 등 거의 모든 산업군이 비슷한 상황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발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구조조정은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때 등장한 용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사업·재무·지배구조·기술·인력 등 모든 내적 구조변화를 의미한다. 우리는 구조조정이라는 단어에 매우 부정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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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4차 기술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건비 절감을 통한 수익성 제고가 답이 될 수는 없다. 창의와 혁신을 통해 구글·테슬라·아마존과 같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해 내야 한다. 거창한 이름의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름에 전기기술을 결합하여 전기가 잘 통하는 필름을 세계 최초로 만든 우리 중소기업도 있다. 융합만이 질적 격차를 벌릴 수 있고 그로 인한 장기적 부가가치의 창출이 가능하다.
융합의 필요성에 비해 지금까지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이해관계의 충돌이 원활하게 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 충돌은 불가피한데 이것을 막는 게 바로 국가의 역할이다. 하지만 역할 발휘가 쉽지 않다. 정부 부처와 국회 상임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융합의 영역에서는 분야 구분이 잘 안된다. 자동차와 인터넷 그리고 위치정보의 결합, 방송과 통신 그리고 콘텐트의 결합, 의료와 인터넷의 결합 등 다양한 형태의 융합이 현실화되고 있는데 현장에선 새로 개발된 융합상품의 인허가를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애매하다.
새로운 분야라 규율할 법이 없는 경우도 있다. 언뜻 생각하면 규제가 없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규제하는 법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턱대고 했다가 나중에 무슨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융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해 주는 일이 필요하다. 애매한 사안을 신속하게 결론낼 수 있는 부처간 통합실무조직이 필요한 이유다.
안전과 위험 등을 다룰 사회적 논의도 이어져야 한다. 독일에서는 자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무인자동차 경쟁에서 미국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베를린에서 출발해 남부로 뻗어 있는 A9 아우토반을 실도로 주행에 제공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사고발생시 책임, 안전성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에서도 융합은 실천과제다. 대학에서 전공간 벽이 너무 높다. 기초의 축적이 없는 융합은 없으며, 전공의 정체성이 지금까지 학문의 발전을 이끌어온 것은 맞다. 그러나 이제는 기초를 기반으로 융합하는 일도 그만큼 중요한 시기가 됐다. 새로운 융합과제들이 더 많이 연구로 이어져야 한다. 새로운 시도에 더 많은 용기를 불러일으켜 줘야 한다. 한 강의실에서 한 명의 교수가 가르친다는 생각도 뛰어넘어야 한다. 한 명이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없다. 모르면 함께 가르치면 된다.
융합을 위해서 변해야 하는 또 하나의 분야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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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언제든 닥쳐온다. 중요한 건 위기때 생존하기 위한 새로운 동기와 시도다. 그것이 바로 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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