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알파고 키즈의 꿈은 시작됐다
조선일보 2016.03.21(월) 우병현 취재본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20/2016032001894.html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두고 일부에서 '정보의 비대칭이다' '불공정 게임이다' '구글만 좋은 일 시켜줬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 남을 만한 대사건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것은 대한민국에는 천운(天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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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알파고 신드롬은 대한민국 사회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는 결정적 모멘텀(momentum)이다. 이상철 LG유플러스 고문은 "알파고 신드롬을 국가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모멘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한국 사회는 하드웨어를 잘 이해하고 또 잘 만드는 재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쪽으로 가면 이해력이 뚝 떨어지고 세계적 수준의 소프트웨어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소프트웨어에 취약한 원인으로 천 가지 만 가지가 더 있다. 그중에서 딱 한 개를 꼽으라면 한국 사회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Algorithm)의 매력과 가치를 맛보지 못한 탓이다. 알고리즘이란 컴퓨터에 일을 시키는 작업 규칙 묶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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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경쟁은 알고리즘 대결이다. IBM과 MS가 벌였던 컴퓨터 운영체제(OS) 개발 경쟁이 대표적 사례다. 구글이 군림하는 검색엔진 분야는 더 빠르고 정확한 검색 알고리즘을 만드느냐가 승패를 결정한다. 페이스북이 이끄는 소셜미디어 시장 역시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알고리즘 개발 싸움터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은 알고리즘 개발 경쟁의 끝판과 같다. 추론·직관·판단 등 인간 고유의 뇌 기능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는 기업과 국가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인들이 경험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알고리즘의 반열에 오를 수준이 아니다. 한국에서만 작동하고, 때에 따라 사람이 개입해서 작동시키기 때문이다.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반도적 특성 때문에 바깥 문물을 맛보지 못했을 때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반면 세계 본바닥의 흐름을 제때 접했을 때, 세계적 수준의 문명을 만들어냈다. 이번에 2002년 월드컵처럼 온 국민이 한곳에 집중해 알고리즘의 매력과 위력을 제대로 맛봤으니 이만한 행운이 없다.
이를테면 박세리의 LPGA 경기를 TV로 보면서 자란 '세리 키즈' 세대가 세계 여자 골프계를 평정했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을 보면서 컸던 강정호, 박병호가 마침내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아마도 알파고의 실체를 TV를 통해 생생하게 목격한 어린이 중에서 누군가 인공지능 전문가의 꿈을 키울 것이다. 앞으로 10~20년 후 한국의 '알파고 키즈'들이 세계 소프트웨어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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