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도 안해도 똑같이 돈준다?… 선진국들 ‘기본소득’ 열기
국민일보 2016.03.05(토) 권기석 기자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451044&code=11141100&cp=nv
‘기본소득’ 상상조차 어렵다… 그런데 왜 논쟁일까
유럽의 ‘기본소득’ 열기가 자본주의 ‘심장’ 미국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달 23일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때(Time to take Basic Income seriously)’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국가 전체 소득을 분배하는 역할을 해온 노동시장이 기능을 상실하고 있어 적극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첨단 산업의 중심인 실리콘밸리에서도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본소득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현금을 똑같이 나눠주자는 것이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도 돈을 준다. 우리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급진적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 여러 나라의 움직임은 이를 좌파의 전유물로 보기 어렵게 하고 있다.
핀란드는 지난해 10월 기본소득 도입에 관한 예비연구를 시작했다. 자기 나라에 적합한 기본소득 모델을 올 하반기까지 만들고 내년부터 ‘실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스위스는 오는 6월 기본소득 도입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네덜란드에선 19개 지방정부가 기본소득 지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 복지국가 모델의 원조인 영국에서도 최근 왕립예술협회(Royal Society of Arts)가 기본소득 모델을 제시했다.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이 단체는 25∼65세 성인에게 연간 3692파운드(약 630만원)의 기본소득을 주자고 제안했다. 실행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추가 비용은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만 있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왜 갑자기 여러 나라가 앞 다퉈 기본소득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한계에 이른 복지국가 시스템
기본소득 아이디어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1970, 80년대에도 유럽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동안 주목받지 못한 개념이 최근 급부상한 이유는 복지국가 체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두려움이 기본소득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현재 복지 시스템에 회의적이다. 소득에 따른 차별적 지원이 가난한 사람의 ‘일할 의욕’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가난한 사람이 열심히 일해 임금이 오르면 복지 지원은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이 사람의 전체 소득증가분은 크지 않다. 일명 ‘복지의 덫’이다. RSA의 앤서니 페인터 정책·전략국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빈곤층이 저임금 악순환에 갇히는 동안 복지 시스템은 엄청나게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페인터 국장이 말한 ‘엄청 복잡한 복지 시스템’은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쪽의 중요 근거다. 대부분 국가는 가난한 사람을 골라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도 소득, 재산, 부양가족 등을 따진다. 누가 혜택이 필요한지 파악해야 하는 ‘행정비용’이 발생하는 시스템이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크워크 대표인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4일 “기본소득 체제에서는 누가 부자인지 가려낼 필요가 없다. 행정비용을 줄인다는 면에서 경제학자들이 좋아할 이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기존 복지 체계 축소는 불가피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핀란드의 기본소득 도입 검토’ 보고서에서 “세분화된 사회보장 급여를 폐지하고 기본소득을 도입함에 따라 일부 계층의 경우 복지 혜택이 급감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핀란드의 기본소득 추진을 ‘보편적 복지 확대의 결정판’이라기보다 ‘정부의 역할 축소’로 보는 게 더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모두에게 현금을 지급한다는 발상은 단순히 ‘이상’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복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공지능이 부추기는 기본소득
기본소득이 설득력을 얻는 또 다른 이유는 기술 발달에 따른 일자리 부족과 양극화다. 인공지능(AI), 로봇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은 인간에게서 일자리를 뺏고 있다. 올해 스위스 다보스포럼은 로봇에 의해 2020년까지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현상이 심화하면 인간에게 돌아가야 할 소득이 인공지능과 로봇을 만드는 몇몇 IT 기업으로 집중된다. 노동시장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때’를 쓴 리처드 리비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자본주의에서 노동시장은 성장에 따른 부를 공유하는 기능을 했다. 임금을 통해 소득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이런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구 상당수에게 일자리와 소득이 없는 사회는 소비가 위축되고 불만 세력에 의해 혼란이 유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기본소득은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와 IT 전문가들이 기본소득에 동조하는 배경도 이와 비슷하다. 일각에선 IT산업의 ‘영속성 확보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28일 오피니언면 기사에서 “일자리를 잃은 인간의 제2의 러다이트(기계파괴)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기본소득이 낮출 수 있다. 실리콘밸리가 이를 옹호하는 이유”라고 했다.
한국에서 기본소득 논의는…
국내에선 강남훈 교수와 곽노완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2009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를 출범시키고 기본소득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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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도서]
인간은 필요 없다
- 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
제리 카플란 지음 | 출판사 한스미디어 | 2016.01.29
http://blog.daum.net/bstaebst/16991
[책소개]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 당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기술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새로운 시장을 열어 그보다 더 많은 노동자 수요를 창출해왔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로 촉발되는 기술 혁명은 인간의 삶과 생계수단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며 노동자에게는 큰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인간은 필요 없다』는 인공지능 기술 시대의 빅뱅을 앞둔 지금, 갈수록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생활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예측하는 책이다.
스탠포드대학교 법정보학센터 교수이자 인공지능학자인 저자 제리 카플란은 책에서 최신 로봇 공학, 머신러닝 그리고 인간의 능력에 견줄만하거나 인간을 능가하는 인지 시스템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생겨날 노동시장의 불안과 소득 불평등에 대해 고찰한다. 책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어떤 직업들을 대체할지 잘 설명되어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직업이 살아남고 소멸되는가가 아닌 그런 미래를 어떻게 대비하고 준비해야 하는 가이다. 이 책은 AI의 공존을 위해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하는 지 알려주는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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