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제재에 한반도 격랑…평화협정이 출구 될까
노컷뉴스 2016.02.27(토) 홍제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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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강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이 예상되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가 벌써부터 요동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27일 도출될 안보리 대북제재안에 대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따른 군사제재 이후 20여년래 가장 강력한 제재"라고 평가했고 전문가들의 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제재안은 북한에 대한 사실상의 해상봉쇄와 석탄 등의 수입 제한, 금융거래 차단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가히 '끝장 제재'(terminating resolution)라 불릴 만하다. 뿐만 아니라 한미 양국과 일본 등은 물론 중국도 안보리 제재와 별개의 독자제재를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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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제1비서 (사진=노동신문 캡처)
◇ 北 고통지수 상당할 듯…내부결속하며 장기 농성전 예상
결의안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북한이 느끼게 될 '고통지수'는 과거 3차례의 핵실험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폐쇄국가이긴 하지만 에너지, 무역, 금융 등 아픈 곳을 가지고 있다"며 "안보리 협상에서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기를 기대했을텐데 그렇지가 않아서 물리적 압박 외에 심리적 충격도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6일 저녁 현재까지는 안보리 제재안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이 다음 달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청와대가 '멸적의 조준경' 안에 들어있다는 등의 상투적 비방과 위협을 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로선 제재 강도를 어느 정도 짐작했을 것이기 때문에 외부의 압력을 대내 결속의 계기로 삼으며 장기 농성전에 돌입할 공산이 크다.
최소한 오는 5월 열리는 7차 당 대회까지는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당당히 맞서는 강한 지도자상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국지 도발 등을 통해 오히려 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도 우려된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도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다시 할 각오가 아니라면 무작정 장기전을 고집할 수만은 없다.
◇ 평화협정 카드로 출구전략 가능성…비핵화 입장차로 난항 예상
(왼쪽부터)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사진=미국 국무부)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미중 간의 틈새를 다시 벌려놓아야 하지만 성공 확률은 낮고, 이게 여의치 않다면 명분 있는 퇴로 찾기가 불가피하다. 중국은 바로 이 지점에서 제재국면 이후 동북아 외교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평화협정'이란 포석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3~4월 위기국면이 오고 일정하게 긴장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세팅할지를 놓고 미중 간에 움직임이 있을 테고, 그에 대해 북한이 나름대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의 거듭된 부인과는 달리 미국은 최근 들어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놓고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최근 워싱턴 회동을 전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평화협정에 대한 모종의 물밑교감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가 26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26일 방한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사드는 외교적 협상칩(bargaining chip)이 아니다"라며 안보리 제재안과 사드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그 이틀 후 방한하는 것과 맞물려 다양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문제는 평화협정에 대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셈법이 제각각이고 이는 쉽게 좁혀질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철두철미하게 비핵화 우선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보다는 유연한 입장이고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를 동시 병행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반면 북한은 아직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평화협정을 체결해도 핵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대북제재가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는 적절한 시점에 북한에 대한 효율적 유인책을 찾아내는 묘책이 필요하다.
◇ 중국, 제재를 지렛대로 활용하며 동북아 주도권 모색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이번 안보리 제재안 도출로 인해 강력한 대북 지렛대를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유 못지않게 북한의 생명선이나 다름 없는 석탄 등의 광물 수입 제한과 항공유 지원 여부 등을 사실상 혼자서 좌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석탄은 북한의 대중국 수출의 약 42%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자금줄이지만, 민생 관련 부분은 일부 예외가 인정돼 100% 수입 제한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과 해석이 불분명한 만큼 중국이 임의대로 판단해 밸브를 열었다 조였다 하면서 북한을 제어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다. 이는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결의와 이행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다수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 결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왔고 이를 확실히 규율할 방도도 마땅치 않은 마당에 중국에 대해서만 이행 준수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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