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역사상 가장 잔혹하게 우리를 짓밟은 나라, 중국이 정말 군사 공격을 해오면

배세태 2016. 2. 27. 17:18

[송희영 칼럼] 중국이 정말 공격해오면

조선일보 2016.02.26(금) 송희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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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번에 3개 전선(戰線)에서 미국과 맞섰다. 중국이 가장 공격적인 곳은 남중국해이다. 레이더 기지를 건설하고 미사일 배치를 끝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곳을 군사기지로 쓰지 않겠다던 중국의 약속은 빈말이 됐다.

 

환율 전쟁에선 주로 미국계 헤지펀드들이 중국의 적이다. 조지 소로스는 중국 젊은이들의 영웅이었다. 몇 달 전 베이징 시내와 공항 서점에는 소로스의 돈벌이 비법에 관한 책들이 쌓여 있었다. 그가 중국에서 강연하면 언제나 초만원이었다. 그러나 소로스가 위안화가 폭락할 것이라고 악담하자 중국 언론과 당국자들이 일제히 소로스 때리기에 나섰다.

 

또 하나의 전선은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요격 시스템) 배치 문제다. 북의 핵실험으로 시작된 사드를 놓고 중국 외교부장은 한국이 미국 대신 칼춤을 추는 꼴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중국 공산군 기관지에 1시간 내 사드 기지를 파괴할 수 있다고 나왔다. 명백한 군사적 협박이다.

 

중국의 3개 전선 가운데 우리 국익과 관계되지 않은 것은 없다. 사드 마찰은 새삼 말할 것도 없고, 위안화 마찰도 벌써 원화 환율에 큰 충격을 몰고 왔다. 남중국해 마찰도 판도 변화에 따라서는 우리 무역 거래에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

 

그동안 북한 제재에 망설이던 중국을 보며 섭섭함을 넘어 배신감을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그럴 줄 몰랐다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했다. 어느 쪽이든 우리가 중국을 다시 보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거기서 머물러선 안 된다.

 

일본은 4년여 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과 충돌했다. 일본이 이 섬들을 국유화하자 중국 군함이 노골적으로 일본 영해를 들락거리기도 했다. 당시 서울에서 만난 어느 일본 국회의원은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중국이 센카쿠에 중국 어민을 불법 상륙시키면 어찌하겠는가. 100척 어선에 100명씩 태워서…."

 

그런 위기와 함께 들어선 아베 정권은 자위대를 해외 파병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바꾸었다. 안보 관련 법을 줄줄이 개정했고 자위대 예산과 조직을 확대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안보 동맹을 강화했다. 단숨에 국가 안보의 틀을 다시 짠 것이다.

 

정치만 그렇게 바뀐 게 아니다. 일본 경제계에는 훨씬 전부터 '차이나 플러스 원(One)' 전략이 번졌다. 중국의 공장만으론 위태롭고, 동남아시아 같은 곳에 하나 더 투자해 두어야 안심할 수 있다고들 했다.

 

물론 중국의 임금이 오르고 투자 수익이 하락한 원인도 작용했다. 하지만 공장과 백화점이 반일(反日) 데모에 공격당하는 일까지 겪으면서 중국이 무작정 완력을 휘두르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일본의 인도 투자가 부쩍 늘기 시작한 것도 그 언저리의 풍경이다.

 

우리나라 정치·경제 지도자들과 일본의 리더들 사이에는 메우기 힘든 격차가 있다. 일본의 지도자들은 미국·중국 등 강대국 간 줄다리기 속에서 국가 안보, 회사 안보를 걱정하며 생존 전략을 세운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북핵을 저지하는 데 중국을 지렛대로 쓸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아베 총리가 군비(軍備)를 강화하면서 언론에 흘린 얘기는 두 가지였다. 중국이 일본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것과 미국이 우방을 위해 기동성 있게 출병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군의 대중국 전략이 변한 것도 읽고 있었다. 미국은 주일 미군 기지가 중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에 대비해 일본에 있던 일부 전략 무기들을 괌이나 다른 곳으로 후퇴시켰다. 주일 미군 기지가 중국 미사일 공격으로 괴멸하면 괌, 하와이에서 반격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미군의 전략 변화는 일본에는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일본 정치권은 센카쿠열도에 중국이 침공해도 미국이 즉시 군사 개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미·일 안보 동맹을 더 강화하고 스텔스 전투기까지 스스로 개발하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당장 미국과 중국의 마찰이 전쟁으로 번질 것이라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중국은 불리하면 물러서고 기회가 오면 밀어붙이며 유연하게 미국을 상대할 것이다. 미국도 중국의 전략적 가치를 감안할 때 느닷없이 정면충돌로 치달을 리 없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 제재에 동참한다고 해서 '드디어 우리 편으로 돌아섰구나'며 가슴 쓸어내릴 때가 아니다. 한국의 사드 기지를 파괴할 수 있다는 중국 군부가 우리를 번쩍 일깨워줬다. 일본처럼 중국의 직접 공격을 받을 최악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안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역사상 가장 잔혹하게 우리를 짓밟은 나라도 중국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