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도시 부산의 미래]제4차 산업혁명 변동기에 부산이 사는 법

배세태 2016. 2. 24. 01:36

[세상읽기] 제4차 산업혁명 변동기에 부산이 사는 법

국제신문 2016.02.23(화) 고영삼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겸임교수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60224.22026192109


연초부터 열기가 뜨겁다. 전 세계에서 릴레이처럼 개최되는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글로벌 행사 이야기다. 어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MWC(모바일 월드 회의)가 열렸다. 세계통신사업자협회가 개최하는 MWC는 모바일 분야의 올림픽이다. 올해는 소니(일본), 화웨이와 샤오미(중국)가 삼성전자와 LG를 바짝 추격하는 삼국대전이 전개되고 있다.

올해 제일 먼저 개최된 행사는 CES였다. 이는 가전제품 박람회인데 올해에는 '스마트 승용차'가 최고의 관심을 끌었다. LG전자가 폭스바겐, 삼성전자가 BMW와 협력해 스마트 홈과 자동차를 융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CES에 연이어 열린 세계경제포럼도 주목할 만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기 때문에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이 회의에서 특히 의미 깊은 것은 4차 산업혁명을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과 철도를 내용으로 했다면 2차 산업혁명은 조립라인과 전기,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인터넷 기술이 핵심 내용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어떤 것일까?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3D프린팅, 나노와 바이오가 핵심이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초쓰나미' 급의 생존 환경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포럼의 '미래 고용 보고서'는 빈부격차와 일자리 감소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로봇은 앞으로 5년간 주요 15개국에서 700만 개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단다. 제조·건설 분야뿐 아니라 신문기사를 쓰거나 은행출납을 대행하는 로봇도 대중화될 것이다. 이번 CES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우버택시와 결합되면 사람들은 자가용을 살 필요가 없게 되고, 사람이 차를 운전하는 것도 법적으로 금지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로봇이 생산한 것만으로 먹고 살 수 있다면 괜찮다. 노동하지 않고도 향상된 삶을 살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불행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설령 로봇의 사회생산성이 충분할지라도 분배시스템이 문제가 된다. 다보스 포럼은 고기술·고임금과 저기술·저임금 간의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국가 간, 국내 도시 간 융합기술력의 격차는 반드시 도태하는 국가와 도시를 만들어 낼 것이다. 로봇은 각 국가와 도시의 중산층부터 몰락시켜 결국 빈곤인구를 늘려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칼럼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도시 부산의 미래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될 때 부산은 어떤 운명의 길을 갈 것인가? 쓰나미에 몰살되어 저급 관광객들에게 상품을 파는 데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고급기술자들이 몰려드는 일급 테크노도시의 자부심을 앙양해 갈 것인가? 현재로서는 염려스럽다. 보고서를 보면 청년 실업·자살률이 전국 최악이다. 매년 공부 좀 한다는 고졸자들이 서울의 대학으로 가고, 지역대학에 진학한 청년들도 졸업하면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30년 넘게 그래왔다. 고용기회가 최악이니 당연하다. 그러니 자식들의 서울 유학비용까지 대고 있는 서민들의 활력은 바닥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곧 쓰나미로 닥쳐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와 기술은 전 지구적으로 연동되어 있는데, 부산은 첨단기술의 분업구조에서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어떤 기술에도 뒤처져 있다.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낼 산업 사이클의 변동기에 대한 준비가 안 보인다. 부산이 이제까지 저발전해온 것도 1980년대 이후 2차 산업혁명, 2000년대 이후 3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얼마 전 글로벌 금융사인 스위스의 UBS는 백서를 통해 한국의 4차 산업혁명에서의 적응도는 139개국 중 25위라고 발표했다. 도시국가 시대에 부산은 어느 수준일까?

이제라도 부산은 ICT 융합기술의 쓰나미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세계수산대학 유치도 좋고, 가덕도 신공항도 좋다. 하지만 이것에만 올인할 것이 아니다. 거대한 기술 메가트렌드에 부응해야 한다. 부산시 조직의 재편을 제안하고 싶다. 예를 들어 미국국립과학재단은 이미 2002년에 NBIC라고 하여 나노기술, 생명공학기술, 정보기술이 인지과학과 결합하는 융합시대를 예견했다. 부산시는 ICT 담당실을 필두로 위와 연관되는 유관 실국을 해체하여 하나의 실장급 조직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4차 산업혁명에 알맞은 컨트롤타워를 선제 구성하는 것이다. 이 조직이 중심이 되어 세계 최고 전문가들을 묶어서 부산형 NBIC 클러스터를 만들라. 그들에게 활동할 기회를 준다면 그들은 부산을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변화시킬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