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제4차 산업혁명] 초장수 시대에는 인간이 은퇴한 후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배셰태 2016. 2. 9. 20:54

[김세형 칼럼] 인간은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매일경제 2016.02.09(화) 김세형 주필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9&aid=0003679016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6&no=110477

 

올 설 명절에 사상 최대 인파가 해외여행을 하고 오늘 공항을 통한 귀국행렬이 처음으로 1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숫자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아마 고향에 못 간 사람도 최대였을 것이다. 왜 결혼을 못 하느냐는 설문에 남녀는 돈 때문이라고 했다. 결혼에 드는 비용 또한 최고치를 경신한다.

 

어느덧 세상은 이렇게 두 개의 이야기가 돼 가고 있다. 인간 분포도 그렇다. 밀레니얼(18~34세) 신인류는 역사상 가장 풍족하게 키워져 유능한 글로벌 시티즌이 됐으나 가장 취직이 안 되는 불운을 맞고 말았는데 그 까닭은 장수와 저성장 때문이다.

 

백발 통치자를 위해 청년들이 오락거리로 죽을 때까지 싸우는 비운을 그린 소설 헝거게임이 영화로 만들어져 히트했다. 반면 동년배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역사상 가장 젊은 최대 갑부라는 신화를 썼다.

 

<중략>

 

기업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구글은 뻗어나가지만 창조를 멈춘 기업은 애플처럼 세계 1위 자리에서 추락한다. 안전판은 이제 기업에도 인간에게도 없어 보인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 나약한 인간은 가진 것을 안전판으로 여기려 한다. 바로 이런 심리를 톨스토이는 얼마나 땅을 가져야 사람은 마음을 놓을 수 있는지 소설로 썼다. 그 당시 땅은 오늘날의 통장처럼 안전자산이었고 인간은 땅을 얻기 위해 악마와 게임을 벌인다.

 

바흠은 1000루블만 내면 하루 종일 돌아오는 면적을 가질 수 있다는 계약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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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정반대 이야기도 있다. 멕시코 어부와 벤처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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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장수시대, 은퇴를 한 후 30년 이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보험사들은 60세에 은퇴해 월 300만원을 쓰며 부부가 삶을 마감하려면 10억원이 좀 더 들며, 220만원을 써도 7억~8억원이 필요하다는 통계를 내놓는다.

 

가장 부유한 미국도 밀리어네어는 700만가구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비로는 2.2%며 가구 수로도 8% 이내일 것이다. 하물며 국민소득이 반도 안 되는 한국 은퇴자들이 어찌 백만장자가 될 수 있겠는가.

 

새로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의 끝은 길가메시 프로젝트, 혹은 블루브레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한다. 길가메시는 영원히 사는 것이며, 블루브레인은 뇌를 컴퓨터로 대체하는 작업이다. 인체의 고장 난 부품은 바이오 기술로 대체된다. 그러면 이 세상에서 인간(사피엔스)의 시대는 끝나고 사이보그 시대가 될 것이라고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사피엔스'에서 쓰고 있다. 초장수시대가 오면 보험사 계산서는 엉터리가 돼 버린다. 설상가상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일자리에서 자꾸 밀어낼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소득 편중이 극에 달하면 상상하지 못할 갈등 사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얼마만큼 가져야 평화로울까. 개인도 보험사도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바흠도 얼마만큼 땅을 확보했다가 죽었는지 톨스토이는 말해주지 않았다. 인류는 전혀 다른 세계에 진입하는 입구에 서 있다. 기업과 산업구조만 바꾸라고 할 게 아니라 인간 삶의 조건에 관한 광범위한 구조조정이 더욱 필요해진 게 아닐까.

 

정부와 정치권은 복지제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세상이 두 개로 나뉘어 한가운데가 텅 비어서는 안 된다. 일·삶·소득 간 새로운 균형이 필요하다. 10억달러를 가져도 소외된 인간은 행복을 느낄 수 없는 법이다. 우리는 바흠처럼 허우적거리지 말고 멕시코 어부의 삶의 방식에도 비중을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