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주의 디지털이 유니콘 짓밟는다
미디어오늘 2016.01.09((토) 김국현 IT 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http://m.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6922
[김국현 칼럼] 불특정 다수의 선택 대신 소수로부터의 낙점, 헬조선 IT 산업의 작동방식
스타트업 업계엔 유니콘이란 말이 있다. 미국 투자 업계에서 시작된 말로 주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그중에서도 1조원 이상의 가치 평가를 받는 기업을 말한다. 이들의 기업 가치는 무엇에 대한 것일까. 번듯한 공장 하나 없는 우버는 왜 현대차의 두 배에 육박하는 가치가 있다 이야기하는 것일까.
이해가 안 가는 높은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이들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바로 새로운 세상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세상을 만들어낼 싹수가 보이는 이들에겐 가치 평가의 잣대가 다른가 보다. 그들의 자본 시장이 워낙 새로운 가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이 소비자에겐 편익을, 노동자에겐 고용을, 투자자에겐 수익을 가져다준다 맹신하는 것 같기도 하다. 새로움이 시장에서 선택될 것이고 그 가치를 발판으로 사회 전체가 성장하리라 믿는 낙관은 경제의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고 기업을 도전적으로 만든다.
우버는 영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확산중인 혁신서비스다.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이 서비스는 2014년 기준 세계 37개국 140여개 도시로 진출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 기업을 발판삼아 새롭게 일어서는 이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든 파트너든 개발자든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 유니콘 기업 중 하나인 에버노트가 위태롭다는 뉴스가 흘러나온 적이 있다. 에버노트 애호가들이 적극적으로 변호에 나서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그들은 에버노트의 소비자이기 이전에, 그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플랫폼 삼아 비즈니스나 앱 등 나름 자신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이들이었던 것이다.
이들 기업이 오픈소스를 공개하고 API를 개방하는 일은 공공선을 위한 선의가 아니다. 그렇게 나눠줄수록 받아간 이들은 의존하게 된다. 또 혁신의 상징이라는 사회적 지위가 돌아온다. 득이 되는 맞교환이다. 시장과 커뮤니티로부터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가 장부상의 실적만큼이나 중요시되는 성장 사회의 기업 가치 평가 방식이다. 기존의 시장적 평가, 예컨대 매출이나 소비자 규모와 같은 종래의 지표만큼이나 불특정 다수로부터의 인정받는 일은 중요한 것이었고, 유니콘은 바로 그 상징이었다.
한편 이를 이해 못하는 사회도 있다. 시장과 커뮤니티의 선택 대신, 정부와 이익집단의 낙점이 소중한 사회가 있다. 공인인증서에서 위피, 아이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치주의의 디지털 산물은 그런 사회를 읽는 좋은 사례다. 아무리 시장과 커뮤니티가 불편과 불만을 호소해도 소용없다. 시장에서의 자율적 선택도 커뮤니티의 적극적 기여도 환영받지 못한다. 이제 제발 쓰기 싫다는 시장의 피드백에도 묵묵부답, 관치 기술은 좀처럼 퇴출당하지 않는다. 심지어 스마트폰과 IoT(사물인터넷) 같은 천지개벽이 일어나도 말이다.
<중략>
정부는 자기가 밑돈을 마련했으니, 자신이 폭포의 정점이라 착각한다. 창조경제라는 기이한 표어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느새 벤처 캐피털이 정부의 펀드 운용사로 전락한다. 스타트업은 이에 더해 각종 정부보조금의 독배를 직접 잘도 받아 마신다. 사업을 하면 당연히 정책 자금을 받아 챙기는 것이 권리라고 생각하니 이쯤 되면 사회적 횡령이다.
<중략>
기초 과학도,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도, 대안이 될 개방된 온라인 환경도 변변찮지만, 무슨 무슨 ‘한국형’ 기술은 속속 등장하고 관변 단체는 불야성을 이루는 이상한 사회. 불특정 다수의 선택 대신 소수로부터 낙점받는 일, 이 사회를 사는 법이었다.
그렇게 이 사회는 오늘도 별일 없이 어디론가 굴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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