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과 정부 경계 사라져"...협력형 정부가 과제
머니투데이/테크M 2016.01.11(월) 정리=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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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기반의 분산형 플랫폼이 미래
행정자치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테크엠과 공동으로 ‘2016년 전자정부에 영향을 미칠 10대 기술트렌드’ 를 정리했다.
이 트렌드에는 알고리즘 기반 데이터분석, 순간 빅데이터, 지능형 머신러닝, 생체 인식 기반 인증 보안, 개방형 사물 인터넷 플랫폼, 스마트 퍼블릭 클라우드, 지능형 모바일 라이프 케어, 실감형 사용자 경험(UX) 기반 웨어러블, 모바일 증강현실, O2O 서비스 아키텍처 등이 선정됐다.
이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전자정부는 앞으로 어떤 모습과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 김현승 가트너 애널리스트, 정윤기 행정자치부 전자정부 국장,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가나다순), 장윤옥 테크엠 편집장(사회)
김현승 가트너 애널리스트(왼쪽부터), 정윤기 행정자치부 전자정부국 국장,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
사회(장윤옥 테크M 편집장) : 전자정부 분야에서 내년에 이슈로 떠오를 기술을 발표했다. 이같은 기술이 공공 부문에 어떻게 적용되고 이를 통해 어떤 사회가 만들어질지 의견을 나눠보자.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 : 새로운 기술의 도입시기에는 단지 기술 자체를 도구로 활용한다. 그 도입시기에는 단지 기술 자체를 도구로 활용한다. 그 단계가 심화되면 해당 기술이 사회와 결합해 본질이 바뀌게 된다. 지금 우리가 그런 시점에 서 있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공유경제와 산업경제의 성격을 함께 갖는 ‘하이브리드 경제’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산업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중앙에서 관리하는 방식의 시스템을 통해 물류나 조직을 관리하고, 규칙을 만들었다.
반면 디지털 경제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되고 공유되기 때문에 거래 비용이 낮아진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서비스가 공유경제 방식으로 전환된다. 그렇다고 제조업 기반의 산업경제가 바로 공유경제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두 가지 방식이 공존하는 것이 바로 하이브리드 경제다. 최근 부상하는 핀테크 서비스도 핵심은 바로 분산이다. 중앙 집중 방식으로 운영되던 금융시스템이 각 개인이 돈을 모으고 나누고 유통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전자정부도 사회 혁신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사람들의 행동방식은 물론 생각까지 바꾸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십시일반으로 생각과 자본을 모으는 크라우드 소싱 방식이 확산되고 정보의 유통체계가 바뀐다. 증강현실과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도 확대된다. 전자정부는 온오프라인의 자원을 엮어서 더 나은 경험이나 사회적 자원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배달의민족 같은 딜리버리 영역이 O2O 기술의 첫 번째 타깃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공공재 성격이 강했던 금융, 교육, 의료 분야로 O2O가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는 의식주로 확대될 것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바뀌는 분야가 법과 정치, 종교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부는 공공재를 주는 플랫폼이다. 단위기술만 생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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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가트너는 매년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정리, 이 중 10가지를 뽑아 발표하고 있다. 2016년에 주목할 만한 기술 변화를 설명해 달라.
김현승 애널리스트 : 가트너가 발표한 2016 기술 트렌드의 키포인트는 디지털 비즈니스와 알고리즘 비즈니스로 요약할 수 있다. 기술 자체보다 어떤 기술이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전에는 PC나 스마트폰으로 앱과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앞으로는 모든 기기에 센서를 연결해 소통하고 필요한 정보를 가져올 것이다. 흔히 이를 사물인터넷(IoT)이라고 하는데 가트너는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모든 기기가 소통하고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을 어떻게 제공하는지가 핵심이다. 빅데이터 자체보다는 그것을 이용한 ‘빅 퀘스천, 빅 앤서(Big Question, Big Answer)’로 연결하는 것이다.
흔히 ‘톱10 테크놀로지 트렌드’라고 하면 단지 기술 자체라고 생각하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기술을 기반으로 한 10가지 트렌드라고 해야 한다. 2016년 트렌드는 그 해에 당장 구현 가능한 기술이 아니라 2016년부터 주목하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여겨지는 트렌드를 뽑아 발표하는 것이다. 이번에 3D 프린팅 소재 관련 기술을 선정했는데, 이 역시 당장 실현되는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투자를 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정지훈 교수 : 좋은 지적이다. 올해 가트너의 발표는 각 기술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단위 기술에 초점을 둔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이번에는 모든 기술이 하나의 시나리오로 연결되는 느낌이다. 기술을 설명하는 단어도 맥락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둔 것 같다.
사회 : 정보화진흥원이나 가트너가 선정한 기술을 어떻게 구현하고 그 결과, 우리 사회와 정부가 어떻게 변화할지 입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정보의 분산과 활용의 문제를 제기하셨는데 아직까지 전자정부 서비스는 중앙에서 정보와 자원을 갖고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정보 분산이 진전되면 전자정부 서비스는 어떻게 바뀌나.
정지훈 교수 : 공공과 민간, 영리와 비영리 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컨버전스가 일어날 것이다. 공공부분의 역할을 하면서 이익도 추구하는 식의 접근이 늘어나고 이러한 제3 지대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 기술면에서는 블록체인이나 딥러닝 등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나왔고 이들이 다양한 영역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정책이나 문화 측면에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정 국장께서 말씀하셨듯이 보편적인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느냐, 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서비스를 담당해야 하는 것인가, 단일 표준만을 지키는 것이 맞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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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교수 : UN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개방형 표준을 준수하면서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정부가 전담했던 공공 서비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국민들이 함께 만들어낼 수도 있다.
서병조 원장 : 정부가 담당할 서비스의 범위와 대상은 오래된 논쟁거리다. 공공서비스의 주체가 과연 국가가 돼야 하나, 국민들이 직접 서비스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모든 데이터를 공개해 자유롭게 활용하게 할 수도 있다. 유틸리티 제공 수준에 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열어두는 것이다. 공공 서비스의 사회적 설계, 생산, 전달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전자정부의 새로운 생태계도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정지훈 교수 :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정부를 대신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우버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콜택시 비즈니스 때문이 아니라 신뢰 플랫폼의 프로토 타입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가가 발급한 기사자격증 대신, 일정한 기준의 이용자 P2P 평가를 통해 신뢰도를 측정한다.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신뢰 수준이 플랫폼을 통해 높아진다면, 정부가 관리하는 자격체계를 바꿀 수 있다.
서병조 원장 : 결국은 신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신 것 같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은 먼저 의심하고 확인이 돼야 풀어주는 시스템이다. 반면 서양은 신뢰를 바탕으로 일을 하되 문제가 생기면 강하게 응징한다. 과정상의 문제는 보험으로 해결한다. 이같은 차이 때문에 우리는 자꾸 절차가 늘어나고 사용 편의성이 떨어진다. 이를 법률로 제도화하고 적용하려면 너무 늦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가 숙제다.
사회 : 다양한 거버넌스가 등장하면 복잡성이 늘고 정부의 역할도 많은 도전을 받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과제와 이와 관련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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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서비스의 라이프 사이클도 매우 빨라지고 있다. 지금 전자정부 서비스만 해도 예산의 절반이 유지관리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떻게 이같은 구조를 바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재원을 확보할 것인가가 당면한 과제다. 범세계적으로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정지훈 교수 : 지금 우리는 큰 변화가 시작되는 초입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이 변화에 올라타지 못하면 지금 전자정부 선진국이라도 얼마 안가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금융시스템이 좋은 예다.
메인프레임에서 클라이언트/서버 방식으로, 다시 웹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면서 막대한 전환비용 때문에 망설이던 선두 업체들은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우리가 후진국이라고 생각했던 국가가 모듈화 된 형태의 정부 서비스를 만들어 공공 서비스를 쉽게 바꾸고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상향식(bottom-up)으로 서비스를 추진하되 기준은 반드시 준수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분산 보안 프로토콜 몇 가지만 통과하면 보안성을 인증한다든가, 테스트 기준을 충족하면 연결을 허용하는 등 정부는 누구나 쉽게 연결해서 쓰는 플랫폼이 되는 게 좋겠다. 누가 새 민원 서비스를 잘 만들었다면 다양한 다른 시스템과도 연동시키되 기술표준은 지키도록 의무화하는 식이다.
서병조 원장 : 공감한다. 이제 전자정부 평가에서 몇 등 하는 게 중요한 시기는 지났다. 다시 한번 판이 바뀌는 시기다. 앞으로의 서비스는 분명 새로운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와의 단절은 아니다. 진화생물학에서 단속적 평형이라는 말을 쓰는데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한 단계 뛰어 오른다는 면에서 ‘단속적 점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변화는 이미 민간에서부터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전자정부를 위에서 끌고 가는 형식으로 추진해왔다면 이제는 민간이 선도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할 때다. 우리 정부가 이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신뢰까지 무너질 수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3호(2016년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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