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정부는 공유경제를 연착륙시킨다”
블로터 2015.11.05(목) 이지현 기자
http://www.bloter.net/archives/242521
셰어NL은 네덜란드 사회적기업이다. 2013년에 설립됐다. 공유경제 기업이지만 기존 업체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이들은 공유경제와 관련한 컨설팅과 연구를 진행하고 책과 보고서를 내놓는다. 공유경제 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도 연결해 준다. 시 공무원, 정책 입안자, 기업, 대학, 국제기구, 비영리단체 등이 연결 대상이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가치을 추구하면서 영리활동도 수행한다. 그래서 셰어NL은 비영리기관이나 학계 고객에게는 대체로 비용을 받지 않고 컨설팅을 해주는 대신, 주 수익은 기업에서 얻는다. 기업 고객은 에어비앤비나 우버같은 회사도 있지만 보험, 은행, 운송회사같은 전통 기업도 많다. 전통 기업 고객들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거나 현재 공유경제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컨설팅을 의뢰하고 있다고 한다.
▲셰어NL 고객. 에어비앤비, 우버같은 고객도 있지만 보험회사, 자동차 제조업체, 컨설팅 업체같은 고객도 존재한다.(사진: 셰어NL 홈페이지)
피터 반 드 글린드 셰어NL 공동설립자는 “셰어NL 설립 이전에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협력적 소비‘을 주제로 대학에서 연구를 했다”라며 “연구 주제가 공유경제와 많이 맞닿았다고 생각해 회사를 설립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미 네덜란드에는 집, 음식, 자동차 등을 공유하는 서비스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서로 같은 문제점을 직면하고 있다”라며 “셰어NL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정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셰어NL 홈페이지를 보면 ‘협력적 경제(Collaborative Economy)’라는 단어를 공유경제(Sharing Economy) 대신 사용하고 있다. 피터 반 드 글린드 설립자는 “공유경제는 돈을 지불하든 지불하지 않든 일시적으로 제품에 대한 소유권 및 접근권을 주는 활동”이라며 “협력적 경제는 공유경제보다 더 넓은 개념이며 서비스를 포함하고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연결된 시장, 인력, 기술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유럽과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유경제라는 용어대신 협력적 경제라는 용어도 많이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저는 공유경제 시장을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New Digital Infrastructure)’로 보고 있습니다. 처음 차가 발명된 후 고속도로라는 새로운 인프라가 생겼죠. 이와 비슷하게 인터넷이라는 인프라로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자원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연결되는 기회도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고요. 이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지한다고 해도 계속 멈추지 않고 발전할 것입니다.”
공유경제는 사회적 가치, 비영리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과 비슷한 면이 많다. 서로 돕는 개념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피터 반 드 글린드 설립자는 “공유경제 기업이 전통 기업보다 더 도덕적인 가치를 추구할 필요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공유경제 기업들의 앞모습은 비슷합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재화나 서비스를 인터넷이란 플랫폼으로 서로 연결해주죠. 공유경제의 뒷모습을 수익모델입니다. 수익모델을 추구할지 말지, 어떻게 수익모델을 구성할 것인지 등은 해당 기업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사회적기업이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법을 좀 더 유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고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 반대를 선택하는 기업들도 단점을 알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현재 네덜란드 정부는 공유경제 기업의 수익모델에 대해 집중해 규제를 만들고 있진 않습니다.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집중해 규제를 논의하고 있죠.”
유럽의 첫 번째 ‘공유도시’,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모델에 관심이 많다. 순환경제란 재화, 에너지, 정보 등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것으로 재활용, 재사용, 재생산하는 것을 강조한 경제구조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공유도시로 성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셰어NL은 암스테르담 공무원들과 도시 내 공유경제 활동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있다. 피터 반 드 글린드 설립자는 ‘시민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암스테르담은 공유경제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라며 “그 공간에서 교훈을 얻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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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트레담 공유도시 보고서(사진:The Civic Economy(Opportunities and challenges for European cities))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를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사례다. 암스테르담시와 셰어NL은 우버와 에어비앤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무조건 금지한다고 해서 새로운 공유경제 시장을 막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정부나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듣지도 않고 제품과 서비스를 밀어부칠 겁니다. 하지만 정부로선 보호하고 싶은 제도나 산업이 있을 텐데요. 똑똑한 정부라면 공유경제를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험을 통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정부가 작은 도시, 작은 이웃 단위로 공유경제를 체험하고 문제점을 찾아보라고 제안합니다. 그 경험을 통해 나중에 정부 단위에서 필요한 정책을 논의할 수 있고요. 암스테르담시의 장점은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공유경제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알아보려고 노력하죠. 동시에 신중한 태도 유지하고 있으며 제도를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암스테르담은 에어비앤비를 합법화한 도시다. 하지만 암스테르담은 모든 에어비앤비 활동을 허락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4명 이상은 고객으로 받을 수 없고, 에어비앤비 집주인은 1년에 6일 이하로만 집을 빌려줄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여러 집을 사놓고 임대사업을 하는 사람을 막기 위한 조치다. 에어비앤비의 의도대로 순수하게 자기 집을 공유하는 사람만 에어비앤비 집주인이 될 수 있도록 제약을 걸어놓은 것이다. 올해부턴 에어비앤비 서비스에 대해 세금도 부과하고 있다.
우버의 경우는 어떨까. 현재 ‘우버 블랙’, ‘우버X’같은 일부 플랫폼만 암스테르담시에서 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신 이 서비스들은 택시기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운행할 수 있다. 피터 반 드 글린드 설립자는 이 과정에서 “택시 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택시기사를 재교육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모델은 ‘우버 팝’이다. 우버 팝은 우버 서비스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인데, 이 경우 택시기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운행할 수 있다. 기존 택시기사들의 반대가 심해지자 네달란드 정부는 우버 팝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네덜란드법에는 택시 안에 미터기를 설치하는 조항이 있었어요. 왜 미터기를 의무화했을까요? 고객에게 합리적인 요금을 부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미터기 대신 스마트폰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법의 목적은 합리적인 요금을 내기 위해서였으니깐요. 이 때문에 미터기에 대한 제한을 없애는 법을 준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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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반 드 글린드 셰어NL 공동설립자
공유경제 문제점 해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피터 반 드 글린드 공동설립자는 공유경제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좋은 차, 좋은 옷을 소유하는 것보다 관리에 대한 걱정을 줄이고, 더 저렴한 비용으로 재화에 접근하는 공유경제가 ‘새로운 표준’으로 정립될 것”이라며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현재의 소비 문화에 대해 지나치게 낭비하고 있다며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단순히 기존 산업이 유지하기 위해서 산업을 지원하면 안 된다”라며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못 받은 기업과 서비스는 공유경제가 아니더라도 도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유경제 시장은 주류가 아닌 초기 단계 시장이다. 일부 시민은 에어비앤비와 우버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와 관련된 거래가 그동안 5천만건 넘게 있었습니다. 그 중 안 좋은 사건은 700여건이었습니다. 또한 공유경제 때문에 일부 산업이 죽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도 생길 것입이다. 부작용이 있지만 그것은 어느 산업이나 존재합니다. 저는 공유경제가 큰 틀에서는 도시의 질이 좋아지고 자원들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이러한 흐름이 연착륙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합니다. 자국민을 최대한 지켜내는 게 정부의 몫이니까요.”
※참고 자료
- The Civic Economy(Opportunities and challenges for European cities) BY European Urban Knowledge Network
- The case for collaborative consumption, Rachel Botsman, TED
- Seven reasons why Amsterdam will be a Sharing City, Pieter de Glind (ShareNL.nl),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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