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수저 계급론]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2030 세대의 반감

배셰태 2015. 10. 28. 12:27

[젊어진 수요일] 농담인데 불편하네 ‘수저 계급론’

중앙일보 2015.10.28(수) 조혜경·윤정민·박병현 기자

http://mnews.joins.com/article/18949618

 

한우는 육질에 따라 1++부터 등급을 매깁니다. 그런데 소고기가 아니라 사람에게도 저런 등급이 매겨진다면 어떨까요. 요즘 청춘 세대 사이에 ‘인간 등급표’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수저계급론. 부모의 재산 정도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겁니다. 수저론은 인터넷에서 놀이처럼 번지고 있지만 그냥 웃어넘길 수 없습니다.

 

여기엔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감이 투영돼 있기 때문입니다. 2030 수저론의 실체를 취재했습니다.

 

2030 청춘리포트 - 넌 금수저니, 흙수저니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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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2030 수저계급론’이 유행하고 있다. 2030 청춘들이 부모님의 연소득과 가정환경 등 출신 배경을 ‘수저’로 빗대 표현하는 방식이다. 수저론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라는 영어식 표현에서 비롯됐다.

 

과거 유럽 귀족층에서 은식기를 사용하고,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대신 유모가 젖을 은수저로 먹이던 풍습을 빗댄 말이다. 이 말에 빗대 인터넷 커뮤니티엔 집안의 재산 정도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분류된 표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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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빙고게임’도 유행하고 있다. 가로 다섯 칸, 세로 다섯 칸짜리 표에 흙수저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가정환경이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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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젊은 세대는 이토록 가혹한 ‘등급 분류’를 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88만원 세대’ ‘3포세대’ 등으로 불리며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다수의 2030 청춘들이 ‘노력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자조 끝에 수저계급론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한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날수록 고급 교육과 다양한 어학 능력을 갖춰 취업까지 유리한 반면 가정환경이 어려우면 아무리 공부를 해도 취직이 어렵고 학자금 대출 등으로 ‘하루하루 빚만 늘어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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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계급론이 유행하면서 ‘왜 가정환경을 등급별로 나누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대학생 이요한(21·연세대 경영학)씨는 “부모님을 ‘수저’라는 조건에 빗대 말하는 세태가 불편하다”며 “빙고게임에 묘사된 (부모님의) 모습들이 마치 부모님을 비하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곽금주(심리학)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선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계층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심리가 팽배하다”며 “수저계급론은 단순한 자조적 놀이가 아니라 현실을 뼈아프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인기를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