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선택의 봄’오나…휴대폰 요금인하도 ‘희망’
이동통신시장의 새로운 물결이 밀려온다. 바로 제4의 이동통신사업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SK텔레콤·KT·LG텔레콤 3사가 장악했던 이동통신시장의 아성에 새로운 사업자의 출현은 업계에 적잖은 파문을 던져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진출을 허용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오는 9월부터는 주파수 네트워크가 없는 사업자도 이동통신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통신시장의 경쟁촉진을 위해 통신설비가 없는 신규사업자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한 MVNO가 도입됨에 따라 SK텔레콤·KT·LG텔레콤의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체제에 제4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된 것이다.
방통위 정완용 통신정책기획과장은 “그동안 방통위는 가상이동망사업자(MVNO)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만들었고, 기존 이동통신사들이 부당한 경쟁과 이익을 얻지 못하게 금지행위를 규정해 왔고 또한 MVNO가 행정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로 힘써왔다”고 말했다.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는 통신망을 갖고 있지 않은 사업자가 SK텔레콤이나 KT와 같이 통신망을 갖고 있는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통신망을 빌려 이동통신사업을 벌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현재 제4의 이동통신 사업자로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기업은 온세텔레콤과 한국케이블텔레콤이다. 온세텔레콤은 지난해 12월 MVNO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TF팀을 구성해 국내 환경 및 해외 리서치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해왔었다. 이르면 내년부터 사업을 속개할 예정이다.
한국케이블텔레콤은 국내 케이블 TV 사업자들이 인터넷전화사업을 위해 공동출자한 기업이다. 케이블 업계는 케이블 방송 가입자 1500만, 초고속인터넷 300만, 인터넷전화 80만 가입자를 확보한 마케팅력을 이용하면, 이동통신시장도 충분히 진입 시장 점유율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빠르면 내년 1월부터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별로 달갑지 않은 MVNO
MVNO 출현을 앞두고 각 이동통신사들은 매우 조심스럽다. 국가가 나서서 이동통신 사업에 손을 덴 후 새로운 사업자를 출현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 소위 방통위에 밉보이면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MVNO 사업자와 회선 임대에는 합의할 수 있지만 만일 우리 측이 제시한 조건과 맞지 않으면 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조건 맞추기 싸움이다. KT의 요구 조건이 까다롭고 MVNO 사업자가 이윤 창출하기에 턱없이 높은 조건이라면 제 4의 이동통신사 출현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온세텔레콤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들과 협상을 할 때 방통위가 컨트롤 해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MVNO 사업자가 이동통신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많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제도적인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LG텔레콤의 입장도 KT와 별반 차이가 없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법적으로 대여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따르긴 하겠지만 그렇게 달가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간통신사업자인 우리로서는 망도 깔고 서비스 및 판매도 해야 하는 등 할 것이 많은 회사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 있어서 다 잘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상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전문성 있는 회사가 시장 규모를 확대할 목적으로 사업을 제안한다면 받아줄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LG텔레콤이 이 같은 의견을 보이는 것은 이동통신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온세텔레콤과 한국케이블텔레콤이 투자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재정적으로 충분히 여유롭지 못하다.
온세텔레콤측은 “우리가 이동통신 3사와 정면승부를 하려는 건 아니다”면서 “경쟁하게 되면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갈 텐데 우리 회사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자금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LG텔레콤과 KT가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음성통신보다는 데이터통신의 협업이다. KT 관계자는 “데이터 MVNO는 협업을 할 수 있고 파트너십을 체결하면 두 회사 모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LG텔레콤 역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음성과 데이터 두 개를 다하겠다고 하는 건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데이터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3G에서 4G로 업그레이드되면 그 시장의 규모는 매우 커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 괜찮은 아이템을 제시하는 회사가 나타난다면 우리가 마다할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방통위 정완용 과장은 “그동안 MVNO 사업자를 위한 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동통신 3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MVNO 사업자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또한 MVNO 사업자는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의 전초전
최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들이 포착됐다. 지난 3월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SK텔레콤 정만원 사장과 KT 이석채 회장, LG텔레콤 이상철 부회장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동통신 3사는 ‘과도한 수준의 단말기 보조금과 경품 지급, 현금 또는 경품 이외의 우회적 보조금 지급과 현금을 수단으로 하는 경품 제공 행위 등을 근절하겠다고 다짐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동통신 3사는 이번 공동선언을 적극 실천해 통신시장 발전과 이용자의 편익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선언문에는 통신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상호신뢰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통신서비스의 본원적인 경쟁력에 근거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이동통신 3사는 공동선언의 구체적인 이행방안과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실무 전담반을 구성해 선언 내용을 성실하게 실천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방통위는 통신업체들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줄이고 이를 무선인터넷 발전 등을 위한 건전한 기술, 서비스 경쟁으로 유도하기 위해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 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이른바 제 살 깎아먹기를 그만하고 통신 시장 발전을 위해 힘쓴다는 것이다. 방통위도 “법적 근거를 다해 통신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골리앗의 신무기는
이동통신 3사는 국내 휴대폰 가입자면 누구나 콘텐츠를 사고 팔 수 있는 공동 앱스토어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애플과 구글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업체와 맞서기 위해 그간 사업자별로 운영하던 T스토어, KT 쇼앱스토어를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한다.
이동통신통신 3사는 실무전담반을 구성, 4월 말까지 통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체안이 정해지면 세계 24개 주요 통신 회사들이 공동으로 만들기로 한 ‘슈퍼 앱스토어(WAC)’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로 한다고 한다. 이동통신 3사가 연합해 11만개에 달하는 어플리케이션을 보유한 애플 앱스토어에 필적할 만한 수준이 된다는 계산에서다.
또한 각 이동통신사들이 보유한 기술을 개방해 공동 업무 협업 및 개발을 할 것이며, 1인 기업 활성화를 위한 앱 센터 설립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동통신 3사는 소프트웨어, 콘텐츠 분야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코리아IT펀드 규모를 현행 33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실무 협의를 거친 뒤 투자액을 분담할 것이라고 한다.
발등에 불은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용경(창조한국당) 국회의원은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이동통신사들의 부가서비스 수익이 2006년 정점을 찍은 뒤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무선인터넷이 비싼 요금 때문에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었다. 이렇게 된 주요한 원인을 방통위의 정책적 판단 미스라며 비판했었다. 이 의원은 “국민들이 편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도, 요금부담 때문에 맘껏 쓰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IT강국이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해왔다. 이른바 황금주파수는 SK텔레콤이 독점 사용해왔고 이로 인해 국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장악해 왔다. 이로 인해 타사들은 SK텔레콤보다 기지국을 배 이상 확보하는 등 통신 품질 향상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했고, 이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갔던 게 현실이다.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인해 이동통신사들 간의 공정한 경쟁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높은 통화 품질을 원한다면 무조건 SK텔레콤을 써라라는 식이었으니까 말이다.
허울뿐인 IT 강국 그 속에는
휴대폰 보급률이 현저히 높은 국가이나, 활용률은 떨어졌다. 지난해 말 아이폰이 출시하기 전까지 스마트폰이 어떤 휴대폰인지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별로 없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애용하고 있어서 휴대폰의 활용률은 매우 높다라고 할 수 있다.
더욱 특이한 것은 해외 유명 휴대폰 브랜드인 노키아, 소니에릭슨, 블랙베리 등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3만개 판매고도 못 올리고 시장 진입에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오직 삼성과 LG의 제품이 사랑 받는 그런 시장이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매우 활성화 되었지만 반면, 흥선대원군인 국내 이동통신사들과 휴대폰 제조사들이 만들어낸 세상 속에서 쇄국정책에 갇혀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판도가 바뀌고 있다. 아이폰의 침공으로 국내 휴대폰 시장의 문호가 개방됐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스마트폰을 연이어 출시했고 또한 운영체제에 따라 바꿔 가면서 속속들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더 저렴한 요금제들도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이전까지의 스마트폰 시장은 SK텔레콤의 세상이었다. PDA부터 시작해 거의 모든 스마트폰은 SK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KT가 스마트폰을 출시하자 SK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의 현실에서 과연 제4의 이동통신사의 출현은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많은 관심들이 모아지고 있다.
브레이크뉴스|2010.03.15 10:20 최정호 기자 praysee@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