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한국사회] 바람이 분다
한겨레 2015.09.09(수) 강정수 ㈔오픈넷 이사
http://m.hani.co.kr/arti/opinion/column/708150.html
자동차 산업에 거센 바람이 분다. 1866년 독일의 카를 벤츠가 자동차를 발명한 이래 가장 강력한 변화의 바람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휴대폰의 절대강자 노키아가 순식간에 몰락했던 순간을 기억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공세에 주저앉기 직전까지 노키아는 2011년 세계 시장점유율 23퍼센트, 세후 이익 약 1조4천억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 이후 만 3년이 지나지 않아 노키아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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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내연기관이 사라지고 있다. 내연기관이라는 폭발장치를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일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 생산 기술은 기업 또는 국가가 가진 기술 수준을 상징했다. 미국 테슬라는 내연기관을 없애고 자동차 중심기술을 소프트웨어, 디자인 그리고 배터리로 이동시켰다. 일부에서는 테슬라는 떠오르는 별이라 주목을 받는 것이지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일본과 독일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테슬라 모델 S는 2014년 3만1천대가 판매되어 3만7천명의 구매자를 찾은 아우디 A8을 바짝 추적했다. 베엠베(BMW)의 7시리즈(4만8천대), 벤츠의 S클래스(10만1천대)와의 격차는 2015년 더욱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더 이상 신인 배우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주역이다.
테슬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업데이트하듯 자동차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지난 8월 테슬라를 소유한 사람에게 자동차 운영체제 업데이트 소식이 전달되었다. 이를 따른 자동차에는 좌석과 거울 위치를 기억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테슬라는 앞으로 6년 안에 중앙처리장치(CPU)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무인자동운전 기능을 기존 자동차에 추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소비자는 새로운 기능을 즐기기 위해 자동차를 새로 구입할 이유가 없다. 현재 10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이후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처럼 자동차를 인지할 것이다.
무인자동차 생산에 소프트웨어 강자 구글과 애플이 뛰어든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구글과 애플은 현재 각각 323개와 36개의 자동차 관련 기술특허를 가지고 있다. 전통 자동차 생산 기업에 견주어 양적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그러나 내연기관 관련 기술을 제외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구글과 애플이 소유한 특허는 대부분 소프트웨어 대상이다. 자동차의 물리적 생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속담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어떤 사람은 바람을 막을 돌담을 쌓고 어떤 사람은 바람을 이용할 풍차를 만든다고 했다. 뒤늦은 하이브리드 돌담과 철 지난 디젤 돌담을 쌓고, 돌담을 쌓는다는 이유로 부동산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기업에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맡길 이유는 없다. 풍차를 만들 새로운 산업세력의 등장이 절실하다. 데이터 처리기술과 자동차 ‘이용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바람의 변화를 이용하는 풍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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