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에로스도 자본이다"
조선일보 2015.09.12(토)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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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에 유머·활력·세련됨·편안하게 하는 기술… 속으론 다들 공감하면서 겉으론 터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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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정책硏 캐서린 하킴 위원
매력적인 외모는 경쟁력일까. 구직을 위해 살을 빼고, 피부를 관리하고, 성형 수술까지 감행하는 청년들을 보고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라며 쓴소리도 나오지만, 과거보다 현대 사회가 외모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번다는 연구 결과조차도 있다.
영국에서는 '아름다움이 곧 자본력'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런던정책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는 캐서린 하킴(Hakim)은 '매력 자본(Erotic Capital)'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개인의 매력이 사회적으로 지위를 얻고, 돈을 벌 수 있는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는 얘기다.
물론 그가 말하는 매력이 단순히 '잘생긴 외모'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유머 감각이라든지 활력, 세련됨,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기술 등 자신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후천적인 기술 역시 큰 '매력 자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경영인들은 이런 자본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것을 '매력'이라고 정의하기를 꺼려할 뿐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런던 연구실에서 만난 하킴 연구위원은 초록색 바탕의 화려한 원피스에 금색 목걸이를 하고 나타났다. 그는 평상시 돋보이기 위해서 오렌지색 머리와 대비되는 녹색 계열 의상을 즐겨 입는다고 한다.
왼쪽부터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제임스 다이슨 다이슨 창업주,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매력 자본이란 개념을 만드셨습니다.
"타인이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고, 호감을 얻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매력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쉽게 친구 혹은 연인, 동료, 고객, 의뢰인, 팬, 추종자, 유권자, 지지자, 후원자로 만듭니다. 사생활뿐만 아니라 스포츠, 예술, 정치, 비즈니스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지요.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인맥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는 익숙하지요? 이는 각각 인적 자본과 사회 자본으로 구별되는 개념인데, 이에 못지않게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게 하는 '매력' 역시 자본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외적인 매력이 자본력이라는 주장은 다소 논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전 세계적으로 성형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가 한국 아닌가요? 다들 속으로는 공감하면서 대외적으로는 터부시하는 게 더 이상하네요. 물론 저의 주장은 영국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외적인 매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남성 주류의 사회에서 시작된 논리예요. 부모를 잘 만나 자본을 물려받는 것과 아름다운 외모를 물려받아 그 외모로 많은 부를 축적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요? 꾸준한 자기 관리와 노력으로 매력 자본을 축적하는 것과 지식을 쌓고 경제적 성공을 이루는 것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나요?"
―그건 외모 등이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타고나는 것이라 그런 것 아니던가요.
"매력 자본은 단지 얼굴과 몸매가 아름다운 것만을 뜻하지 않아요. 물론 성별에 상관없이 영화배우 같은 외모를 지니면 어마어마한 매력 자본을 갖게 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얼굴은 아름다운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중요한 건 사람을 끌어당기는 능력이에요.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잘생긴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의 특유의 패션, 화술, 카리스마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의 발표를 보면 눈을 떼기 어렵거든요. 그런 게 바로 매력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호감을 주고, 자신을 알고 싶어 하게 하고, 갈망하게 하는 능력이지요.
불어에는 이런 표현이 있어요. '벨르 레이드(belle laide)'. 못생겼지만 훌륭한 자기 표현력과 세련된 스타일로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얼굴이 예쁘거나 잘생기지 않았더라도,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다든지, 활력이 넘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든지, 옷을 잘 입는 세련됨을 갖추었다든지, 상대를 편안하게 해 무장해제시킨다든지, 개인이 매력적일 수 있는 요소는 무궁무진합니다. 이런 기술들 역시 누구에게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얼마든지 키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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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인간은 외모보다는 내면, 그리고 실력이 중요하다고 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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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떻게 변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가장 먼저 매체의 변화를 들 수 있어요. 주류 매체가 라디오, 신문에서 TV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시각적인 요소를 중시하게 됐습니다. 예컨대 TV가 발명된 이후 선출된 미국 대통령은 모두 잘생겼어요. 케네디가 닉슨을 꺾고 대통령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TV 토론에서 보여준 매력 덕분입니다. 당시 미국인들이 케네디의 환한 미소, 젊은 패기에 반한 것이지요. 닉슨은 당시 '내 정치 인생의 가장 큰 핸디캡은 잘생기지 못한 외모'라고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을 보세요. 그는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매끈한 피부, 심지어 옷도 잘 입기로 유명해요. 그가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에는 물론 똑똑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이유도 있지만 훌륭한 외모도 큰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매력 자본은 중요해졌습니다. 산업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과거 농업, 제조업 중심의 시대와 다르게 지금은 화이트칼라 직종이 많아졌습니다. 공장에서 일할 때야 앉아서 담당하는 일만 잘하면 됐지만, 지금은 사람을 상대하는 업무가 많아요. 예전에 하드록 카페에서 일하는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를 교육한 적이 있는데, 매력적인 직원이 보통 두 배 이상의 팁을 받더라고요. 특정 직원이 서비스해주길 원하는 단골손님도 있고요. 고용주 입장에서 매력적인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겠지요? 또 큰 회사일수록 매력적인 사람을 CEO로 뽑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회사의 얼굴이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변화는 SNS의 발달입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보면 누구나 자신의 사진을 올려 대중에게 노출시킬 수 있어요. 쉽게 말해 일반인도 가수 마돈나 못지않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릴 기회가 열린 것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매력 자본을 대놓고 활용하는 곳은 연예계·스포츠계로 국한됐지만, 이제 누구나 자신의 매력 자본을 활용해 유명해지고 사회적 지위에 오르거나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매력 자본을 경영 등에 활용한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체로 비즈니스 리더들이 중년의 남성입니다. '자본력'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아닌가요.
..이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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